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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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의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자 밸런스가 딱 잡힌 맛있는 한 끼를 먹은 듯한 만족감이 부풀어올랐다. 대만풍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요리가 담긴 그릇에 '셜록 홈스'식 추리 가루를 솔솔 뿌리고 '피철철 스릴러 소설' 조미료를 한 스푼 넣은 다음 대만식 유쾌 통쾌 재미료(?)까지 듬뿍 넣어 매콤하고도 개운하니 간이 딱 좋은 요리 같은 추리소설,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정말이지 정신없이 읽어내렸다. 푸얼타이 교수, 뤄밍싱 경관, 거레이 변호사, 인텔 선생까지 총 4명의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각각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서로 침범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무엇 하나 빠져서는 안 될 토핑처럼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이라는 요리 안에서 조화롭게 서로 잘 어우러졌다. 맨 처음 푸얼타이 교수가 등장해 막힘없이 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듯 보여 대체 나머지 300여 페이지는 무슨 내용으로 채워지는가 싶었는데 그가 세워놓은 추리는 다음 타자 뤄밍싱 경관에 의해 보기 좋게 박살 났다. 거레이 변호사, 인텔 선생까지 차례로 활약하며 이전 타자가 지어놓은 추리를 무너뜨리고 새로 쌓아올리는 것을 관전하는 재미가 탁월한 장르소설 도서다!



 


"내 관찰력과 추리력은 확실히 남다르죠. (...) 형사 사건에서 난 항상 벌새의 날갯짓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경찰들은 보잉 777이 지나가도 보지 못하죠."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p.65



타이완 중앙산맥에 위치한 캉티 호수, 그 신비로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60미터 절벽 꼭대기에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캉티뉴쓰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호텔 내 호숫가의 산책로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피살자는 다름아닌 캉티뉴쓰 호텔의 사장 바이웨이둬. 수십억의 몸값을 자랑하는 촉망받는 기업가가 하루아침에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으로 보이는 산책로 인근 CCTV에는 단서가 될 만한 것이 하나도 찍히지 않았고 절벽과 호수로 둘러싸여 총을 쏠 만한 자리도 확보되지 않아 사건은 오리무중 상태다. 이때 절친 화웨이즈의 약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캉티뉴쓰 호텔에 묵고 있었던 푸얼타이 교수가 사건 해결을 위해 모인 수사단에 난입해 단박에 사건을 명쾌하게 해석해낸다. 남다른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그간 경찰조차 해결하지 못한 많은 사건의 범인을 잡아낸 그가 "범인은 OOO입니다!"라고 지목한다. 하지만 그의 추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경찰이라고 다를 거 없어. 그저 밥벌이야. 설마 영화랑 착각하는 거야? 무표정한 얼굴로 유머를 날리고, 갑자기 차에 날개가 돋쳐 날아가고, 아무렇게나 총을 난사해도 악당만 명중시키고? 틀렸어. 그랬다간 고소당하기 딱 좋지!"

"핵심은 자신을 지키는 거야. 인사고과와 인맥이 제일 중요해. 좋은 기회를 잡아서 승진하면 장땡이야!"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p.147



다음 타자는 뤄밍싱 탐정이다. 전직 경찰인 그는 재직 당시 죽기 살기로 경찰일에 매달렸지만 결국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매춘부 샤오쉐리와 암묵적인 거래 계약을 맺고 조직폭력배의 정보를 입수하던 중 발생한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경찰 옷을 벗게 된다. 어느 날 잊고 살았던 샤오쉐리가 찾아와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며 은신처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한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샤오쉐리는 처참하게 구타당한 채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의 휴대폰에 남은 기록 상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곳은 캉티뉴쓰 호텔! 샤오쉐리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캉티뉴쓰 호텔을 찾은 뤄밍싱은 또 다른 살인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우연히 캉티뉴쓰 호텔에 모인 네 명의 인물들, 그들이 캉티뉴쓰 호텔을 배경으로 펼치는 추리 싸움은 마치 천하제일의 무림 고수 자리를 두고 승부를 겨루는 화산논검을 연상케 한다! 완벽해 보였던 추리가 하나씩 산산조각이 나는 데서 얼마간의 희열을 느끼며 다음 타자가 쌓아올리는 추리를 관전하는 재미가 탁월한 추리소설이다. 작가 리보칭, 그의 이름을 꼭 기억해두어야할 것 같다.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르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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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다 - 김영철 에세이
김영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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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건너 건너 아는 지인 찬스로 KBS 방송국에 견학 간 적이 있다. 방송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거기서 무얼 봤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딱 하나 생각나는 건 한 코미디언이 성큼성큼 복도를 지나가다가 우물쭈물 서성대는 나와 남동생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고 덕분에 나는 용기를 그러모아서 "함께 사진 찍어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는 거다. 키가 멀대같이 컸던 그분은 내 말을 듣자마자 핑크빛 잇몸이 다 드러나게 활짝 웃더니 굉장히 친절한 태도와 시종일관 웃는 낯으로 함께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가 바로 김영철이다. 당시의 좋았던 기억 덕분인지 나에게 김영철은 늘 좋은 사람, 친절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이후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심지어 숨만 쉬어도 악플 폭격을 받는 일련의 '현상'들을 보고 참 가슴 아팠지만, <진짜 사나이>를 통해 대중에게 그의 진면목을 알리게 되어 참 기뻤다. 이번에 나온 에세이 <울다가 울었다>는 '사람' 김영철의 속 깊은 이야기가 담겼다. 나처럼 김영철을 좋아했던 분들이나 혹은 지금 성장통을 겪으며 인생의 진창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다. 



