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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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권력을 나누어놓은 삼권분립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입법, 행정, 사법기관 중 법원은 어쩌면 국민과 가장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기관이 아닐까.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법을 제정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국회의원이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먼저 알게 되고 이와 관련된 정책을 집행하는 고위공직자들의 권력도 대단하지만 국민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뉴스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공개되기도 하고 각 기관에 의견을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비교적 열려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각 기관에 속한 개인이 잘못을 했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도 국민에게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4년마다 있는 선거를 통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정부의 경우에도 일반 국민들이 각 부서별로 민원을 제기하기가 예전에 비해 보다 용이해지도록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잘못에 대한 책임은 사법부로 이관되어 재판 과정을 통해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원이 잘못했을 때, 과연 그에 대한 잘못을 법원 스스로가 책임을 잘 묻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국민들에게 법원은 아직 멀고 높게만 느껴지지 않을까. 물론 법원의 판결은 매우 전문적인 역량을 요구하는 일이고 개인의 일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큰 힘을 가졌기에 다양한 과정을 통해 어렵게 선발된 전문가들이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함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 때문에 사법의 힘이 국민의 영향력 밖으로 빠져 나가선 안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법정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특히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욱 그럴 것이다. 판례를 참고해 판결을 내리고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법원이 지닌 특유의 보수성으로 인해 국민들의 법 정서와 다른 판결이 내려지거나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해 현실과 맞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되거나 할 때 우리는 사법기관에 실망하지만 구체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공고한 법원의 위상에 끊임없이 돌을 던지며 문제를 제기하고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내려 노력하는 변호사가 있어가슴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때때로 우리에게 법에게 필요한 건 법적 안정성 뿐만 아니라 구체적 타당성일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한 번에 바뀌기 쉽지 않지만 추천사 중 하나의 문구에서처럼 변화란 결국 쉬운 해답을 추구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질문의 수를 늘려가는 것이고 이기든 지든 필요한 싸움을 찾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이루어진다라는 말처럼 현재 우리 법 체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부조리에 맞서 앞선 판례를 확인하며 모두 손쉽게 눈을 감는 선택을 할 때 이와는 반대로 맞서 싸우는 선택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어 감사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사례로 소개된 이야기들을 보며 우리가 어쩌면 너무도 법원에서 벌어지는 잘못에는 관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당사자로 법정에 서게 되면 불이익을 받을까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도 재판 기일을 일방적으로 바꾸거나 늘어지기만 하는 재판부의 모습이나 불편한 법률 서비스, 판결에 대한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아 자신이 왜 그 판결을 받았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는 판결문은 당사자로서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물론 사법부의 업무 과중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요소도 분명히 있을 것이나 그렇다고 해서 재판을 청구해 받을 수 있는 국민으로서 권리가 무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선 안될 것이다. 더불어 책에서 주요 내용으로 나오는 법관의 잘못된 재판 결과로 인해 국민이 받은 피해를 국가가 배상하고 책임을 묻도록 하는 싸움은 쉽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함께 의논해 결론을 내야할 영역이라 생각한다. ‘법원에 대한 비판은 자칫 사법부의 독립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권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법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다. 또 우리가 존중해야 할 건 사법부가 선고하는 판결이지 불편부당한 서비스가 아닐 것이다.’ 라는 말에 크게 공감이 된다. 이 밖에도 국가배상 사건의 위자료가 재판부마다 들쭉날쭉 달라 피해자에게 위로는커녕 고통을 주는 결과나 공익 신고자를 현실적으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법, 성범죄 양형과 심신미약 규정의 잘못된 적용으로 인한 감형,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상속 지위만을 취득한 자들을 막을 수 없는 현실, 공소시효로 인해 증거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잘못을 물을 수 없는 문제, 3심까지 재판받을 수 있는 국민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지 못한 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는 경우에 생겨날 수 있는 기회의 불균등 등 국민 대다수의 법 정서와 달라 매번 분노하면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었던 법 체계 속 많은 부조리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동시에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법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관 선발이나 법관 평가 결과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이 사법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명백한 잘못이 있을 때 법관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잘못된 판결이 되도록 나오지 않도록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나길 간절히 소원한다.

