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 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
한성윤 지음 / 싱긋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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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하면 내 머리에 떠오르는 건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넓고 푸릇푸릇한 잔디밭과 잔디밭이 내려다보이는 관중석에서 바삭바삭한 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한잔 곁들이는 것, 그리고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며 하는 응원 정도다. 인문학책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으로 야구라는 종목 하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일본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것과 등가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 놀라웠고 또 '고교' 야구에 이렇게나 웅장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또 놀라웠다. 고시엔이란 일본 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대회를 의미한다. 전국 4천여 개 야구팀이 우승컵이 아닌 우승기를 두고 경쟁하는 일본 최대의 고교 야구 대회로 이 선수권 대회는 승부(역시 굉장히 중요하지만)를 떠나 그에 관련한 모든 것이 뜨거운 청춘을 상징한다. 이 책은 청춘, 여름, 그리고 꿈의 무대 고시엔에 대한 책이며 나아가 일본 문화 사회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이 담긴 인문 교양 에세이다.




인문 에세이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은 현재 KBS 스포츠 기자로 활동 중인 한성윤 기자가 쓴 책이다. 저자의 이력도 꽤 흥미롭다. 초등학교 2학년(우리 집 첫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데...)에 대통령 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을 보며 고교 야구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각종 스포츠 중계방송을 함께하며 스포츠 키즈로 성장해 스포츠 기자까지 되었으니 완벽하게 '성공한 덕후'가 된 케이스다. 이 대목에서 아이와 야구 경기를 꼭 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ㅎㅎㅎ)



해마다 8월이 되면 뜨거운 태양과 함께, 그 뜨거운 태양보다 더 불타는 열정을 가진 소년들이 '꿈의 구장'이라 불리는 일본 한신타이거스의 홈구장으로 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H2>는 그런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고시엔이나 고교 야구에 대해 감이 오지 않는다면 참고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1세기가 넘도록 고교 야구가 변함없는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고교 야구 시합에서는 여전히 제비뽑기나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가르기도 하는 등 최첨단 시대에 상상하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면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별 규칙이 존재하기도 하고 선수를 소개하는 아나운서가 지켜야 할 까다로운 매뉴얼 등도 있어 솔직히 "왜?"라는 생각을 누르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웬만해선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유독 야구에 관해서만큼은 많은 눈물을 흘리기로 유명할 만큼 그들의 야구 사랑은 대단하다. 야구라는 종목에 대한 사랑이라면 고교생들의 경기보다 프로 야구 선수들의 경기가 더 볼만하지 않을까? 고시엔, 고교 야구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언뜻 봐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청춘과 고시엔을 연결시켜보면 생각보다 쉽게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 그저 까까머리 고교생들이 벌이는 경기로서가 아니라 우리네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뜨거운 청춘에 대한 그리움이 고교 야구에 대한 사랑의 밑바탕은 아닐까?




이방인의 눈으로 고시엔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을 보며 그들에게 100% 공감하기란 조금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국제 대회에서 금지하는 금속 배트를 여전히 사용해 위험성이 높다는 점, 일본 고교 야구선수 모두 군대 문화를 연상케 하는 빡빡 머리라는 점, 여자 선수가 결코 진입 불가능한 남녀 차별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 등을 제외한다면 그들의 고교 야구에 대한 사랑은 살짝 부럽다. 우리나라 고교 야구 경기장의 텅 빈 객석을 떠올려보면 말이다. 일본의 고교 야구에 대한 책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일본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웅장한 이야기가 담긴 인문학책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저처럼 야구에 문외한인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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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비밀 하나 파란 이야기 7
황선미 지음, 김정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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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라는 주제로 어린이들의 마음과 성장을 그려온 황선미 작가가 이번에 <찰랑찰랑 머리 하나>로 돌아왔어요.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 다들 하나쯤 가지고 있지요? 우리의 주인공 봄인이에게도 비밀이 하나 있답니다! 결국엔 엄마도 살짝 눈물을 찍어내며 읽었던 어린이 창작동화 <찰랑찰랑 머리 하나>를 소개해볼게요~



 


