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대장증후군
정원조 지음 / 소금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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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민대장증후군은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늘 함께해오고 일상생활을 하며 불편함을 느꼈던 순간이 셀 수 없이 많다.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의 더부룩함, 헛배 부름, 잦은 설사, 묽은 변 등의 증상은 조금이라도 과식하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 음주 등을 하면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고 그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오르고 답답하다가 결국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조심해야할 음식이나 행동만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을 이유로 병원에 가진 않았다. 완전히 치유되는 병이 아니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과민대장증후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설사 2-3일 연속해서 하는건 흔히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하며 평소처럼 먹다보면 돌아오곤 했는데 최근 유독 오랫동안 설사가 2주 연속으로 이어져서 아무리 달관한 나로서도 조금 걱정스러워 대장내시경을 하고 나오는 길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바에 따르면 대장내시경 결과는 염증이 조금 있었지만 크게 용종이나 궤양은 발견되지 않아 과민대장증후군으로 보인다고 매운거나 과도한 음주 등을 조심하며 식이조절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대장 건강에 크게 위험한 요인은 발견되지 않아 안심이 되면서도 정말 내가 과민대장증후군이라는 걸 병원에서 처음으로 설명을 들었고 평생 안고 가야한다면 이 병에 대해 어느 정도는 내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서둘러 읽게 되었다.

 

 

