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려한 이 책의 표지 속에는 인류가 발전시켜온 도시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이 함께 표현되어 있다. 소규모의 공동체 속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며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렵채집사회를 지나 농경사회가 탄생한 이래로 인류는 집단을 이루며 정착하면서 자신이 머무를 수 있는 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해왔다. 씨족사회에서 부족사회 중심의 마을 단위에서 국가를 수립한 뒤 생겨난 도시들은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오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자리를 찾아 세차게 밀려들어온 노동자로 인해 도시에는 엄청난 인구가 밀집해서 살아가게 되는 거대 도시가 탄생하였고 인류의 문명은 집적 효과에 따라 보다 고도화되고 새로운 사회와 문화 양식을 창조해냈다. 도시의 범위와 규모는 점차 늘어났고 교통수단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생활권은 거대해져 말그대로 메트로폴리스가 탄생한 것이었다. 도시는 인류가 그동안 연구해낸 수많은 기술과 인류가 창조해낸 수많은 작품들이 모여 있는 최고의 종합 발명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역사에서 우리는 도시 자체보다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인물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았던 것 같다. 최초의 도시로 부를 수 있는 우르크에서 시작해 역사 속 인류의 문명을 꽃피워간 도시들을 살펴보며 현재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많은 메트폴리스까지 도시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와 모습들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으리란 기대와 함께 책을 읽게 되었다.

 

  서문에서 저자는 세계 도시 인구는 점차 늘어날 것이며 인류의 과거와 미래는 도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하면서 점차 도시는 수직형 세월에 대한 동경과 함께 위로 솟구치고 동시에 영역 또한 넓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 도심과 교외 지역이 분리되지 않고 지역 전체를 아우르며 연결된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집적 효과를 누리며 고도로 발달한 도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격차는 비단 국가 내에서만의 도농격차가 아닌 세계 전체에서 바라보았을 때도 경제적 격차와 기회의 차이를 가지는 문제점을 드러낸다. 또한 메트로폴리스 는 자체적으로 환경 오염과 인간성 파괴 등 과밀환된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면서도 도시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겨내며 앞으로도 인류는 도시에서 변영을 누리며 살 것이다. 이 점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메트로폴리스에서는 도시를 인류와 분리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도시의 건축 양식이나 배경으로만 생각해 변화 과정을 나타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않다.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터전으로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도시 생활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를 극복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도시와 인간 간의 상호 작용을 핵심으로 저자는 책을 서술하고 있다. 별도로 덧붙인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서울이라는 거대한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어온 한국에 대해 새로이 건설한 도시인 송도에 대한 언급을 하며 설령 잘 설계된 도시로서 송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송도에 거주할 사람들이 새로이 써내려갈 이야기와 이로 인해 변하게 될 도시에 더 호기심이 있다.

 

  잘 알지 못했던 중동의 바그다드, 동남아시아의 믈라카, 중앙아메리카의 테노치티틀란의 도시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와 이미 잘 알려진 런던, 파리, 뉴욕 등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있고 어떤 이야기들로 도시가 채워졌는지 살펴볼 수 있어 너무나 즐거웠다. 켜켜이 쌓인 도시들의 지층을 살펴보며 우리 나름의 이야기를 쌓아올린 한국의 도시들이 떠오르고 우리와 비슷한 모습도 있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은 도시들도 발견해가며 읽는 즐거움이 있고 또한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를 통해 미래 도시의 모습을 엿보며 우리 나라의 다음 시대의 서울 또는 다른 도시의 발전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되기도 했다.

 

  책에서 소개된 20여개의 도시들을 시대별로 발전해온 도시들을 따라 여행하며 발견한 점은 일전에 저자가 밝히듯 각 도시들이 가진 저마다의 독특함이 흥미롭게 다가오고 다채로운 매력의 순간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동시에 인간은 도시를 만들어낸 존재이면서 그 속에서 환경의 영향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들은 어쩌면 어느 도시에나 비슷하고 현대의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와도 여전히 유사한 보편성을 지닌 모습들도 발견할 수 있어 현재에도 유효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분명 있었다. 다소 방대한 양이지만 차근차근 한 도시씩 품은 이야기를 살펴나가면서 책을 읽는 내내 과거의 수많은 시대와 빛나던 도시를 돌아보며 내가 현재 속해있는 시대와 도시를 비교해보고 나아가 도시가 미래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고민해볼 수 있는 지적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