주인공은 '찰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봄인이인데요. 길고 찰랑찰랑 긴 머리카락이 매력인 친구였는데 머리카락을 단발로 잘라버리는 일이 생겨요. 무슨 일일까요!? 당차고 똑 부러진 우리 봄인이가 열한 살 인생 중 가장 힘든 일을 만나게 되고나서인데요. 그건 바로 함께 살던 할머니가...(눈물 좀 닦고) 요양원에 들어가게 돼요. 할머니는 봄인이 앞에서는 애써 기쁜 척하며 요양원에서는 게이트볼도 할 수 있고 이것저것 즐거운 일이 많다며 이야기를 해요. 봄인이는 이것 때문에 살짝 섭섭하기도 했지만요.



 


요양원에 가게 된 할머니와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엄마아빠를 대신해 앞으로 봄인이를 돌봐줄 사람은 머리가 덥수룩한 삼촌이에요. 깐깐한 봄인이는 삼촌의 겉모습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삼촌은 삼촌대로 노력한다고 했지만 봄인이의 긴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또 피부 아토피가 생겨날 정도로 서툴러요. 



밤늦게 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건지! 삼촌은 늘 늦게 일어나요 ㅠㅠ 봄인이는 삼촌 방문을 빵! 차고 들어가서 "삼촌! 10분 전 아홉시인데 이 동네 학교는 늦게 가도 되는 거예요!?"라고 질문합니다.ㅎㅎ 백수 삼촌은 뭔가 수상해요. 전화로 이상한 비밀 암호같은 말만 하고 늘 게임만 하고 사는 것 같으면서 신발에는 흙이 잔뜩 묻어있어요. 삼촌의 정체에 대해서도 창작동화 <찰랑찰랑 머리 하나>의 결말에 나온답니다! 삼촌의 정체 역시 가슴 뭉클해지는 하나의 요소니 꼭 책으로 확인해보세요~



 


봄인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삼촌과 함께 살게 된 것이 하나의 비밀이에요. 친구들에게도, 학교 선생님에게도, 그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



우리 봄인이, 찰랓찰랑하던 머리카락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마구마구 헝클어졌네요. 머리카락이 긴 딸을 둔 엄마라 핵공감되는 삽화였어요. ㅎㅎ 하루라도 잘 빗겨주지 않으면 저렇게 원시인(?)처럼 되고마는 긴 머리카락 ㅠㅠ



결국 긴 머리카락을 시원하고 자르는 봄인이, 자르고 나니 훨씬 귀여워보이네요! :)



할머니가 잘 지내는지 궁금했던 봄인이는 결국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으로 찾아가요. 이 대목부터 눈물샘이 폭발하게 됩니다 ㅠㅠ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는 할머니를 보면서 찰랑이는 가슴이 아팠어요. 교감 선생님을 오래 했을 만큼 똑똑한 할머니가 찰랑이도 잘 못 알아보는 걸 보니 겉으론 웃으려 애썼지만 찰랑이의 가슴은 울음이 꽉 차서 뻐근했지요ㅜㅜ



