엄마를 주문하세요 상상 동시집 23
박경임 지음, 민지은 그림 / 상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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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에서 지나가다 시 '엄마를 주문하세요.' 읽고는 너무 재미있어서 동시집 "엄마를 주문하세요."도 읽어보게 되었다. 


기대를 가지고 첫 장을 넘겼는데 시인의 소개는 건조한데 그림 작가인 민지은의 소개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몇 번을 다시 읽었다. '무더운 날 시원한 물 한잔 같은, 심심한 국물에 짭조름한 소금 같은, 깜깜한 밤 한 줄기 빛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그립니다.' 이런 소소한 시작부터가 좋았다. 


시를 읽으며 운 적은 많아도 시를 읽으며 내가 이렇게 상상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빵빵 터져본 적이 있던가? 박경임 시인의 시는 "맞아!"를 연발하게 하고, 세상을 달리 보는 따스함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특히 '아직도'라는 시는 첫 행을 읽는데 너무 크게 빵 터져 곁에 있던 중학생 딸이 무슨 일이냐고 놀라 물을 정도였다. '형 방에 아직도라고 부르는 섬이 있어.' 얼마나 기발한 발상인가. 바다 한 가운데 섬이 있고 섬에는 커다란 침대가 덩그러니 혼자 있다. 그 앞에 '아직도'라고 쓰여진 푯말이 크게 서 있는데 그림까지도 너무 재미있다. 시를 다 읽고 다시금 떠올리는 지금도 너무 재미있어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딱 한 줄로 나를 울려버린 시. '할머니는 내가 아픈지 어떻게 알아요?'를 읽는 데 울 엄마 생각이 나 울컥해버렸다. 시는 별것 없이 할머니의 무심한 듯한 말 한 마디가 다인데 나는 왜 울컥했을까. "응, 내가 100번 넘게 아파 봤거든." 시는 이게 다다. 100번 넘게 아팠을 할머니가 짠해서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이유는 딱히 모르겠는데 계속 눈물이 나 잠시 한 호흡 멈췄다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에서 유일하게 까만 배경에 적힌 시 '무서운 이름'을 읽으며 '나도 어릴 때 이런 생각 많이 했는데.'하며 뭔가 내 편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릴 때 "잔인하게 엄마손파이를 어떻게 먹냐?"며 친구를 놀리거나 "날개죽지 위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는 '사랑일기'의 노래가 가사를 실제로 그렇게 한다 생각해보라며 깔깔거리며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의 이 위트 가득한 농담을 실없는 소리로 치부하며 공감해주는 이가 없었는데 그때 박경임 시인이 곁에 있었더라면 같이 주거니받거니 신나게 떠들었을 것 같다. 

이 동시집에 실린 시들은 하나같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귀여운 것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짓게 한다. 하나하나 다 소개하고 추천하고 싶어 근질근질하기만 스포를 하면 감동이 줄어드니 여기까지만!! 


시가 짧고 재미있어 금세 다 읽었는데 그 여운은 입가의 미소로 남아 떠날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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