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 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
한성윤 지음 / 싱긋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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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하면 내 머리에 떠오르는 건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넓고 푸릇푸릇한 잔디밭과 잔디밭이 내려다보이는 관중석에서 바삭바삭한 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한잔 곁들이는 것, 그리고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며 하는 응원 정도다. 인문학책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으로 야구라는 종목 하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일본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것과 등가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 놀라웠고 또 '고교' 야구에 이렇게나 웅장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또 놀라웠다. 고시엔이란 일본 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대회를 의미한다. 전국 4천여 개 야구팀이 우승컵이 아닌 우승기를 두고 경쟁하는 일본 최대의 고교 야구 대회로 이 선수권 대회는 승부(역시 굉장히 중요하지만)를 떠나 그에 관련한 모든 것이 뜨거운 청춘을 상징한다. 이 책은 청춘, 여름, 그리고 꿈의 무대 고시엔에 대한 책이며 나아가 일본 문화 사회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이 담긴 인문 교양 에세이다.




인문 에세이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은 현재 KBS 스포츠 기자로 활동 중인 한성윤 기자가 쓴 책이다. 저자의 이력도 꽤 흥미롭다. 초등학교 2학년(우리 집 첫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인데...)에 대통령 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을 보며 고교 야구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각종 스포츠 중계방송을 함께하며 스포츠 키즈로 성장해 스포츠 기자까지 되었으니 완벽하게 '성공한 덕후'가 된 케이스다. 이 대목에서 아이와 야구 경기를 꼭 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ㅎㅎㅎ)



해마다 8월이 되면 뜨거운 태양과 함께, 그 뜨거운 태양보다 더 불타는 열정을 가진 소년들이 '꿈의 구장'이라 불리는 일본 한신타이거스의 홈구장으로 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H2>는 그런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고시엔이나 고교 야구에 대해 감이 오지 않는다면 참고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1세기가 넘도록 고교 야구가 변함없는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고교 야구 시합에서는 여전히 제비뽑기나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가르기도 하는 등 최첨단 시대에 상상하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면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별 규칙이 존재하기도 하고 선수를 소개하는 아나운서가 지켜야 할 까다로운 매뉴얼 등도 있어 솔직히 "왜?"라는 생각을 누르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웬만해선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유독 야구에 관해서만큼은 많은 눈물을 흘리기로 유명할 만큼 그들의 야구 사랑은 대단하다. 야구라는 종목에 대한 사랑이라면 고교생들의 경기보다 프로 야구 선수들의 경기가 더 볼만하지 않을까? 고시엔, 고교 야구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언뜻 봐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청춘과 고시엔을 연결시켜보면 생각보다 쉽게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 그저 까까머리 고교생들이 벌이는 경기로서가 아니라 우리네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뜨거운 청춘에 대한 그리움이 고교 야구에 대한 사랑의 밑바탕은 아닐까?




이방인의 눈으로 고시엔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을 보며 그들에게 100% 공감하기란 조금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국제 대회에서 금지하는 금속 배트를 여전히 사용해 위험성이 높다는 점, 일본 고교 야구선수 모두 군대 문화를 연상케 하는 빡빡 머리라는 점, 여자 선수가 결코 진입 불가능한 남녀 차별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 등을 제외한다면 그들의 고교 야구에 대한 사랑은 살짝 부럽다. 우리나라 고교 야구 경기장의 텅 빈 객석을 떠올려보면 말이다. 일본의 고교 야구에 대한 책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일본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웅장한 이야기가 담긴 인문학책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저처럼 야구에 문외한인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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