한의학 박사과정을 이수하신 저자이시지만 한의학의 관점으로만 설명하시는 게 아니라 나아가 체질의학 그리고 기본적인 서양 의학을 토대로 과민대장증후군의 원인, 증상, 유형 등을 알려주는 개론에서부터 다른 질병과의 차이점, 일반적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의 이름, 한의학에서 치료법, 그리고 치료 사례와 식이요법 및 생활습관에 이르기까지 과민대장증후군에 대해 전반적으로 A부터 Z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쉽게 읽혀 어느 정도 기대했던 대로 과민대장증후군에 대한 개념이 대략적으로 자리잡힌다. 흔히 내가 알고 있던 정보가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었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과민대장증후군에 대한 접근 방법과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점이다. 과민대장증후군은 장염이나 대장암 등의 질병 원인이 있는 '기질성 질환' 이 아니라 그러한 원인이 없음에도 병증만을 앓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기능성 질환' 또는 '신경성 질환'이라고 한다. 따라서 과민대장증후군은 질병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기보다는 병증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저자는 나아가 체질에 맞는 치료와 심리적, 정서적 지원까지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신경성 질환이므로 대장에서도 뇌와 더불어 신경이 가장 많은 조직 중 하나이기에 장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선 사람의 심리와 정서가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과민대장증후군 증상 예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책에서는 과민대장증후군을 바라볼 때 개인마다 체질이 다르다고 전제하며 이에 따른 처방 또한 달라야한다는 한의학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사상의학을 적용하며 안내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과민대장증후군처럼 뚜렷한 질병 원인이 없는 기능성 질환의 경우에는 증상을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처방을 하는 것보다 개별적으로 접근해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처방을 보다 세밀하게 적용해 체질의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과민대장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을 주위에서 사실 본 적이 많이 없어서 왜 이런 체질일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구나 싶고 체질이라는게 흔히 의학적 기반 없이 막연하게 얘기하는 느낌이었는데 체질의학적 관점에서 사람마다 개별적인 체질 특징이 있고 타고나는 몸의 성질이라는게 있다는 점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건 아닐지 몰라도 그러한 경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 또한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는 견해라고 본다. 주로 사상의학에서는 호흡기, 소화, , 신장 기능으로 주로 체질을 나누는데 경향성 측면에서 보면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설사 때문에 고생을 해서 과민대장증후군은 설사 증상만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변비를 겪고 있음에도 과민대장증후군에 속한다는 걸 새로이 알게 되었고 유형에 따라 치료 방법의 방향성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자신의 증상이 어떤지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기술했듯 과민대장증후군은 신경성 질환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정적 자극을 받으면 쉽게 발현하기 쉬우므로 그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걸리기 쉽다는데 불행히도 책에서 설명하는 특성 대부분이 일치해서 어쩔 수 없이 평생 안고 가야하는구나 싶다. 책에서 설명하듯 과민대장증후군은 생명을 위협받는 느낌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삶의 질을 자주 떨어뜨리고 항상 불안해하는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인지는 하고 있지만 비슷한 증상임에도 과민대장증후군이 아니라 당장 치료를 받아야하는 기질성 질환임에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혈변, 발열 등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나타나지 않는 증상은 없는지 장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다른 질병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같은 환경적 요건임에도 분명 사람마다 증상의 발현 및 심각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현대 의학에서는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고 대개 비슷한 치료 방식을 사용한다. 이질성보다는 인간이라는 종의 동일성에 초점을 맞춰 치료하는 방식이므로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의미에서 이질적인 인간의 특성 또한 분명히 존재하므로 참고할만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인체의 적불균형' 이라는 개념이 새로웠다. 애초에 육각형으로 완벽한 몸 체질을 가진 인간은 존재하지 않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체질은 강하고 어떤 체질은 약하다라는 걸 받아들이는게 기본으로 하되 또 그것을 맹신하다보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하겠다.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해당하는 체질을 찾아 맞는 설명을 읽어보고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것도 좋을 듯하고 대체적으로 과민대장증후군에 좋지 않은 포드맵이 함유된 식품들을 피하고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은 식품들도 안내되어있고 도움 되는 생활습관, 심리치료도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과민대장증후군 증상을 앓고 있거나 주변 가족분들이 해당할 경우 참고가 될만한 정보들이 많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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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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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는 우리 인류가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 중 대표적인 세계이다. 어쩌면 우리가 속한 거대한 우주에 대해 무지한 것 그 이상으로 인류는 저마다 갖고 있는 뇌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 인류는 베일에 가려져있던 뇌의 매커니즘에 대해 조금씩 접근하고 있다. 다양한 사고 실험이나 신호로 자극을 주어 일정 행동을 제어하고 우리가 밝혀낸 사실들을 기반으로 우리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일부 단서를 알게 될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신경과학이나 생리학적으로 뇌는 과학에 무지한 나에게는 이해하기에 너무나 어려운 영역이었다. 충분히 흥미롭고 더 알고 싶은 분야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 도전하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오롯이 최근에 밝혀진 뇌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었고 우리가 뇌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지에 대한 역사적 흐름과 발전 양상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가 뇌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느지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과학 분야의 책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철학책인 동시에 스스로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밝히기 위해 도전해온 흥미로운 역사서이기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뇌를 더 잘 이해하게 되지는 않을지 몰라도 뇌의 사고력 자체는 한결 풍부해질 것이다라는 추천사처럼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사실 완전히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뇌를 기능적인 측면만 바라보려고 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사고의 과정 전체로, 마음과의 관계, 영혼의 문제 등으로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트여준다. 우리가 흔히 뇌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관념들을 부수고 열린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의견을 적극 제시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서문에서도 저자가 서술했듯 우리는 밝혀내지 못한 뇌의 비밀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로 뇌를 통해 우리가 발명해낸 시대별 최신 기계의 매커니즘을 든다는 점이다. 처음 기계를 발명해낸 17세기에는 수차 등 단순한 기계 원리로 우리 뇌의 구조와 기능을 비유해 설명하려했다면 그 이후로는 전신망, 전화 교환국, 지금에 와서는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뇌를 바라볼 때 우리가 창조해낸 기계로 치환해 설명하고 기계가 고도화될수록 그것의 작동 방식에 빗대 우리 뇌를 바라보려 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뇌에 대한 우리 지식은 오랜 세월에 거쳐 크게 발달했으나 그와 동시에 교착 상태에 빠졌고 우리의 사고 방식과 대상을 스스로 제한해버렸다는 저자의 인식에 큰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는 건 얼마나 흔하게 들어온 수식어인가. 그러는 사이 우리도 모르게 뇌는 컴퓨터처럼 작동하리라고 은연중에 믿게 되고 이는 우리의 사고 방식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에 또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에 빗대어 우리 뇌를 설명하려 하지 않을까. 분명 그럴 것이다. ‘뇌는 디지털이 아니라는 것미처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간과한 건 아닐까.

 

  뇌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지에 관한 다양한 생각에 대한 이야기가 책 내용의 주를 이루는데 과거, 현재, 미래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인 과거에서는 선사시대부터 힘, 전기, 진화 등을 거쳐 우리에게 익숙한 신경세포의 뉴런 상호작용, 알고리즘, 기억력, 화학 반응으로 신경전달물질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류가 오랜 기간 차곡차곡 쌓아올린 뇌 과학의 역사를 훑어보며 성취해낸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실험적 근거로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며 2부에서는 현재 우리 뇌과학자들이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의식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지금의 발전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뇌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의식에 대한 이해는 걸음마단계이고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도 여전히 우리는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떤 방향성을 갖고 현재 뇌 과학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신경과학자들의 고민과 달리 뇌에 관한 모든 분과 학문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 이론이 없다는 점에서 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뇌를 이해하기 위한 미래의 다양한 시나리오 등 뇌에 대해 앞으로 틀에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뇌를 기계가 아닌 생물학 등 다양한 접근법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기을 제시해주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주게 된다.