 

  ‘좋은 법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쟁취하는 것이다.’라는 저자가 소개한 법철학자의 표현처럼 작은 변화로 시작해 우리 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모두가 소외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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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시간 -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
안석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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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시간


  

  장벽이라 함은 사전적으로 가리어 막은 벽, 둘 사이의 관계를 순조롭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등을 뜻하는데, 이 책에서는 체제, 민족, 국가, 경제력 등의 다름을 이유로 서로를 나누고 교류를 할 수 없도록 세운 유무형의 장애물을 뜻한다. 상대방과의 연결보다는 단절, 소통보다는 억압, 융합보다는 분리를 위한 목적으로 세운 장벽이기에 그 안에 속하느냐와 밖에 남겨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운명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인류사에 수없이 많은 장벽들이 있었겠으나

저자는 20세기에 생겨난 장벽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펼쳐가기에 오래 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건이며 대부분의 장벽은 지금도 사람들을 분리하고 단절시키며 거대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유일하게 무너진 사례인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필두로 중동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미국과 멕시코 국경 문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비무장지대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무역 장벽까지. 어쩌면 많은 사람에게 지구촌 곳곳의 갈등 사례 중 하나로 이미 익숙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장벽이 생겨나게 된 배경에서부터 어떠한 목적으로 세워졌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쳤고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읽다보면 어느 새 그 장벽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동시에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의 장점은 첫 번째로 장벽이 생겨난 원인과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근본적인 시작점에서부터 풍부하게 서술해 왜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이 생겨나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동독이 왜 베를린장벽을 세우게 되었는지,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 곳곳에 정착촌을 지정하며 그 사이사이로 장벽을 세우게 되었는지, 느슨하던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왜 거대한 높이와 엄청난 길이를 자랑하는 장벽이 세워지게 되었는지 다각도로 문제를 접근해 자세하게 갈등이 생겨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장벽을 세우는 전개과정과 장벽이 생겨남으로써 어떤 결과를 초래하였는지 중립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잘 서술되어 있으며 최근 발행한 책답게 그 장벽들에 대한 최신 이야기까지 알 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로 장벽그 자체에 대해서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벽 속을 넘나드는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덧붙여 담아내고 있기에 더욱 글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가령 예를 들면, 체제를 이유로 베를린을 동서로 갈라놓았던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뒤 이를 넘어간 많은 사례를 들자면 장벽을 지키던 동독의 경비병 슈만이 철조망을 넘어 서독으로 간 장면이나 자신이 몰던 기관차를 몰고 바리케이드를 부수며 서독으로 향했던 기관사 해리의 이야기 등은 내가 역사 속에서 생각했던 베를린장벽에 대한 서술보다 훨씬 인상적이었으며 장벽으로 인해 분리된 사람들의 절박한 심경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미국으로 불법으로 이민을 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지대로 향하는 화물 열차 속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이고 냉혹한 현실과 함께 이들과 거래하며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브로커 코요태와 국경지대를 향해 걸어가는 캐러반 행렬 등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며 탈출을 감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장벽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강이나 바다, 산맥과 평원과 같은 자연적인 지형에서 인간은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적응하며 융합과 분리를 자연스럽게 겪어왔다면 이와 달리 장벽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세운 장애물이며 그러하기에 건설하는 시간도 급작스러워 사람들도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또한 장벽을 세우는 특정 집단의 목적이 더해졌기에 이에 반발하는 다른 집단의 저항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장벽을 지키기 위해 특정 국가가 쓰는 병력, 장비, 시간 등은 실로 막대하다. 그럼에도 장벽을 세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를 아끼지 않으며 더욱더 높고 단단하게, 빈틈없이 세워 다른 집단을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 한다. 그 결정은 훗날 돌이켜보았을 때 역사 속에서 과연 현명했던 판단이었을까. 책의 부제로 함께 달린 결국 현명한 자는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르며 우리는 이미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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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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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이 책의 표지 속에는 인류가 발전시켜온 도시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이 함께 표현되어 있다. 소규모의 공동체 속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며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렵채집사회를 지나 농경사회가 탄생한 이래로 인류는 집단을 이루며 정착하면서 자신이 머무를 수 있는 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해왔다. 씨족사회에서 부족사회 중심의 마을 단위에서 국가를 수립한 뒤 생겨난 도시들은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오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자리를 찾아 세차게 밀려들어온 노동자로 인해 도시에는 엄청난 인구가 밀집해서 살아가게 되는 거대 도시가 탄생하였고 인류의 문명은 집적 효과에 따라 보다 고도화되고 새로운 사회와 문화 양식을 창조해냈다. 도시의 범위와 규모는 점차 늘어났고 교통수단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생활권은 거대해져 말그대로 메트로폴리스가 탄생한 것이었다. 도시는 인류가 그동안 연구해낸 수많은 기술과 인류가 창조해낸 수많은 작품들이 모여 있는 최고의 종합 발명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역사에서 우리는 도시 자체보다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인물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았던 것 같다. 최초의 도시로 부를 수 있는 우르크에서 시작해 역사 속 인류의 문명을 꽃피워간 도시들을 살펴보며 현재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많은 메트폴리스까지 도시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와 모습들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으리란 기대와 함께 책을 읽게 되었다.

