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국선변호사’는 법조계에서, 어쩌면 소수의 위치에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맡게 되는 피고인들의 사회적 위상과 조금은 닮은 것은 아닐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재판에서 벗어나 조금은 덜 관심 받는 사건, 그것에 휘말린 사람들을 변호하는 법조계에서도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진 위치에 있다는 것. 그래서 사무적으로 일하고 피고인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무지에 기반한 개인적인 나의 편견임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채 얼마가 걸리지 않았다. 국선변호사이기에, 그들이 맡게 되는 피고인들이 그만큼 더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 그럼에도 그들의 죄가 꼭 그들만의 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그들이 처한 환경이 일반적인 우리의 삶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들도 자신이 맡게 되는 피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는 점도 새삼스레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미디어에서 접하게 되는 국선변호사의 모습은 열정으로 가득 차 가난하고 어려운 피고인들의 변론을 맡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거나 또는 형식적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그저 행사하는 데 그치는 역할 정도로만 다가왔다. 그러나 국선변호사인 저자의 책을 통해 국선변호사의 단편적인 편견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국선변호사가 어떤 일을 주로 맡게 되고, 어떤 환경에서 피고의 변호를 맡게 되는 지, 보통의 변호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조금은 더 상세하게 알게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국선 변호인에는 ‘국선전담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변호사가 있는데, 국선전담변호사는 말그대로 각급 법원에서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주면서 국선 사건만 담당하도록 위촉하게 되어 예전의 무성의한 변론을 하게 되는 경우가 환경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과 피고인이 기소돼 1심 선고를 받기까지나 항소심 재판을 하는 동안 정도로만 짧은 시간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등 일반변호사와의 차이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법조계와 재판 과정,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피고인들의 스토리라는 구성은 그동안 읽었던 ‘법에도 심장이 있다면’, ‘검사내전’ 등의 책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하지만, 각각 판사, 검사, 변호사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의 시선이나 관점이 다르며 무엇보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건조한 판결문의 문장들만으로는 결코 그들의 모든 삶의 이야기를 알 수 없다는 것과 그들 모두가 우리와 같이 고민하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가 별로 전해지지 않아서’ 이 글을 썼다는 저자덕분에 새로이 국선변호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조각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테다, 빙산의 일각에서 본 이 사소한 이야기도 분명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사회에 큰 영향을 주거나 사람들의 큰 이목을 끄는 재판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이 맡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분명 우리 사회 구성원의 모습이기에 그 나름의 가치가 있으며 생각보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많을 지도 모른다.



또 이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저자는 기자로서 오랜 기간 동안 지내시다 변호사로 활동하시기 때문인지 글을 굉장히 잘 쓴다. 스무살 때 뺑소니를 당해 지능 저하 및 충동 조절 장애를 갖게 되어 정신질환을 앓으며 같은 병동의 환자를 숨지게 한 저자와 동갑내기 피고인의 이야기 속 문장을 예로 들면

‘폐쇄병동에서 과자를 놓고 싸우는 일상과 읽지도 못하는 시계를 자꾸 들여다보는 구치소에서의 일상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무엇보다 그에게 1년6월은 형사 재판이 의도한 정당한 처벌과 반성의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같은 사건에서 무연고자 시신 처리 절차를 밟아 화장된 피해자에 대해선

환자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시간을 알지 못했고, 우리는 그의 시간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쩌다가 중증 조현병 환자가 돼 거리를 떠돌게 됐는지, 어쩌다가 하나뿐인 아들마저도 거주 불명이 됐는지 아무도 말해줄 수 없다. 병원에서 보낸 말년의 시간만 기록에, 그것도 자신을 죽음의 문턱으로 데려간 다른 환자의 형사 기록에 남았다.’