 

여전히 쉽지 않은 뇌 과학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보다 흥미를 갖고 우리 인류가 걸어온 뇌 과학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고 뇌에 대한 사고력을 확장하고 싶은 분들에게 꼭 읽어보시면 좋을 매우 뛰어난 양질의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난 후 뇌 과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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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 - 가장 부유하고 파괴적인 스포츠 산업이 되기까지
조슈아 로빈슨.조너선 클레그 지음, 황금진 옮김 / 워터베어프레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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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유수의 유럽 축구리그 중에서도 가장 큰 발전을 해온 최고의 리그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선수들이 리그에서 활동하며 팬들에게 주는 즐거움을 기반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이먼트 사업으로 발전해왔으며 타 리그에 비해 뛰어난 확장성과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거대한 자본을 유입하게 만드는 명확한 강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뛰어난 축구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리그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단적인 예를 들면 얼마 전 끝난 2021-2022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4대리그의 다른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리그들의 지출금액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앞선다. 축구팬으로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프리미어리그의 한 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챙겨보다보면 한 두팀이 독주하고 있는 타 리그에 비해 리그 내 경쟁이 치열하며 영어를 사용하는 장점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익을 재분배해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팀들의 수익성을 높이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도 큰 도움을 주는 점 등이 프리미어리그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대략적으로 설명했으나 보다 프리미어리그를 만들어가는 각 구단들에 대한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리그를 즐긴다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시각으로 리그를 바라보고 경기를 보는 즐거움도 보다 더 크지 않을까. 축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경영학의 관점에서 보아도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시장의 독보적인 위치에까지 오른 성공 신화를 분석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축구를 사랑하고 특히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애정하는 수많은 축구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용을 가득 담고 있다. 저자는 팬들에게 익숙한 영국 언론의 기자들이 아닌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의 스포츠 담당 기자들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미국의 여러 스포츠 엔터테이먼트 사업의 특징들과 관련지어 비교, 분석해줄 수 있는 역량과 함께 프리미어 리그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엔터테이먼트 사업 중 하나가 되었는지 프리미어 리그의 탄생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단순히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 역사의 순간의 현장에 있었던 인물 및 빅6 구단의 결재권자와 간부, 구단주 등 수없이 많은 인물들과 나눈 대화를 재구성해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팀 이외에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리버풀 등 소위 빅6 클럽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몇몇 구단들의 깊숙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즐겁고 새로 알게 된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영국 프로축구가 우리에게 익숙한 20개 클럽체제의 승강제로 1992년 창립한 프리미어리그로 출범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챕터 1이다.

 