찰랑이는 드디어 자신의 비밀을 모두에게 털어놓기로 합니다! 학교에서 '우리 가족 발표'에서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엄마아빠, 그리고 할머니, 지금 함께 지내는 삼촌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요. 우리 봄인이, 이렇게 훌쩍 컸네~ 싶어서 어찌나 대견하던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고학년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어린이 창작동화, <찰랑찰랑 머리 하나>를 읽으며 모두들 가지고 있는 비밀에 대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오늘 저희 딸아이는 필통을 집에 두고 갔는데 고민고민하다가 학교에 가서 가져다주었거든요~ 혹시나 당황했으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그게 완전 기우였어요~ 우리 딸 아무렇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더군요 ㅎㅎ 역시 아이들은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하고! 야무지다는 걸 오늘 느꼈어요~ 필통 안 가져간 거 친구랑 선생님 모두한테 비밀이었는데 엄마 때문에 들켰다며 ㅋㅋ 아쉬워하더라는.. 아이와 볼만한 창작동화책 <찰랑찰랑 머리 하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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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 : 거대 괴물로부터 바다를 구하라! - 서바이벌 환경 학습만화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
토깽이네 지음, 양선모 그림, 잼 스토리 글,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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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재미있는 책은 아이들이 더 빨리 아는건지! 아이들의 정보력을 새삼 깨달은 책, 학습만화책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을 소개해 볼게요! 벌써 3권이 나왔네~라면서 딸아이에게 쓱 내밀었더니 "엄마! 이 책 진짜 재미있잖아!"라네요. ㅎㅎ 스마트폰(있지만 아직 주지 않음)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서점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런 건 어떻게 아는지 신기하네요~ 어린이만화책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은 재미도 재미지만 환경관련책이라 아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추천하는 만화책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 함께 환경관련 만화책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을 읽어볼까!?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은 원래 유투브 채널인 토깽이네에서부터 시작된 만화책이에요. 이 유튜브 채널이 약 95만이 넘는 구독자가 있다는 사실!! 그림체가 애니메이션처럼 정말 생동감이 넘쳐요~ 예뻐서 더 눈이 가기도 하고요.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아이들이랍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영웅이 아니어도 최선을 다해 지구를 지키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더욱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의 차례를 살펴보아요. 각 장의 사이사이에 재미있는 액티비티가 들어 있어서 놀이를 하면서 휴식도 가능하겠네요. 기름 유출 사고,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찾아라 등 아이들이 잘 알아두어야 할 환경 문제들에 대해 담긴 학습만화책이에요.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를 보시면 글밥이 막 적은 편도 아니에요. 하지만 워낙 삽화가 재미있어서 술술 읽더라고요.



 전작에서 숲을 구하고 미각을 되찾은 또깽이네가 3권에서는 바다를 걸고 바다의 수호신과 승부를 겨룬다는 줄거리인데요. 각 장마다 바다를 구하는 게임이 펼쳐져요.  저랑 아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다에 온갖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져있는 장면이었답니다. 



 


 


전 세계에서 파도에 쓸려오는 쓰레기들, 그런 쓰레기들이 널브러진 해안가... 더 큰 문제는 바다 물물들이 쓰레기를 먹이인 줄 알고 먹는다는 점이고, 또 그래서 목숨을 잃는다는 점이죠ㅠㅠ 5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미세 플라스틱도 바다를 떠돌다가 먹이 사슬을 타고 다시 인간의 식탁 위로 올라가고 있다고 해요. 이 먹이사슬을 통해서 독성 물질이 된다는 사실! 여기서 바다의 수호신 해신과 토깽이네의 한판 승부가 펼쳐집니다. 바다에 있는 쓰레기들을 다 치우지 못하면 해신 님의 노예가 되어야 하는 상황! 과연 토깽이는 쓰레기를 모두 청소할 수 있을까요? 이 게임의 승자는!!



만화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되죠~ 학습만화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은 그냥 만화가 아니라 초등학교 교과과정의 환경 내용과 최신 정보를 다루고 있는 학습만화라는 사실! 재미있게 만화를 읽은 다음에는 알찬 정보 페이지로 환경 정보와 학습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도 하고요. 그 다음엔~