저자가 맡은 사건 속 피고인들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빠져들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씁쓸해지기도 하며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 『이코노미스트』가 본 근대 조선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우리는 근대 조선을 바라볼 때, 우리의 역사로서 바라본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글, 자료들도 우리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마찬가지로 근대 조선을 바라본 주위 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발행된 자료들 역시 우리와 이해 관계가 강하게 얽혀 있는 국가의 시각이 투영되어 자신들의 이익을 담은 결과이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국 언론지인 이코노미스트또한 제국주의 국가의 시점에서 근대 조선을 바라본다. 하지만, 앞선 국가들보다는 근대 조선과 이해관계가 밀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보다 객관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책 속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세계에 영향력을 갖는 언론지이며, 우리 역사나 일본 등의 시점이 아닌 제3자에 가까운 나라의 시점에서 바라본 근대 조선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몹시 궁금했다. 당연하게도 이코노미스트라고 해서 완벽히 객관적이지도, 정답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말처럼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을 살았던 서구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이 어떤 모습이었는 지에 대한 정보는 확실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옛 우리 나라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이코노미스트에 실렸던 조선에 대한 영어 기사문을 보면서 교과서 속 실린 사진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영문기사와 함께 실린 우리 역사를 바라보게 되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동시에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근대 조선과 달리 더 이상 세계와 고립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다행스러웠다. 제국주의 국가인 그들의 시점에서 조선은 우선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지겠지만, 그 과정을 보면서 무역으로 세계화가 진행되던 시대적 배경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뤘던 것인지 확인하면서 절로 분노가 치밀었다. ‘조선의 수입은 주로 청나라와 일본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수입품 중 상당수는 영구에서 만들어진 뒤 조선으로 다시 수출된 것이다조선의 전근대적 조치들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중계무역으로부터 개항 초기에서부터 식민지배까지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조선은 차라리 외국으로부터 현대적 행정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조선 국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씁쓸한 사실이지만 당시 서양인에게 조선 또는 대한제국이 그런 모습으로 바라보였다는 것이 현실이었을 것이다.

 

 글에 들어가기 앞서, 왜 이코노미스틀 통해서 당시 조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을까하는 동기도 구체적으로 작가는 밝히면서, 100여년 전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행한 기사들을 보면 우리가 중요시 배우고 의미있었던 조선의 사건들이 국내에서만 요란하고 국제적으로는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보다 열강들의 관계 속에서의 조선 등이 중요했다는 사실이었고 이는 한국 사람들이 기존에 조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과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기사가 객관적으로 진실인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보다 우리 역사에 관해 관점을 달리 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발견하고 보다 객관적인 우리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서양 제국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조금씩 침투해가는 과정을, 동아시아의 전근대적 시스템으로 인해 군대를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의 발생 군대 동원에 따른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이권 요구 또 다른 사건 발생 군대 파견 군대 동원에 따른 더 많은 이권 요구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봤다는 점은 사실 제도적 시스템이 완비되어가던 제국주의 국가 시점에서 바라본 지극히 서양인 관점이라는 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시각이었다. 영국은 외국과 무역 거래를 할 때, 상인을 보호하는 조치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아시아 국가와 무역 거래를 하다보면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 나라 정부가 상거래에 간섭을 하고 정부가 나서서 영국 상인들을 규제하고 억누르는 사태가 일어나기에 부득이하게 군대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경제규모가 동등하지 않은 국가 간의 자유 무역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며, 이를 막기위해선 국가의 개입이 불가하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자유주의 무역이 득세하던 당시 시절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고, 그들과 같이 우위에 있던 역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경험이 없기에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들의 논리는 그들과 힘과 경제가 비슷한 국가 간에서만 적용되었고, 식민지에선 그들의 사업이 손해를 볼 때, 국가가 암암리에 나서서 개입하고 도왔던 게 진실에 보다 가깝지 않을까.

 

 또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의거 이후,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서 동양인을 지배하는 일은 그들과 완전히 다른 서양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서로 비슷하다면 이런 어려움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이 한국인을 지배하는 건, 서양인이 동양인을 지배하는 것만큼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라는 기사의 관점을 보면 당시 영국에선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시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임을 보여주며 그만큼 제국-식민지의 관계에 무지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힘의 논리 뿐만 아니라 무관심까지 느껴지는 듯하여 서글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볼루션 맨 - 시대를 초월한 원시인들의 진화 투쟁기
로이 루이스 지음, 호조 그림, 이승준 옮김 / 코쿤아우트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볼루션 맨


 이 책은 에볼루션 맨이라는 제목처럼 진화를 해나가는 인류의 모습을 한 가족의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고고학이나 인류학은 분명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쉽게 접근하기에는 전문적이라 다소 어려운 내용일 수 있는데, 인류 진화 과정의 단계를 엿볼 수 있는 화석 등의 유물과 유적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그려낸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기원 전 몇 백년 전의 인류 모습이기에, 인류가 생존을 위해서 동물들의 위협을 받고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에서 불을 통해 점점 더 큰 사냥감을 노리게 되고 다른 동물들로부터 보호하고 사냥해나가는 모습을 읽으며 인류의 진화 과정을 간단한 표현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


