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물론 - 인터뷰와 지도제작
릭 돌피언.이리스 반 데어 튠 지음, 박준영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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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 이 책은 단순한 철학서가 아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철학의 선두주자라 평가받는 이 시대의 탁월한 철학자들이 힘을 모은 공동 저작으로 유물론의 개념을 새로 써나가는 첫 발자국을 떼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하게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라는 것이 철학, 페미니즘 등의 현대사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신유물론 : 인터뷰와 지도제작>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편저자가 만난 철학자 네 명과의 인터뷰가 담겼다. 신유물론의 최초 세대라 불리는 로지 브라이도티, 마누엘 데란다, 카렌 바라다, 퀑탱 메이야수까지 네 명의 철학자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저자인 릭 돌피언과 이리스 반 데어 튠의 논문으로 2부가 이어진다. 1부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4명의 철학자에게 질문을 하고 해답을 얻어가면서 그들이 가진 사상에 대해 읽을 수 있었다면 2부에서 편저자들이 1부의 인터뷰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고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저자들이 4명의 철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나서 얻어낸 대답들을 서로 이어가며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려고 한달까? 다만, 그들에게 이 책은 신유물론에 있어서 하나의 '마침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신유물론이라는 새로운 사유를 창조해내려고 할 뿐!



신유물론은 하나의 이론으로 보편하거나 영원한 관념이 아니라 학문과 학문 사이를 가로지르며 변화를 일으키며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다. 유물론은 관념론, 유심론과 대립되는 것으로 '물질'이 1차적이며 '정신'과 '의식'은 2차적이라는 철학적 입장을 가진다,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나에게 이책을 완독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은 옮긴이 해설이나 부록으로 실린 용어해설부터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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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의 1초 인생 기린과 달팽이
말린 클링엔베리 지음, 산나 만데르 그림, 기영인 옮김 / 창비교육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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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곱 살인 아이들은 아직도 방귀, 응가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까르르, 까르르. 세 살인 막둥이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이유는 방귀쟁이 아빠 때문일까요?ㅎㅎ 그런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읽어 보았던 유쾌한 그림책이자 창비교육의 새 그림책 시리즈인 '기린과 달팽이'의 세 번째 그림책인 <방귀의 1초 인생>을 소개해 볼게요.



그림체도 그렇고, 색감도 참 마음에 들었던 그림책이에요. 그런데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이 책이 참 재미있다는 것인데, 알고 보니 유럽의 권위있는 어린이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두 그림책 작가가 웃기려고 작정해 만든 책이라는 점이에요.



'방귀'라는 단어만 나와도 베시시 웃는 우리 딸, 방귀의 짧디 짧은 인생에 대한 재미있는 삽화가 들어간 책이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뿡, 빵, 뽕, 스스스, 뿌지직, 뿌릉! 세상에 똑같은 방귀 소리는 없지요. 하지만 어째 아빠 방귀 소리와 아이들의 방귀 소리가 닮아가는 것 같은 것은 엄마의 느낌일까요!? 유쾌한 그림책 <방귀의 1초 인생>은 방귀를 배출하는(?) 사람의 인생만큼이나 다채로운 방귀의 인생 이야기가 담겼는데요.



알프스 산을 오르는 모험가의 방귀, 방귀 소리로 하모니를 만드는 음악가 방귀, 깊은 바닷속을 잠수해 탐험하던 잠수부의 방귀 등등 방귀의 주인의 인생에 따라 다양하고 다채로운 방귀의 인생이 펼쳐져요. 단, 모든 방귀가 동일한 것은 반짝 자신의 삶을 누리다가 스르륵 사라진다느 점이에요.




어떤 방귀는 소리 없이 나타나 독한 냄새로 주변 사람들을 쓰러지게도 만듭니다. ㅎㅎㅎ



음악가의 방귀는 기상천외한 음악을 만들기도 하지요! :)


<방귀의 1초 인생>을 읽다 보니 어쩐지 방귀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아들! "혹시 또 아빠가 몰래 방귀 뀐 거 아니예요!!??"하며 성을 내는 우리 아들, 그러자 아빠가 대답합니다. "아빠는 몰래 그러진 않아!" 그게 과연 자랑일까요 ㅎㅎ 엄마는 방귀 냄새 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만 싶네요. 아빠를 닮아 방귀를 뿡뿡 배출하는 삼 남매와 함께 살기란 참으로 힘겨운 일이네요 ㅠㅠ