 

  서문에서 저자는 세계 도시 인구는 점차 늘어날 것이며 인류의 과거와 미래는 도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하면서 점차 도시는 수직형 세월에 대한 동경과 함께 위로 솟구치고 동시에 영역 또한 넓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 도심과 교외 지역이 분리되지 않고 지역 전체를 아우르며 연결된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집적 효과를 누리며 고도로 발달한 도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격차는 비단 국가 내에서만의 도농격차가 아닌 세계 전체에서 바라보았을 때도 경제적 격차와 기회의 차이를 가지는 문제점을 드러낸다. 또한 메트로폴리스 는 자체적으로 환경 오염과 인간성 파괴 등 과밀환된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면서도 도시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겨내며 앞으로도 인류는 도시에서 변영을 누리며 살 것이다. 이 점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메트로폴리스에서는 도시를 인류와 분리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도시의 건축 양식이나 배경으로만 생각해 변화 과정을 나타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않다.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터전으로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도시 생활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를 극복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도시와 인간 간의 상호 작용을 핵심으로 저자는 책을 서술하고 있다. 별도로 덧붙인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서울이라는 거대한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어온 한국에 대해 새로이 건설한 도시인 송도에 대한 언급을 하며 설령 잘 설계된 도시로서 송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송도에 거주할 사람들이 새로이 써내려갈 이야기와 이로 인해 변하게 될 도시에 더 호기심이 있다.

 

  잘 알지 못했던 중동의 바그다드, 동남아시아의 믈라카, 중앙아메리카의 테노치티틀란의 도시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와 이미 잘 알려진 런던, 파리, 뉴욕 등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있고 어떤 이야기들로 도시가 채워졌는지 살펴볼 수 있어 너무나 즐거웠다. 켜켜이 쌓인 도시들의 지층을 살펴보며 우리 나름의 이야기를 쌓아올린 한국의 도시들이 떠오르고 우리와 비슷한 모습도 있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은 도시들도 발견해가며 읽는 즐거움이 있고 또한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를 통해 미래 도시의 모습을 엿보며 우리 나라의 다음 시대의 서울 또는 다른 도시의 발전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되기도 했다.

 

  책에서 소개된 20여개의 도시들을 시대별로 발전해온 도시들을 따라 여행하며 발견한 점은 일전에 저자가 밝히듯 각 도시들이 가진 저마다의 독특함이 흥미롭게 다가오고 다채로운 매력의 순간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동시에 인간은 도시를 만들어낸 존재이면서 그 속에서 환경의 영향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들은 어쩌면 어느 도시에나 비슷하고 현대의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와도 여전히 유사한 보편성을 지닌 모습들도 발견할 수 있어 현재에도 유효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분명 있었다. 다소 방대한 양이지만 차근차근 한 도시씩 품은 이야기를 살펴나가면서 책을 읽는 내내 과거의 수많은 시대와 빛나던 도시를 돌아보며 내가 현재 속해있는 시대와 도시를 비교해보고 나아가 도시가 미래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고민해볼 수 있는 지적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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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탄생 - 오늘을 만든 사소한 것들의 위대한 역사
주성원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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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탄생