 동굴벽화 등을 통해 유추해낸 예술의 영역을 발명해내는 뛰어난 알렉산더’, 어린 동물들을 길러 가축화를 시도하는 윌리엄’, ‘요리를 발견해낸 화자의 어머니 밀리센트’, 과학을 추구하며 발명과 진보를 이끌어가는 아버지 에드워드윌버’, 사유와 철학을 발명해낸 화자 어니스트까지, 가족의 다양한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인류 진화 과정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이야기와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나간다. 불의 발견족외혼과 같은 사회규범과학 기술의 발견으로 이루어지는 인간 간의 위계 등 커다란 흐름을 갖고 인간의 진화 속도를 압축적으로 표현해 나타낸다. 또한, 나무위에서의 삶을 지향하는 이안삼촌과 진보를 추구하는 에드워드간의 대화에서 인류 진화과정에서 있었을 끊임없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을 재밌게 표현한다. 인간의 진화가 진정한 진보라 부를 수 있는 지, 자연적인 진화가 아니기에 속도가 너무 빠르고, 여전히 인간 중심적으로 자연을 바라본 지금의 시선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이 많기에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1960년에 출간되었으나, 지금도 여전히 유쾌하고 코믹하며 위트가 넘친다. 요즘의 언어로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는 표현들에도 웃음이 나면서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또한 시대를 초월해 분명 그 당시 사람들의 진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나타내 표현해준다는 점에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조망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부가적으로 고인류의 모습과 칼리코데리움과 같이 잘 알지 못했던 처음 알게 되는 구석기 시대 고생물들에 대해 살펴보면서 그 자체만으로 재미를 누릴 수 있고 쉽게 읽히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orth 리얼 스칸디나비아 - 북유럽 사람이 쓴 진짜 북유럽 이야기
브론테 아우렐 지음, 안나 야콥센 그림, 김경영 옮김 / 니들북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여러 소설 및 게임 속 세계관이나 반지의 제왕, 토르, 최근의 겨울왕국 2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컨텐츠의 배경과 모티브가 되기도 한, 스칸디나비아의 북유럽 신화와 동시에 전설적인 바이킹 민족이야기가 겹쳐지고, 이케아로 대변되는 실용적이고 모던한 깔끔한 분위기의 북유럽풍 디자인과 노르딕 패턴의 패션을 가지면서 스키를 즐기고 새하얀 설경 속 고즈넉한 분위기 속 최고의 복지국가.

 스칸디나비아는 세계적으로 주류문화인 영미권 중심의 서유럽 문화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지니며, 화려한 자본주의 문화가 지닌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대안으로 작가의 말처럼 그 자체로 ‘브랜드’로서 각광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닌 지라 스칸디나비아 문화는 교육, 복지 면에서 항상 참고모델로 삼는 국가인 동시에 트렌디함을 지닌 문화 요소로도 나름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기독교와 그리스·로마 문명을 기반으로 한 서유럽 문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반면, 스칸디나비아 문화는 개인적으로는 관심은 있지만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전반적인 스칸디나비아 문화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보고 새롭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리얼 스칸디나비아’ 책은 스칸디나비아 출신 저자가 써내려가는 쉽고 재미있는 스칸디나비아 문화 소개서이다. 짧고 간단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어, 누구나 쉽게 읽히며 곳곳에 사진이 비치되어 간접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문화를 쉽게 엿볼 수 있는데 의외로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든 모습에 새삼 놀라기도 한다. 스칸디나비아 출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유머러스한 표현들도 많으며 스칸디나비아식 요리를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해주어 따라 만들 수도 있고, 그들처럼 말하는 방법이나 스타일처럼 옷을 입는 방법 등 어려운 설명이 아니라 지금의 스칸디나비아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음식문화, 야외활동, 가족, 문화, 기념일 등 다방면에서 꽤나 폭넓게 이야기해주어 생생하게 빠져들 수 있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소개하는 짧은 글의 형식인 만큼 스칸디나비아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듣거나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지만, 가볍게 스칸디나비아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하거나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적극 권하고 싶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많은데, 흔히 북유럽이라 하면 북극과 가까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데, 스칸디나비아와 북유럽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핀란드를 제외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가 스칸디나비아 3국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국가처럼 인식하지만 그들은 단연코 스스로를 ‘스칸디나비아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건 스칸디나비아 3국 간에도 각 나라의 문화는 아주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제일 큰형으로서, 질서정연하고 세련되고 자제력이 높은 느낌의 스웨덴, 가장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천연자원을 갖고 있어 야외활동을 광적으로 좋아하고 여유로운 노르웨이, 술을 즐기며 그 중에선 가장 자유분방하고 막내 같은 덴마크까지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들의 삶의 모습과 문화를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다.