  미국의 NFL, MLB 등과 같은 프로스포츠가 이미 엔터테이먼트 사업으로 큰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1980년대만 하더라도 영국 축구는 재미없고 경기장을 직관하는 건 위험한 일이며 축구를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실로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축구 사업에서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인 중계권료가 당시엔 너무나 저렴하고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지도 않을뿐더러 중계를 하면 관중이 줄어들까봐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놀랍다. 아무리 뛰어난 재료가 있더라도 이를 가공해 제품으로 만들고 홍보하지 않는다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처럼 영국 프로축구가 실로 그러했던 것이다. 기존 영국의 풋볼리그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22개 구단들이 협회에서 탈출해 새로이 조직한 리그가 프리미어리그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는 얼마 전 유럽축구협회에 속한 최상위권 12개의 팀들이 새로운 이익 창출을 위해 슈퍼리그를 창립하려고 했던 움직임과 비슷해 마치 데자뷰를 보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축구계의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돈 때문에 새로운 리그를 만드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는데 프리미어리그 출범 과정과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어렵겠으나 당시에도 비슷한 반대가 있었을텐데 프리미어리그 출범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슈퍼 리그도 언젠가 다시 논의될 주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게 된 스카이 방송사와의 중계권 막후 협의 과정도 흥미로우며 지금은 우리가 당연시 여기게 된 전세계로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는 위성생중계, 라이선스 사용권, 경기 후 하이라이트 및 리뷰, 현대적이면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유니폼의 후원기업, 해외투어, 경기장 광고판 등 축구를 상업적 이윤이 나는 엔터테이먼트 사업으로 바뀌게 된 역사적 순간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이며, 비단 축구를 포함한 수많은 사업에 영향을 미친 코로나19에도 굴하지 않고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스포츠 산업이다. 경영학적 관점에서도 불과 25년만에 리그에 속한 구단의 가치는 20,000% 이상 증가했으며 212개 나라에서 방영, 전 세계 47억명이 시청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관심 있게 들여다볼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 발전의 예시이며 영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 척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던 축구 문화가 호화롭게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보는 드라마적 요소로 즐기기에도 충분하며 프리미어리그를 사랑하는 축구 팬들은 축구 경기 그 이상의 역사와 구단들의 이야기들에 대해 생생하게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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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 세계일주 단독 항해기
알랭 제르보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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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자기만의 배를 갖고 혼자 세계 일주하는 기분은 어떤 걸까. 망망대해에서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벅찬 기분이 드는 동시에 겪게 될 온갖 위험과 고난에 겁이 나기도 하겠다. 그럼에도 낯선 사람과 낯선 도시에서 마주하게 될 경험은 얼마나 새로울까. 물론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하기에 불안하다. 지금도 자신의 배를 이용해 혼자 세계 일주하는 건 참으로 이루기 어려운 도전과제인데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년 전에 이 과업을 달성한 사람이 있다는 점이 놀랍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프랑스인 알랭 제르보가 유럽인으로는 최초로 단독 항해 세계일주를 이뤄낸 주인공이다. 오래된 경주용 요트인 피레크레를 중고로 구입해 대서양을 항해하고 각종 메달과 훈장을 수여받게 된다. 내친 김에 타히티, 피치 등 폴리네시아 지역이 속한 태평양을 건너 희망봉을 돌아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다. 테니스 대회 우승자이자 1차 세계대전 참전 조종사이기도 한 그가 세계 일주를 하며 남긴 항해기는 여러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 책의 원제는 귀로에서이며 그의 세계일주 일정 중 대서양, 파나마 파트를 제외하고 태평양의 폴리네시아에서부터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다른 경로의 이야기를 담은 태양을 좇아서등 다른 이야기들도 번역이 된다면 함께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항해를 하며 그가 보고 느꼈던 일지를 담아낸 것으로 알랭 제르보가 직접 남긴 기록이기에 그가 사랑한 배 피레크레의 입면도, 평면도에서부터 그가 지나온 항로, 그를 환영해준 태평양의 사람들의 인물이나 생활모습의 흑백사진들과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자필 편지까지 다양한 자료를 함께 보며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을 환대한 원주민들에 대한 애정과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양식에 대한 예찬, 식민통치를 하고 있는 그들의 위선과 독선에 대한 염증을 느끼면서도 단독 항해를 하며 겪게 된 어려움에 마주했을 때 그를 도와줬던 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느낄 수 있다.

 

(86p) 제국주의 시대 서구 열강들이 침략한 곳은 남태평양의 수많은 섬나라들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저자는 원주민들을 지배하며 정착하게 된 서구인의 모습을 비추며 자연적인 생활을 거부하고 침략자로서 권위를 찾으려는 모습을 비판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저자 역시 서구 열강 중 하나인 프랑스인으로 지금과 전혀 달랐던 당시 인식 속에서도 기존의 자연에 적응하는 원주민의 삶을 존중하고 서구 문명을 비판하는 모습에서 시대를 굉장히 앞서 나간 인식이 놀랍다. 항로를 정하고 배를 수리하거나 섬에 들러 총독들의 환대를 받는 등 물론 저자가 서구 열강에 속한 인물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여정이긴 했지만 자신의 문화를 최고로 여기지 않고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은 현재가 아닌 당시의 시선으로는 꽤나 선구적이다.

 

(109p) 백인 문명에 의해 수많은 문명이 사라진 것에 대해 서구 문명의 수탈과 착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삶의 즐거움을 강탈당한 점을 예로 들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과 저자의 실제 삶에서도 프랑스가 아닌 남태평양에 정착해 자연 속에서 원주민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꾼 말과 행동에서 일관된 삶을 실천해 더 진정성 있게 와닿는 것 아닐까.

 

(157p) 문명이 물질적으로 발전되었으나 우리 인류의 의식에서 과연 자연 상태에 비해 우리가 발전한 게 맞을까. 우리가 맛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예전에 비해 좋아진걸까라는 의문을 생각해보게 하는 말.