다음은 미로탈출 숨은그림찾기 등 재미있는 액티비티로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알찬 지식과 정보, 게다가 놀이까지 책임지는 어린이학습만화책 <토깽이네 지구 구출 대작전 3>! 어린이를 위한 환경관련책, 환경관련만화책은 많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재미있는 내용으로 아이가 좋아하네요.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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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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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인문학책 <책은 도끼다>는 1904년 1월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의 글귀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카의 말처럼 책은 도끼다.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다. 광고인이자 이 책의 저자인 박웅현이 책으로 어떻게 자신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워냈는지 이야기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이방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우리에게 잘 알려졌지만 제대로 읽었는지 나부터 살짝 의심이 되는 고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기도 하다.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한 권의 책이라도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인문학책 <책은 도끼다>은 2011년 2월부터 그해 6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경기창조학교에서 열린 '책 들여다보기; I was moved by'라는 이름의 강독회 내용을 엮은 것이다. 총 7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인훈, 김훈, 니코스 카잔차키스, 밀란 쿤데라, 알베르 카뮈 등의 작품 등에서 저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총 7개의 이야기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부분은 4강인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이다. 지중해의 문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번역가 김화영이 아닐까? 그가 쓴 에세이 <행복의 충격>에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았다. 지중에는 아름다운 햇살이 있는 곳이다. 먹고살기 위해 생을 바칠 필요가 없었던 지중해 사람들, 화창한 날씨 속에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지중해 사람들에게 하루가 지난다는 사실은 행복이자 슬픔이기도 하다. 살아낸 만큼의 시간이 생에서 덜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찬란한 촉복을 온전하게 즐긴다. 그저 오늘 하루, 그 안에 담긴 햇살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 지중해가 담긴 고전문학들과 번역가 김화영의 글들도 함께 살펴본다. 깊은 독서를 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알제는 해가 비칠 때면 사랑에 떨고 밤이면 혼절한다.

누가 그랬던가 '영원한 사랑'이라고? 영원한 것은 오직 돌과 청동과 푸른 하늘뿐이다. 

저 이끼 낀 돌 속에 사랑의 혼이 서려 있을까? 그렇지 않다.

흘러가버리는 것, 먼지가 되어버리는 살, 무너져버리는 사랑의 철저한 무 - 해묵은 돌들이 증언하는 것은 그런 것뿐이다. 

 p.150~151


모두가 무너지고 오직 화려한 대문만 남은 이 사랑의 성은, 그리하여 마땅히 하나의 폐허인 것이다. 폐허 위에 내리는 햇볕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무슨 까닭에서인지도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분리되어 나와서 나를 엄습했다. 그것은 마치 사랑이 그렇게 하듯, 인생의 우여곡절들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삶의 재난들을 무해하게 하고 그 덧없음을 착각인 것처럼 만들어주면서 내 속을 귀중한 실체로 가득 채워주었다.

 p.152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황금빛 방울처럼 딸랑딸랑 울리던.

 p.152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p.162



저자 박웅현의 시선으로 문장들을 다시 보니 이전에 내가 혼자 읽었던 문장과는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진 문장 같았다. 새롭게 재해석되고 재탄생되었다. 문장이 가진 힘과 '울림'이 감지되는 것 같았다. 내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워낼 도끼를, 책을 이제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깊이 읽는 법, 고전을 제대로 읽는 법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죽기전에 꼭 읽어보아야할 인문학책으로 <책은 도끼다>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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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 - 로마제국부터 미중패권경쟁까지 흥망성쇠의 비밀
백승종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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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승리란 없다. 영원한 승자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었다가 머지않아 멸망이라는 나락에 빠지는 극적인 장면은 역사라는 무대 위에서 여러 차례 재현되곤 했다. 이러한 전승불복(戰勝不復)의 진리는 제국의 흥망성쇠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왔다. 과연 무엇이 제국의 운명을 결정짓는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역사가 백승종 교수의 <제국의 역사>로 역사를 움직이는 힘과 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인류의 역사에 영원한 제국은 없다. 역사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처럼 밀물이 있는가 하면 썰물이 있다. 흥망성쇠는 마치 자연현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간과 공간을 두 개의 축으로 삼아 끊임없이 일어난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운명을 바꿔놓았을까. 혹시 하나의 제국이 성장하고 붕괴하는 것은 생태계의 철칙일까. 우리는 지금 긴 역사의 흐름에서 어떠한 좌표에 위치하는 것일까.

 p.13



제국이란 무엇일까. 보통 한 명의 군주가 여러 언어를 사용하거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다민족을 통치하는 국가 형태이지만 역사를 보면 실로 다양한 형태의 제국이 존재했었다. 세계사책 <제국의 시대>에서는 로마제국, 몽골제국, 오스만제국, 대영제국, 독일제국, 일본, 현대의 패권국가인 미국과 소련, 중국의 역사를 하나씩 살펴보며 제국의 흥망성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중요한 사건과 인물에 대해서 알아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가장 궁금한 제국의 부분부터 먼저 읽어보아도 무리가 없다. 