방귀는 아주 오래도록 아이들이 사랑해왔던 소재였지만, 방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은 <방귀의 1초 인생>이 처음인 것 같아요. 작정하고 전 세계의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그리게 되었다는 이 그림책, 확실히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 유쾌한 방귀의 인생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이들과 꼭 함께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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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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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그냥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과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있다. 투박한 단어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단순한 진심은 거창하고 유려한 문장에서는 만날 수 없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일상같은 편안한 문장들이라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기 전까지 편한 친구의 이야기처럼 펼쳐 볼 수 있었던 <걷는 독서>는 박노해 시인이 풍경들과 책 사이를 유랑하면서 획득한 찰나의 순간들과 깨달음이 담겼다. 423개의 시어들은 때로는 잠언집처럼 나의 고민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기도 했고, 때로는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다가왔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걷는 독서> p.320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 속도로, 깊이깊이.


<걷는 독서> p.477


그야말로 우리는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책의 서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린 지금 너무 많이 읽고 너무 많이 알고 너무 많이 경험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적정한 정도의 침묵과 고독을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고자 하고 타인의 인정을 구한다. <걷는 독서>는 더하기의 삶이 아닌 빼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엇을 가졌는지가 아닌 아무것도 없음을 이야기함으로써 반대로 우리가 가진 의미들을 증명해낸다. 길을 잃어 방황하거나 무엇을 잃어도 그것은 다 나름의 소용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다른 무언가가 되려고 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으로 충분한데.


<걷는 독서> p.725



서둘지 마라, 그러나 쉬지도 마라.


위대한 것은 다 자신만의 때가 있으니.


<걷는 독서> p.867


자기 자신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 위대한 것은 다 자신만의 때가 있다는 말. 그동안 다른 무언가가 되기 위해,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느라 지친 우리에게 너무도 필요했던 말이 아닐까. 세상 전체를 응축해낸 것 같은 문장들은 투박하지만 진심을 담아 우리의 지친 마음을 어루어만져 주는 듯하다. 880 페이지에 달하는 <걷는 독서>는 박노해 시인이 20여 년간 쉼없이 걸어온 세상 그 자체이다. 유려하진 않지만 거창하지 않고, 투박하지만 온전한 진심이 담겼다. 무엇이든 넘쳐나 부족할 것이 없는 시대라지만 무엇으로도 해소할 수 없는 목마름으로 괴로운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걷는 독서>에 담긴,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어들을 읽다보면 깨끗하고 시원한 물 한잔을 들이킨 것처럼 머릿속이 점차 명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걷는독서 #박노해 #느린걸음 #에세이 #시집 #시 #박노해시 #걷는독서 #좋은시 #인생시 #시추천 #짧은시 #시집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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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함께해 다독다독 아기 그림책 9
김선영 지음, 썬비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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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손 대는 장난감마다 다 자기 거라고 우기는 막내, 정말 어쩌면 좋나요 ㅠㅠ 그나마 나이 터울이 4살이나 나는 큰 아이들이 무조건 양보해주는 덕분에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기는 합니다만, 양보하기만 하는 큰 애들 볼 때마다 짠한 엄마 마음ㅠㅠ 그런 막둥이를 위해서 골라본 아기 그림책 다독다독 아기 그림책 09 <우리 모두 함께 해>을 소개해볼게요! :)



폭신폭신 사랑스러운 그림체라 엄마 마음에도 쏙 든 그림책인데요, 두꺼운 보드북인데다 지금 해당 도서 구입시 양치컵 증정하는 이벤트(포인트 차감 방식)도 진행중인데다 예스24에서는 1만원이하지만 무료배송 쿠폰까지 발급하고 있어요. <우리 모두 함께해> 아기 그림책 구입예정이신 분들은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양치컵도 참 예쁘죠? 손잡이를 뒤집으면 칫솔을 걸어둘 수 있는 기능도 있답니다!



주인공 아기 곰은 솜처럼 하얀 털인 사랑스러운 모습이에요. 하지만 욕심이 어찌나 많은지, 들에 핀 꽃도 숲 속의 나무도 모두 자기 거라고 우겨요. "내 거야, 내 거!"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귀여운 막둥이가 생각나네요.



