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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 - 가장 부유하고 파괴적인 스포츠 산업이 되기까지
조슈아 로빈슨.조너선 클레그 지음, 황금진 옮김 / 워터베어프레스 / 2021년 7월
평점 :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유수의 유럽 축구리그 중에서도 가장 큰 발전을 해온 최고의 리그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선수들이 리그에서 활동하며 팬들에게 주는 즐거움을 기반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이먼트 사업으로 발전해왔으며 타 리그에 비해 뛰어난 확장성과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거대한 자본을 유입하게 만드는 명확한 강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뛰어난 축구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리그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단적인 예를 들면 얼마 전 끝난 2021-2022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4대리그의 다른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리그들의 지출금액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앞선다. 축구팬으로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프리미어리그의 한 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챙겨보다보면 한 두팀이 독주하고 있는 타 리그에 비해 리그 내 경쟁이 치열하며 영어를 사용하는 장점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익을 재분배해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팀들의 수익성을 높이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도 큰 도움을 주는 점 등이 프리미어리그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대략적으로 설명했으나 보다 프리미어리그를 만들어가는 각 구단들에 대한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리그를 즐긴다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시각으로 리그를 바라보고 경기를 보는 즐거움도 보다 더 크지 않을까. 축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경영학의 관점에서 보아도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시장의 독보적인 위치에까지 오른 성공 신화를 분석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축구를 사랑하고 특히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애정하는 수많은 축구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용을 가득 담고 있다. 저자는 팬들에게 익숙한 영국 언론의 기자들이 아닌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의 스포츠 담당 기자들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미국의 여러 스포츠 엔터테이먼트 사업의 특징들과 관련지어 비교, 분석해줄 수 있는 역량과 함께 프리미어 리그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엔터테이먼트 사업 중 하나가 되었는지 프리미어 리그의 탄생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단순히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 역사의 순간의 현장에 있었던 인물 및 빅6 구단의 결재권자와 간부, 구단주 등 수없이 많은 인물들과 나눈 대화를 재구성해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팀 이외에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리버풀 등 소위 빅6 클럽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몇몇 구단들의 깊숙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즐겁고 새로 알게 된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영국 프로축구가 우리에게 익숙한 20개 클럽체제의 승강제로 1992년 창립한 프리미어리그로 출범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챕터 1이다.
미국의 NFL, MLB 등과 같은 프로스포츠가 이미 엔터테이먼트 사업으로 큰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1980년대만 하더라도 영국 축구는 재미없고 경기장을 직관하는 건 위험한 일이며 축구를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실로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축구 사업에서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인 중계권료가 당시엔 너무나 저렴하고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지도 않을뿐더러 중계를 하면 관중이 줄어들까봐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놀랍다. 아무리 뛰어난 재료가 있더라도 이를 가공해 제품으로 만들고 홍보하지 않는다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처럼 영국 프로축구가 실로 그러했던 것이다. 기존 영국의 풋볼리그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22개 구단들이 협회에서 탈출해 새로이 조직한 리그가 프리미어리그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는 얼마 전 유럽축구협회에 속한 최상위권 12개의 팀들이 새로운 이익 창출을 위해 ‘슈퍼리그’를 창립하려고 했던 움직임과 비슷해 마치 데자뷰를 보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축구계의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돈 때문에 새로운 리그를 만드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는데 프리미어리그 출범 과정과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어렵겠으나 당시에도 비슷한 반대가 있었을텐데 프리미어리그 출범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슈퍼 리그도 언젠가 다시 논의될 주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게 된 스카이 방송사와의 중계권 막후 협의 과정도 흥미로우며 지금은 우리가 당연시 여기게 된 전세계로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는 위성생중계, 라이선스 사용권, 경기 후 하이라이트 및 리뷰, 현대적이면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유니폼의 후원기업, 해외투어, 경기장 광고판 등 축구를 상업적 이윤이 나는 엔터테이먼트 사업으로 바뀌게 된 역사적 순간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이며, 비단 축구를 포함한 수많은 사업에 영향을 미친 코로나19에도 굴하지 않고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스포츠 산업이다. 경영학적 관점에서도 불과 25년만에 리그에 속한 구단의 가치는 20,000% 이상 증가했으며 212개 나라에서 방영, 전 세계 47억명이 시청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관심 있게 들여다볼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 발전의 예시이며 영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 척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던 축구 문화가 호화롭게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보는 드라마적 요소로 즐기기에도 충분하며 프리미어리그를 사랑하는 축구 팬들은 축구 경기 그 이상의 역사와 구단들의 이야기들에 대해 생생하게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