  무언가의 기원을 알게 되면 새삼 그것에 대해 새롭게 느껴지고 보다 흥미를 갖기 쉽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수없이 많은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어떠한 관념이나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요즘의 일상을 이루는 수없이 많은 요소들은 각기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다른 시간과 탄생 과정을 지나쳐 왔다. 인류의 역사와 오랫동안 함께해 발전해온 일상이 있는 반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가운데로 들어온 지 채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일상의 모습들도 무수히 많다. 우리의 삶에 자리잡게 된 일상의 요소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상식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싶어 읽고 싶었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었고 이를 알고 바라본다면 조금은 전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다루는 일상의 순간들은 꽤나 범위가 넓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수많은 주제 중 쉬거나 일을 할 때의 공간, 쇼핑이나 패션, 여가 생활, 식문화 요소, 디저트, 편리한 생활을 돕는 도구들과 술 그리고 휴일 문화까지 한 단어당 2~3페이지 정도 짧은 분량으로 대략 80여가지가 넘는 일상들을 다루는데, 아무래도 300페이지 정도에 수많은 키워드들을 다루려 하다보니 각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보다는 개략적으로 서술하는 정도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있는 반면에 새롭게 알아가는 사실도 많다. 다만, 주제가 다소 중구난방으로 지나치게 흩어져 있는 경향이 있고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 단편적인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나면서도 저자의 바람대로 가볍게 화제를 제시하고 간단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여기서 나온 수많은 키워드들 하나만 잡고 자세하게 파고들면 한 권의 책이 나올 수도 있지만 바쁜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소한 소식이라도 최대한 적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빠르게 알아갈 수 있는 효과적인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지금은 쓰지 않고 있는 세 벌 키보드에 관한 이야기도 재밌었고 신용 카드가 발명된 계기도 레스토랑의 식대 지불용으로 시작된 것, 현재의 문신이 남태평양 원주민으로부터 발견되어 서구에서 유행으로 퍼진 점, 공산권 내에서의 펩시콜라와 코카콜라의 관계, 2차세계대전 중에서도 아이스크림을 공수해서 먹었다는 미국의 이야기, 내연기관보다 더 빨리 발명되어 생산까지 되었던 전기자동차, 다양한 술에 대한 이야기까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익숙한 많은 것들이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지 한번쯤 궁금해봤거나 모르고 지나온 것들에 대해 하나둘씩 읽어가다보면 새삼 우리가 삶 속에서 영위하고 일상의 요소들에 대한 관심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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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 북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책방 이야기
노희정 지음 / 소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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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우리는 흔히 책을 어디에서 살까. 아마도 나를 포함해 대부분은 자신이 사고 싶은 책을 골라 근처 대형 서점을 방문하거나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것이다. 필요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재고가 충분하기에 이용하기 매우 편리하며 더불어 적립금을 활용하거나 소장하고 싶은 굿즈를 살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면 어떡할까. 잘 보이는 곳에 늘어놓은 진열대의 베스트셀러 목록이나 출판사에서 홍보하는 광고에 따라 사고 있지는 않을까. 만족스러울 때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을 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끔은 내가 어떤 책을 읽었으면 좋을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 수많은 책들 속에서 내가 읽으면 좋을 책을 고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책방을 가는 이유는 뭘까. 대형서점만큼 많은 서적을 지니지도 않았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책방을 간다면 그건 그 책방만이 지닌 세계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대형서점과 다르게 책방은 작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와 소통하며 책방만이 추구하는 가치와 세계를 살펴보고 어떤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기대가 있어서가 아닐까. 책보다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책방을 가는 것이다. 똑같은 책은 어느 서점에서나 구할 수 있지만 그 책이 나에게 있어 어떤 맥락을 거쳐 내가 읽고 서가에 꽂히는가는 개개인마다 다르고 그렇기에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는 점에서 책방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별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가끔 책방에 들르게 될 때가 있었는데 여타 대형서점과 다르게 작은 책방은 저마다의 색깔을 갖고 둘러보며 또다른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수간이 좋았다. 또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추천을 통해 책을 접하고 구하게 된 기억도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저자는 20여년간 부산 해운대에서 곰곰이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지기이다. 책은 크게 두 가지를 중심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선 오랫동안 책방을 계속해오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책방 운영의 노하우와 책방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동시에 북큐레이션으로 대표되는 책방만이 지닌 매력과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 전문 책방답게 좋은 그림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는 건 덤. 이를 통해 책방에 대해 나름대로 새로이 정의해보고 느낀 점을 내 서가까지 적용해 찬찬히 살펴보고 살아있는 서가는 어떤 것일까 고민해보고 새롭게 정리하는 시간까지 가질 수 있었다. 당장 책방을 운영할 수는 없지만 집에 작게나마 꾸며놓은 서가부터 나만의 관점을 담아 북큐레이션해보기로 한 것이다. 책장은 한정되어 있기에 책을 무한히 늘려갈 수 없고 이미 읽은 책과 읽어야할 책을 명확히 분리하고 읽은 책 중에서도 누가 어떤 이유로 추천을 부탁했을 때 대답할 수 있도록 구분하고 표시해두니 그저 분야별로 도서관처럼 나눠져있기만 했던 책장보다는 훨씬 의미있게 구성한 거 같아 좋았다.



