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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래도록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인문학책 <책은 도끼다>는 1904년 1월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의 글귀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카의 말처럼 책은 도끼다.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다. 광고인이자 이 책의 저자인 박웅현이 책으로 어떻게 자신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워냈는지 이야기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이방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우리에게 잘 알려졌지만 제대로 읽었는지 나부터 살짝 의심이 되는 고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기도 하다.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한 권의 책이라도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인문학책 <책은 도끼다>은 2011년 2월부터 그해 6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경기창조학교에서 열린 '책 들여다보기; I was moved by'라는 이름의 강독회 내용을 엮은 것이다. 총 7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인훈, 김훈, 니코스 카잔차키스, 밀란 쿤데라, 알베르 카뮈 등의 작품 등에서 저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총 7개의 이야기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부분은 4강인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이다. 지중해의 문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번역가 김화영이 아닐까? 그가 쓴 에세이 <행복의 충격>에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았다. 지중에는 아름다운 햇살이 있는 곳이다. 먹고살기 위해 생을 바칠 필요가 없었던 지중해 사람들, 화창한 날씨 속에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지중해 사람들에게 하루가 지난다는 사실은 행복이자 슬픔이기도 하다. 살아낸 만큼의 시간이 생에서 덜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찬란한 촉복을 온전하게 즐긴다. 그저 오늘 하루, 그 안에 담긴 햇살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 지중해가 담긴 고전문학들과 번역가 김화영의 글들도 함께 살펴본다. 깊은 독서를 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알제는 해가 비칠 때면 사랑에 떨고 밤이면 혼절한다.
누가 그랬던가 '영원한 사랑'이라고? 영원한 것은 오직 돌과 청동과 푸른 하늘뿐이다.
저 이끼 낀 돌 속에 사랑의 혼이 서려 있을까? 그렇지 않다.
흘러가버리는 것, 먼지가 되어버리는 살, 무너져버리는 사랑의 철저한 무 - 해묵은 돌들이 증언하는 것은 그런 것뿐이다.
p.150~151
모두가 무너지고 오직 화려한 대문만 남은 이 사랑의 성은, 그리하여 마땅히 하나의 폐허인 것이다. 폐허 위에 내리는 햇볕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무슨 까닭에서인지도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분리되어 나와서 나를 엄습했다. 그것은 마치 사랑이 그렇게 하듯, 인생의 우여곡절들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삶의 재난들을 무해하게 하고 그 덧없음을 착각인 것처럼 만들어주면서 내 속을 귀중한 실체로 가득 채워주었다.
p.152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황금빛 방울처럼 딸랑딸랑 울리던.
p.152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p.162
저자 박웅현의 시선으로 문장들을 다시 보니 이전에 내가 혼자 읽었던 문장과는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진 문장 같았다. 새롭게 재해석되고 재탄생되었다. 문장이 가진 힘과 '울림'이 감지되는 것 같았다. 내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워낼 도끼를, 책을 이제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깊이 읽는 법, 고전을 제대로 읽는 법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죽기전에 꼭 읽어보아야할 인문학책으로 <책은 도끼다>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