 


숲 속 친구들과 함께 공유해야 할 시소나 그네도 모두 자기 거라고만 하니 숲 속 친구들이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아기 곰은 늘 혼자였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조금씩 '나'라는 자아 개념이 발달하는데요, 동시에 '내 것'이라는 소유욕이 생기게 된다고 해요. 형, 누나의 장난감도 모두 자기 거라고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우리 막둥이를 보면서 한 때려니 생각하다가도 나머지 두 아이가 속상할까봐, 또 이런 행동이 굳어져서 커서도 욕심 많은 아이가 될까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장난감이나 좋은 것들을 혼자 독차지하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면서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아기 곰은 깨닫게 됩니다. 그런 아기 곰을 보면서 우리 막둥이도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매일 자기 거라고 우기는 아기 곰이 미울만도 한데, 숲 속 친구들은 아기 곰에게 다가가요. 함께 놀자고 말이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 된 아기 곰, 우리 막둥이도 형아 누나에게 양보도 하면서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로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던 아기 그림책 <우리 모두 함께해>,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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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나무 1 - 그림 문자로 풀어내는 사람의 오묘한 비밀 한자나무 1
랴오원하오 지음, 김락준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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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은 거북이의 복부 껍질이나 짐승의 어깨뼈를 사용해 점을 친 뒤, 그곳에 점을 친 내용과 결과를 새겨 넣은 글자를 일컫는다. 1899년 발견된 갑골문은 중국 고대 사회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생활상까지도 오롯이 담아낸 귀중한 역사적 자료라지만 그에 관한 지식이 미천한 내가 보기에는 지금의 한자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 반면 무의미한 낙서쯤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한자나무>는 중국 고문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당시의 생활상과 정치 경제적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은 마치 고대 문명으로 접근할 수 있는 비밀의 마스터키와도 같았다. 



중국 역대 왕위 계승자는 주로 적장자(정실이 낳은 맏아들)였고, 이 방식은 상나라 후기의 제왕들이 만들었다. 왕위 계승자인 장자는 비교적 많은 특권을 가졌다. 예를 들어 장자는 제사를 지내는 대표권이 있어서 제를 올리기 전에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고대 중국인들은 물이 부족한 북쪽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농작물도 가뭄을 잘 이기는 보리를 심었고, 목욕 또한 자주 하지 못했다. 따라서 대야에 물을 받아 목욕을 하는 사치스러운 향유는 거의 장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한자나무 1> p.50~51 맏 맹(孟)에 대한 설명 중에서



갑골문, 금문은 모두 노예를 잡아 배에 태운 것을 표현했다. 그래서 '복'은 사람을 굴복시키다'라는 의미를 낳았고, 이 땐 정복, 복종 등의 표현에 쓰인다. 또한 정복한 이민족들이 저마다 독특한 옷을 입은 점 때문에 '의복'이라는 의미도 낳았다. 

<한자나무 1> p.92 옷 복(服)에 대한 설명 중에서



 


<한자나무>는 5000년의 역사를 가진 한자에 대한 책이지만 비단 한자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한자나무>의 저자는 먼저 한자 하나하나를 잘게 쪼개 그것을 구성하는 부수부터 각 부분이 의미하는 바를 명쾌하게 분석해냈다. 중국의 간체자에 익숙한 중문학도인 내가 간혹 대만 및 홍콩 등지의 번체자를 접할 때 맞닥들여야 했던 갑갑함과 울렁증을 해소시켜 주는 느낌까지 들었다. 각 한자를 구성하는 부수의 기원 및 유래와 변천과정을 밝혀 내고 그것을 둘러싼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도 더했다. 글자 하나에 그렇게나 오묘한 원리와 이야기가 담겼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의 저자가 인류학자나 문자학자가 아닌 이공계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랴오원하오 교수는 우연히 중국 고문자에 흥미를 갖고 10여 년간이나 다양한 검증 방법으로 연구와 천착을 거듭했다고 한다. 자신의 주특기인 컴퓨터 정보처리 능력으로 한자들 사이의 관계와 그 원리를 밝혀내었고 연구 결과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치밀한 원칙까지 세워 재차 검증해 얻어낸 결과물이 바로 <한자나무>이다. 이공계 출신 교수가 그려낸 중국 고문자의 파생 관계도를 보며 나의 지적 호기심도 충족할 수 있어 즐겁기도 하지만 이공계 출신의 교수가 고문자 연구에 천착하며 한자가 주렁주렁 달린 한자나무를 그려내고 재차 삼차 검증하며 흡족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무언가를 즐기는 사람은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덕질(?)에 심취한 한자 매니아 저자의 책은 감탄을 자아낸다. 한자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나 혹은 나처럼 번체가 어려운 중문학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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