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대장증후군
정원조 지음 / 소금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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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민대장증후군은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늘 함께해오고 일상생활을 하며 불편함을 느꼈던 순간이 셀 수 없이 많다.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의 더부룩함, 헛배 부름, 잦은 설사, 묽은 변 등의 증상은 조금이라도 과식하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 음주 등을 하면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고 그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오르고 답답하다가 결국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조심해야할 음식이나 행동만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을 이유로 병원에 가진 않았다. 완전히 치유되는 병이 아니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과민대장증후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설사 2-3일 연속해서 하는건 흔히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하며 평소처럼 먹다보면 돌아오곤 했는데 최근 유독 오랫동안 설사가 2주 연속으로 이어져서 아무리 달관한 나로서도 조금 걱정스러워 대장내시경을 하고 나오는 길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바에 따르면 대장내시경 결과는 염증이 조금 있었지만 크게 용종이나 궤양은 발견되지 않아 과민대장증후군으로 보인다고 매운거나 과도한 음주 등을 조심하며 식이조절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대장 건강에 크게 위험한 요인은 발견되지 않아 안심이 되면서도 정말 내가 과민대장증후군이라는 걸 병원에서 처음으로 설명을 들었고 평생 안고 가야한다면 이 병에 대해 어느 정도는 내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서둘러 읽게 되었다.

 

 

한의학 박사과정을 이수하신 저자이시지만 한의학의 관점으로만 설명하시는 게 아니라 나아가 체질의학 그리고 기본적인 서양 의학을 토대로 과민대장증후군의 원인, 증상, 유형 등을 알려주는 개론에서부터 다른 질병과의 차이점, 일반적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의 이름, 한의학에서 치료법, 그리고 치료 사례와 식이요법 및 생활습관에 이르기까지 과민대장증후군에 대해 전반적으로 A부터 Z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쉽게 읽혀 어느 정도 기대했던 대로 과민대장증후군에 대한 개념이 대략적으로 자리잡힌다. 흔히 내가 알고 있던 정보가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었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과민대장증후군에 대한 접근 방법과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점이다. 과민대장증후군은 장염이나 대장암 등의 질병 원인이 있는 '기질성 질환' 이 아니라 그러한 원인이 없음에도 병증만을 앓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기능성 질환' 또는 '신경성 질환'이라고 한다. 따라서 과민대장증후군은 질병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기보다는 병증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저자는 나아가 체질에 맞는 치료와 심리적, 정서적 지원까지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신경성 질환이므로 대장에서도 뇌와 더불어 신경이 가장 많은 조직 중 하나이기에 장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선 사람의 심리와 정서가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과민대장증후군 증상 예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책에서는 과민대장증후군을 바라볼 때 개인마다 체질이 다르다고 전제하며 이에 따른 처방 또한 달라야한다는 한의학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사상의학을 적용하며 안내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과민대장증후군처럼 뚜렷한 질병 원인이 없는 기능성 질환의 경우에는 증상을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처방을 하는 것보다 개별적으로 접근해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처방을 보다 세밀하게 적용해 체질의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과민대장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을 주위에서 사실 본 적이 많이 없어서 왜 이런 체질일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구나 싶고 체질이라는게 흔히 의학적 기반 없이 막연하게 얘기하는 느낌이었는데 체질의학적 관점에서 사람마다 개별적인 체질 특징이 있고 타고나는 몸의 성질이라는게 있다는 점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건 아닐지 몰라도 그러한 경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 또한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는 견해라고 본다. 주로 사상의학에서는 호흡기, 소화, , 신장 기능으로 주로 체질을 나누는데 경향성 측면에서 보면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설사 때문에 고생을 해서 과민대장증후군은 설사 증상만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변비를 겪고 있음에도 과민대장증후군에 속한다는 걸 새로이 알게 되었고 유형에 따라 치료 방법의 방향성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자신의 증상이 어떤지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기술했듯 과민대장증후군은 신경성 질환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정적 자극을 받으면 쉽게 발현하기 쉬우므로 그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걸리기 쉽다는데 불행히도 책에서 설명하는 특성 대부분이 일치해서 어쩔 수 없이 평생 안고 가야하는구나 싶다. 책에서 설명하듯 과민대장증후군은 생명을 위협받는 느낌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삶의 질을 자주 떨어뜨리고 항상 불안해하는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인지는 하고 있지만 비슷한 증상임에도 과민대장증후군이 아니라 당장 치료를 받아야하는 기질성 질환임에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혈변, 발열 등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나타나지 않는 증상은 없는지 장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다른 질병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같은 환경적 요건임에도 분명 사람마다 증상의 발현 및 심각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현대 의학에서는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고 대개 비슷한 치료 방식을 사용한다. 이질성보다는 인간이라는 종의 동일성에 초점을 맞춰 치료하는 방식이므로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의미에서 이질적인 인간의 특성 또한 분명히 존재하므로 참고할만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인체의 적불균형' 이라는 개념이 새로웠다. 애초에 육각형으로 완벽한 몸 체질을 가진 인간은 존재하지 않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체질은 강하고 어떤 체질은 약하다라는 걸 받아들이는게 기본으로 하되 또 그것을 맹신하다보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하겠다.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해당하는 체질을 찾아 맞는 설명을 읽어보고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것도 좋을 듯하고 대체적으로 과민대장증후군에 좋지 않은 포드맵이 함유된 식품들을 피하고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은 식품들도 안내되어있고 도움 되는 생활습관, 심리치료도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과민대장증후군 증상을 앓고 있거나 주변 가족분들이 해당할 경우 참고가 될만한 정보들이 많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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