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산 없이 비올라 ㅣ 샘터어린이문고 72
허혜란 지음, 명랑 그림 / 샘터사 / 2023년 4월
평점 :
음악을 소재로 어린이의 정신적 · 육체적 회복을 그린 동화
‘우산 없이 비올라’를 만났다
열세 살 주인공 ‘선욱’은 바이올린을 하다가
재작년부터 비올라로 바꿨다
시립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고,
파트의 뒷자리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수석을 맡고,
전공할 것을 권유받고,
실력 있는 유학파 선생님에게 레슨받으며 콩쿠르에 나갔다
그러나 무서운 선생님과의 레슨은 공포로 다가오고
친구와 경쟁 상대가 되어 멀어진다
그러면서 차츰차츰 즐거운 음악은 멀어져 가고
정확한 음악만 다가왔다
정형외과 치료와 신경정신과에서 상담도 받는데
레슨을 받기 위한 병원 치료인 셈이었다
당장 레슨을 그만두라는 아빠와
힘들다고 그만두면 안 된다며 모두가 다 그렇다는 엄마
다른 애들이 운동하고 공부하며 놀 때
줄곧 악기 연습만 했던 선욱은
잘하는 건 오로지 악기 연주뿐이라
음악을 잘해야 행복하고 자유로운 것 같다
좋은 연주자가 되고 싶은데 힘들다
힘들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 말을 하는 것이 두렵다
이제 와서 그만둘 수 없다
비올라 레슨을 잠시 쉬는 이번 방학에 외갓집에 와서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 선욱은 가발 쓰고 하이힐 신은
할머니를 따라 자꾸만 마을 회관에 갔다
일흔 살 넘은 할머니들은 날마다 광복절 행사를 위해서
이런저런 타악기를 두드리고 자유롭게 춤을 췄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주눅이 들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잘하지 못해도 잘 놀던 할머니들을 보며 선욱은 끌리게 되고
음악을 잘해야만 행복한 줄 알았는데
할머니를 보니 재미있게 해야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가온 광복절, 응원에 힘입어 비올라를 연주하게 된 선욱
생일 축하 노래 멜로디에 맞춰 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른다
이름을 넣어 불러야 하는데
서로가 서로의 이름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이름을 소개하며 할머니들은 서로의 이름을 되찾는다
우리의 소원 노래에 맞춰 울려 퍼지는 할머니들의 외침
선욱의 마음도 동요되고 그때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악기가 물에 젖는 것은 치명적임을 알면서도
선욱은 계속 연주를 이어나가기로 한다
화를 내던 레슨 선생님, 엄마와 아빠의 얼굴,
외면했던 친구, 어두운 무대, 심사위원들 등이 스쳐갔다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만의 소리를 되찾은 선욱은 후련해진다
주인공 선욱의 모습은 현재 아이들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자신의 즐거움보다는 어른들에게 자신을 맞춰 움직이고
짜놓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살아간다
재능도 뛰어났고 잘하고 싶어서 즐겁게 시작했지만
어느새 음악은 선욱에게 버거워지고 즐기기 힘들어졌다
정확히, 그리고 자신만의 소리를 내라는 선생님은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앗아갔다
좋은 연주자가 되고 싶은데 현실은 버겁기만 하고
막상 그만두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힘든 선욱은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런 선욱의 모습과 그만둬야 한다는 선욱의 아빠,
다들 그런 과정을 겪는다며 밀고 나가는 엄마의 모습도
많은 부모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라 현실적이다
할머니와 일주일 동안 지내며 지켜본 모습은
뭐든지 재미있게 하려고 하다 보니 잘하게 되고
자유롭게 즐겼더니 행복해 보였다
선욱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게 됐고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여
결국 스스로를 묶고 있던 것들에서 해방됐다
동시에 새별, 진주에게 연결되며 이어지는 이야기
눌려있던 것들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상을 살아갈
세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선욱의 성장통을 보며 부모로서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반성도 하게 된 책
스스로 깨어나 첫걸음을 떼게 된 선욱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연주했던 빗속에서 비올라
우산 없이 비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