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사’는 법조계에서, 어쩌면 소수의 위치에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맡게 되는 피고인들의 사회적 위상과 조금은 닮은 것은 아닐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재판에서 벗어나 조금은 덜 관심 받는 사건, 그것에 휘말린 사람들을 변호하는 법조계에서도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진 위치에 있다는 것. 그래서 사무적으로 일하고 피고인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무지에 기반한 개인적인 나의 편견임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채 얼마가 걸리지 않았다. 국선변호사이기에, 그들이 맡게 되는 피고인들이 그만큼 더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 그럼에도 그들의 죄가 꼭 그들만의 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그들이 처한 환경이 일반적인 우리의 삶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들도 자신이 맡게 되는 피고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는 점도 새삼스레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미디어에서 접하게 되는 국선변호사의 모습은 열정으로 가득 차 가난하고 어려운 피고인들의 변론을 맡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거나 또는 형식적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그저 행사하는 데 그치는 역할 정도로만 다가왔다. 그러나 국선변호사인 저자의 책을 통해 국선변호사의 단편적인 편견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국선변호사가 어떤 일을 주로 맡게 되고, 어떤 환경에서 피고의 변호를 맡게 되는 지, 보통의 변호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조금은 더 상세하게 알게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국선 변호인에는 ‘국선전담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변호사가 있는데, 국선전담변호사는 말그대로 각급 법원에서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주면서 국선 사건만 담당하도록 위촉하게 되어 예전의 무성의한 변론을 하게 되는 경우가 환경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과 피고인이 기소돼 1심 선고를 받기까지나 항소심 재판을 하는 동안 정도로만 짧은 시간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등 일반변호사와의 차이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법조계와 재판 과정,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피고인들의 스토리라는 구성은 그동안 읽었던 ‘법에도 심장이 있다면’, ‘검사내전’ 등의 책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하지만, 각각 판사, 검사, 변호사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의 시선이나 관점이 다르며 무엇보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건조한 판결문의 문장들만으로는 결코 그들의 모든 삶의 이야기를 알 수 없다는 것과 그들 모두가 우리와 같이 고민하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가 별로 전해지지 않아서’ 이 글을 썼다는 저자덕분에 새로이 국선변호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조각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테다, 빙산의 일각에서 본 이 사소한 이야기도 분명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사회에 큰 영향을 주거나 사람들의 큰 이목을 끄는 재판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이 맡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분명 우리 사회 구성원의 모습이기에 그 나름의 가치가 있으며 생각보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많을 지도 모른다.
또 이 책의 장점을 말하자면, 저자는 기자로서 오랜 기간 동안 지내시다 변호사로 활동하시기 때문인지 글을 굉장히 잘 쓴다. 스무살 때 뺑소니를 당해 지능 저하 및 충동 조절 장애를 갖게 되어 정신질환을 앓으며 같은 병동의 환자를 숨지게 한 저자와 동갑내기 피고인의 이야기 속 문장을 예로 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