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elfer (셀퍼) - 잃어버린 나를 마주하는 111가지 물음표
작은따옴표 지음 / 셀퍼(Selfer)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나답게 산다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게 살아가야한다는 말을 우리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듣고 있다. 어느 책에서는 보통 나답게 산다는 것의 당위성과 효과를 중심으로 설명하거나 사례나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전달해주거나 나답게 살기 위한 방법을 조언해주는 책 또한 많았다. 읽다보면 주장에 대부분 동의하고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내 삶을 반성하고 앞으로 다가올 삶의 순간들에서 나답게 살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을 들게 해준다. 하지만 책을 덮고 실제 삶 속에 살아가다보면 이를 적용하기란 막연한 경우가 많았다. 사람마다 각자 경험해온 환경이 다르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삶을 내 삶 속으로 가져다오는게 맞지 않았고 어려웠다. 그래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봐야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찾아간다는 것, 발견한다는 게 모호하고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잘 몰랐다. 주위를 따라가기보단 뚜렷한 주관을 세우고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게 해주는 ‘Selfer’의 질문들이 그래서 반갑고 고마웠다.
이 책에서는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 또는 그런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바로 ‘Selfer’라 칭한다. 아직 온전한 나를 찾지 못했지만 이를 찾아가는 사람 또한 Selfer인 것이다. 나에 대한 질문에서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사랑, 관계, 감정 그리고 타인과 우리라는 7가지 테마에 걸쳐 111가지 질문에 대답해가며 스스로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아무런 의문 없이 당연하게 살아가는 많은 관념들에 대해 내가 어떻게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진실하게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SNS에 올리는 것이 아니기에 솔직할 수 있으며 기한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음을 약속할 수 있다. 차례대로 하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일기를 쓰듯 적을 수 있으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의 나와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른 사람의 외모, 관심사, 재능 등에 대해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가도 자신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 경우가 있다. 청소년기부터 대학생을 지나 지금까지도 늘 고민이 되지만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서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책에서 나오는 질문 하나하나 대답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지금’ 당신의 모습은 과거의 당신이 바랐던 모습인가요? 라는 질문에 곰곰이 십대 때 꿈꿨던 나의 모습과 지금 모습 사이의 차이에서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긍정적인 모습도 보이기도 하고 앞으로 ‘미래’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라는 질문에 나는 무엇을 기억해야하는걸까 고민해보게 되고 ‘기억 냉동고’에 미래의 내가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며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 물건, 취향 등을 명확하게 선택해보기도 했다. 이외에도 ‘죽음이 두려운 것이라면, 죽음이 당신에게 ’앗아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 ‘지난 1년 동안 당신이 한 선택 중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꼈을 때 당신은 어떤 행동을 했나요?’, ‘당신의 울타리는 어떤 모습인가요?’ 등등이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계’ 테마에 있는 질문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요?’, ‘힘겨웠거나 버거웠던 관계가 있었나요?’ 등의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질문과 챕터마다 함께 안내해주는 문구들도 질문들에 대답해가는 독자를 격려하듯 친절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말들로 질문에 대답해가는 과정을 지지해준다. ‘배는 주변에 물이 있다고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그 물이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가라앉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신 주변의 것들이 당신 안으로 들어와서 당신 스스로 가라앉게 만들지는 말아라.’
또한 추가로 가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묻는 질문들과 21일 동안 자신이 갖고 싶은 습관을 기를 있도록 도와주는 챌린지와 캘린더를 통해 앞서 답했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들이 실제 자신의 삶 속으로 연결되고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내해 더욱 좋았다. 아직 모든 질문들에 대답을 해보진 못했지만 여러 가지 질문에 나름의 고민을 담아 대답해보며 스스로에 대해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바쁜 삶 속에서 어쩌면 가장 잊기 쉬운 존재가 바로 자신이 아닐까 싶다. 빠르게 흘러 가는 삶의 물결 속에 자신이 부유하지 않도록 뿌리를 세우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지금의 우리에게 자신에 대한 질문에 답해보는 시간은 의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