몽골제국은 세계사에 혜성처럼 등장하였으나, 갑작스레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한때 세계 최강의 초월적인 대국이었던 몽골제국. 제국의 흥망성쇠를 좌우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p.87



역사책 <제국의 시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제국은 몽골제국이다. 힘도 세고 민첩한 동물인 말은 상품을 운반할 때나 농사를 지을 때 사람을 도와 힘든 일을 척척해낸 가축이다. 말이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낸 분야는 바로 전쟁이었는데 말이 투입되면서 전쟁의 규모와 전개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말이 끄는 전차나 기마 전사보다 위력적인 병기가 없었던 고대에는 기병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나라가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말의 가장 잘 활용한 나라가 바로 몽골제국이다. 몽골은 기병 전법을 무기 삼아 세계 정복에 성공했고 동서양을 잇는 비단길에 많은 역참을 건설하여 교역에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칭기즈칸은 단숨에 몽골족을 통일하였고 역사상 어느 왕조와도 비할 수 없이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2,300만 제곱킬로미터의 영토에 1억 명의 인구를 거느린 몽골제국은 기병대를 이끌고 러시아로 쳐들어가 대승을 거두었고(1236~1242) 헝가리, 아드리아해까지 진격했다. 지칠 줄 모르는 정복 사업으로 사상 유례없이 넓은 영토를 정복한 몽골 대제국은 잔혹한 정복자이자 억압적인 통치자였지만, 여러 민족이 고국에서 평화롭게 사는 것을 허용했다. 또한 비단길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중국제 비단과 한혈마, 향료와 보석 등 다양한 상품을 서로 교환하기도 했고 동서양의 사상과 철학, 종교도 쌍방향으로 전파되었다. 



마르코 폴로 Marco Polo(1254~1324)는 용감한 베네치아 상인으로, 산맥을 넘고 사막과 대초원을 가로질러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 그는 17년 동안 몽골의 쿠빌라이 칸을 섬겼다. 그는 중국에서 유럽보다 우수한 문화를 목격하고 돌아왔다고 확신하였다. 

 p.102


마르코 폴로는 허풍쟁이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하지만 모험적인 사람들은 <동방견문록>을 손에 들고 동방무역의 꿈을 키웠다. 크리스토프 콜럼버스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이 책의 애독자로서 동양으로 가는 직항로를 개척하는 데 사실상 목숨을 걸었다. 만약에 폴로의 책이 없었더라면 콜럼버스가 대서양 횡단을 실천에 옮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스페인 세비야에는 콜럼버스가 애독한 <동방견문록>이 아직 남아 있다. 그는 책장을 넘기며 곳곳에 줄도 긋고 메모도 남겼다.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야말로 15세기 말에 시작된 서양의 '대항해시대'를 가져왔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영향력이 컸다.  

 p.107

 


세계사책 <제국의 시대>에는 제국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었던 힘과 원리의 비밀과 더불어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겼다. 역사에 허풍쟁이로 기록된 마르코 폴로가 언급한 화려하고 규모가 큰, 세계 어디에도 없을 번영한 나라가 바로 몽골제국이었다. 청년 마르코 폴로는 쿠빌라이 칸의 호의로 원나라의 관리로까지 임용되어 지금의 항주를 통치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용감한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가 직접 보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며 번영한 국가가, 14세기 유라시아의 최강대국이 왜 무너졌을까? 내부 갈등, 흑사병 창궐, 한족에 대한 차별 등의 원인을 꼽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원인은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의 신무기 총포였다. 몽골제국이 흥했던 이유가 당시 다른 나라보다 빨리 말을 전쟁에 투입시켰던 것을 생각해 보면 몽골이 일어설 때도 그러했고 다른 강대국이 등장할 때도 군사력은 국가의 흥망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세계사책 <제국의 시대>는 과거 제국의 흥망성쇠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현재까지 조명한다. 다음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 중국 중 세계를 이끌어갈 제국은 어느 나라가 될 것인가! <제국의 시대>를 읽으며 점쳐보는 것은 어떨지, 흥미로운 세계사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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