정보가 많다는 건 오히려 정보가 없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수없이 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원하는 주제와 방향에 따라 책을 선정한다는 건 꽤나 많은 독서 내공을 요할 것이다. 뛰어난 감각과 깊은 고민으로 책방에서 이를 반영해 큐레이션해준다면 기대가 될 거 같다. 아무래도 스스로 책을 선정하고 읽게 된다면 어느 정도 범위가 제한되기 마련이라 보다 폭넓은 독서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흔히 이루어지고 있듯 내 데이터를 활용해 추천해주는 AI도 물론 좋지만 책방의 북큐레이션은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에 신뢰가 쌓이고 인연이 되어 지속해나갈 수 있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책방의 운영 측면에서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책방이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앞선 북큐레이션을 확장해 북클리닉 회원제로 구독서비스처럼 개인별 맞춤 책을 선정해 가정으로 보내주는 건 아이에게 더 좋은 책을 소개해주고 보다 아이에 맞춰 알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참 좋다. 이외에도 연령별 독서강좌나 주기를 달리한 책 서재만들기, 꾸준한 독서를 시작하려는 책재미 회원제를 비롯해 어린이들이 직접 뽑는 어린이책 선정 위원회, 책방에서 발간하는 신문 기사를 채워줄 어린이 기자 등 도서관에서만 하던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떤 기획들 어쩌면 그보다도 훨씬 지속적이고 탄탄하게 해온 모습들을 살펴보며 이러한 책방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싶을 정도로 책방의 가능성을 보았다.



또한 저자가 운영하는 책방의 운영 방식만을 정답으로 안내하거나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책방을 운영해나가는 좋은 책방을 소개해주고 책방을 앞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고자 함이 잘 느껴졌다. 더불어 책방에 대한 예찬 또한 환상만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시작해야하며 책방은 운영하는 현실적이면서도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을 듯하다. 책방 또한 사업이므로 내 서재처럼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만 하기보다는 부지런해야하며 손님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무수히 많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하는 건 기본이다. 이에 더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특기를 살려 특색있는 책방을 운영해야 함을 새삼 느낀다. 저자가 속한 곰곰이책방 뿐만 아니라 저자가 소개한 전국의 다른 멋진 책방들도 직접 가서 경험해보고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책방이라는 공간, 그리고 책방을 대표하는 책방지기와의 관계맺기나 소통을 좋아하거나 책방을 운영할 예정이나 운영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누구나 읽고 자신만의 서가를 다시 바라볼 수 있으며 이 책을 통해 주위에서 마냥 소멸하고 있다고만 느낄 수 있는 책방의 가능성과 매력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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