 노르웨이의 힐링 공간인 ‘휘테’나 스웨덴의 ‘피카’에서 여유와 따뜻함을 느끼고 싶고, 스웨덴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캔들과 핸드메이드 말 인형인 '달라헤스트’를 인테리어로 하고 싶으며 오픈 샌드위치, 시나몬 롤, 청어 절임, 스뫼르고스토르타 같은 음식에 전통주인 아쿠아비트를 곁들이면 어떤 맛일지 먹어보고 싶다. 겨울의 끝나지 않는 밤과 여름의 끝나지 않는 낮. 멋진 겨울스포츠와 경쟁하지 않고 자신보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을 존중하는 ‘얀테의 법칙’이 존중받는 나라.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휘게’와 ‘라곰’의 정신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 방식에 맞추려 하기보단 기본에 충실한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저자의 말처럼 마냥 부러워하기보다는 우리 나라에 맞는 제도와 주어진 기회를 우리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과 동시에 그들이 초첨을 맞춘 ‘삶의 기본’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하무적 세계사 - 마흔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역사지식
모토무라 료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천하무적 세계사

이 책은 역사의 큰 흐름을 시대순으로 배열하며 키워드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역사그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관점을 7가지 키워드를 통해 설명한다. <관용, 동시대성, 결핍, 대이동, 유일신, 개방성, 현재성>이다. 이 중 개인적으로는 결핍유일신챕터가 가장 심도가 깊고 인상적이었다. 문명과 문화의 차이를 지역적 영향 측면에서 구분하고 그 핵심을 가르는 것을 문자를 기준으로 했다는 점이 명확하게 이해되는 점이나 신의 목소리를 고대 인간은 직접 들을 수 있었고, 문자가 생기면서 유일신 체제로 나아가게 된 흐름등 깊이 있고 신선한 의견이었다. 이처럼 작가는 역사적 사실 조각들을 라는 의문을 갖고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처럼 인류사를 다루는 점이 좋았다. 이를 통해 역사는 우리에게 쓸모있게, 유의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단편적이고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좋은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세계사 문맥력’,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레 키울 수 있는 힘이다. 이 책에서는 세세하게 역사적 사건을 소개하기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통해 사건들 속에서 보여지는 맥락,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역사는 우리네 삶에 유의미하게 다가올 수 있고, 역사가 또한 정확한 사실에 입각하기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역사를 써야 한다는 말에 적극 동의하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현재의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역사는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명의 태동과 발달을 ()’에 주목하여 설명하는 관점, 비주류 이민족 출신으로 각각 220년만에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미국의 오바마와 로마의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라는 신기한 사실, 미국-유럽의 관계를 그리스-로마 관계로 바라보는 점이나 칸나에전투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로마사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는 점, 제국과 로마제국이 동서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국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려주는 등 역사적 사건들을 지루하지 않고 새롭게 묶어 설명하면서 세계사를 지금의 현재와 대화하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서 질문거리를 제공해주는 양서이다.

 

다만, 그렇다보니 핵심 질문과 주제는 선명하나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나 자료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빈약하거나 구체적인 언급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그저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책 제목이 아쉽기는 하다. 부제로 달린 마흔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역사지식이라는 점이나 천하무적 세계사라는 제목은 독자의 관심을 이끌기 위함과 동시에 책에서 밝힌 목적과 같이 삶에서 쓸모있는역사라는 것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짐작되나 원제인 교양으로서 세계사 읽기 방법인 제목이 보다 전체적인 내용을 잘 살린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힌 바 로마사를 전공한 저자이기에,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나 일화가 로마사에 다소 편중된 측면이 있으나 로마이야기만으로도 작가의 시각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모든 역사는 현재사다’, 이 말을 문맥으로 살려서 다시 써보면 모든 역사에는 현재성이 살아 있다정도가 되지 않을까. 역사를 한 편의 영화라고 가정할 때, 인류 역사는 어느 한 순간한 장면의 프레임도 단절되거나 누락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지금 이 순간으로 연결되고 확장해나간다는 뜻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