 

(245) 사회진화론에 입각해 적자생존의 법칙을 인류 사회에도 적용해 타 문명에 대한 열강의 정복을 정당화하던 시대에 문화상대주의에 입각해 원주민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열등하다는 편견을 배제한 채 다른 문명의 사람들을 동등하게 바라보았다는 점은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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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유영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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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일본이 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세계 3위권의 경제 대국임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여전히 선진국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는 다소 물음표가 생긴다. 우리가 소위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에는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앞서나가고 배울 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정치적 자유, 민주주의 시스템, 국민들의 인권 보장, 문화적 다양성 및 신뢰받는 사법 체계와 효율적인 행정시스템이 뒷받침되는 국가 운영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최근 뉴스 등의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된 일본의 모습들을 살펴보면 과연 일본이 선진국인가라는 의문이 들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시선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일본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분석한 저자의 견해를 통해 현재의 일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어쩌면 많은 문제에 직면한 일본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은 무엇일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저자가 단순히 일본을 깎아내리거나 지금 일본에서 보이는 현상을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사법,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현재의 일본이 처한 상황을 다양하면서도 최근 발생한 구체적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이를 일본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구조를 분석하며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가를 심층적으로 설명한다. 현재의 일본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큰 흐름을 함께 짚어나가고 여러 분야에서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의 국가 운영 시스템과 의식의 차이를 살펴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일본이 처한 대부분의 문제의 뿌리가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서구열강의 외양만을 모방한 채 위로부터의 근대화, 밖으로부터의 민주화라는 한계 탓에 장기불황과 신자유주의라는 위기에 부딪쳐 억눌려있던 문제가 쏟아져나온 것으로 본다.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일본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문제점들의 뿌리를 바로 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1장 일본의 법치 파트와 2장 개인보다 사회에 방점을 두는 일본 사회의 특징에 대해 서술한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사법 체계에 대해선 새로이 알게 된 점이 많았고 2장에서는 우리가 흔히 일본 사회가 개인주의라 생각했던 인식을 보다 다르게 정의할 수 있는 설명을 접할 수 있어서이다. ‘일본은 겉으로는 개인주의적 사회로 보이지만, 결코 아니라고 단언한다. 개인주의의 핵심은 사회 비판과 저항의 용인인데, 일본은 이를 수용하는 문화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단의 안정을 위협하지 않는 개인의 일탈 뿐이다. 개인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을 뿐이다.’ ‘고립과 무관심이란 키워드로 접근해 서구의 프라이버시 존중과 다르게 일본은 특유의 민폐 문화로 독립보다는 고립의 색깔이 짙다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인질 사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피의자 대부분을 구속 수사하는 데다 구속 기간도 무한정 늘릴 수가 있어 자백을 받아내는 형태로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진다. 구속 영장을 기각하는 비율도 5퍼센트에 불과하고 첫 48시간은 심지어 변호인의 입회도 금지되는데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유죄율도 한때 99.9%를 기록할 때가 있을 만큼 기소되면 거의 유죄라는 말이다. 또한 형사법의 기본인 무죄추정의 원칙도 사회 전반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으며 책에서 나온 표현처럼 피의자의 인권에 무심하고 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혹독하게 처벌하는 엄벌주의가 지나쳐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가혹하다는 것이다. ‘사회 방위에 중점을 두고 피고인의 인권에 무관심해 억울한 죄를 낳기 쉬운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언제든 그 무고한 피고인이 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들게 할 것이다. ‘용의자=범죄자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점은 사회 질서를 확립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개인보다는 국가를 우선하고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선진 모델이라 삼기 어렵지 않을까.

 

  일본이 메이지 정부 들어 근대화된 사법 체계를 도입하며 근대법의 핵심 가치인 인권, 입헌주의 등에 대한 고민 없이 기존 일본의 봉건적 가치관은 그대로 둔 채 서구의 법체계만 따왔다는 저자의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지금까지도 일본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비단 사법 체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의 일부 세력은 자신들이 부흥기로 생각하는 메이지 시대의 영광을 근간으로 하는 듯하다. 문제는 이들이 여전히 일본의 주류 정치세력이며 경제, 사회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책을 편다는 점이다. 사법권은 입법, 행정부의 세력을 견제하지 못하며 관료주의적 시스템으로 진정한 의미의 삼권분립이라 보기 힘들며 가부장적 사회를 모범으로 생각해 여성 인권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다. 2차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의 통치 편의를 위해 일본의 전후 국가 운영의 인적 단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많은 것이 연속되는 결과를 낳았고 이어진 냉전 체제와 한국 전쟁을 거치며 일본의 진정한 민주화는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이는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 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 도입해보면 우리 역시 인적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수많은 근대화의 시스템의 영향으로 우리 또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현재의 일본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처한 문제점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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