걱정을 내려놓으니 사는 게 편해졌다. 약속 시간에 늦었으면 앞으로 늦지 않으면 되고, 오늘 간 식당의 음식이 맛이 없으면 다시 가지 않으면 되고,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만나지 않으면 되는 거다.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떡할까 하는 '어떡해'를 인생에서 지우기로 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시간 낭비와 감정 소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따스함을 잃은 채 냉정해지기로 한 건 아니다.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고, 오늘을 살겠다는 거다. 그렇게 살고 있다. 카르페디엠,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련다.
 p.120



힐링책 <울다가 웃었다>를 읽으면서 나는 다짐했다. 김영철처럼 살겠다고. 걱정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쓰고 한 페이지라도 더 읽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나쁜 일이 벌어지면 어떡할까 하는 '어떡해'를 나도 인생에서 지우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책에 둘러싸여 있고, 또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세 아이가 내 곁에 있으니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데 왜 그리 전전긍긍하며 살았을까. 그건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 유쾌하게 살겠다고, 명랑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지도 않고 노력하지도 않아서 그렇다. 늘 지나치게(?) 밝아 보이는 그에게도 왜 힘들고 슬픈 시절이 없었겠나. 긍정 에너지가 늘 한도초과인 것 같은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다만 밝아지기 위해, 유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거다. 자신의 밝음과 유쾌함, 명랑은 수없이 노력하고 연습할 결과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에게 고마웠다. 이건 노력의 문제다. 내 삶의 쾌적함은 내 노력 여하에 달렸다!



다짐도 맹세도 날짜 맞춰서 해봤자 지켜지지 않는다. 언제든 딱 마음먹었을 때, 그때 바로 시작하면 된다. 나는 모두가 시간에 쫓기지 말길 바란다. 숫자에 갇히지 않길 바란다.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현명하게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몸에 걷기가 좋으니 걷는 시간도 만들고, 주변인에게 안부 문자도 자주 하고, 어학 공부도 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문득 결심하길 바란다. 소소하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그렇게 말이다. 
 p.124


나는 은행원 출신이라 숫자에 강하다. 은행은 오로지 숫자로 돌아가는 집단이다. 전일자의 모든 영업 현황이 일목요연한 보고서로 제공된다. 영업 수치만 뽑아내는 시스템이 따로 있어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자료를 발라낼 수도 있다. 최다 신용카드 신규 권유직원은 누구이고, 펀드며 방카며 예금 신규 1등은 누구인지 다 나온다. 은행원은 숫자에 갇혀 산다. 시간에 쫓겨 산다. 은행 다니면서 그런 게 참 싫었는데 회사를 제 발로 걸어 나오고도 그 짓을 하고 앉았으니,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를 읽으며 나 스스로에게 말을 건넸다. "왜 그러고 살고 있니."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책을 읽고 또 무슨 공부를 하고, 제2의 인생을 야무지게 살아내겠다는 다짐은 어쩌면 나를 은행을 나와서까지 은행보다 더 시간에 갇혀 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확산세로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막내와 공원에 가서 걷기도 하고 여유롭게 책도 읽고 소소하게 작은 것 하나씩을 사소한 노력을 들여 해내고 있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한 좋은 책이 가진 선한 영향력이며 독서를 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가 나에게 한 일이기도 하다.


 

권태롭지 않기를 소망하자. 그렇게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기대하자.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건 꿈이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쪽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믿는다.
p.155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기분이 좋지 않고, 짜증이 나고, 덜 행복한 것 같아도 일단 그냥 행복하다고 말해보면 어떨까. 그럼 행복해질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p.34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을 다녀온 뒤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그 덕에 2016년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을 무사히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여한 사실을 미국 코미디 쇼 기획 팀이 보게 되었고, 2021년 미국 파일럿 프로그램 섭외를 받게 되었다. 영어를 잘하는 웃기는 놈이 되는 것이 큰 꿈이었다. 지금 나는 그 꿈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 웃기지도 못하고 안 될 수도 있지만, 도전 그 자체가 즐겁다. 
p.174


행복한 일이 나에게 생기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먼저 나서서 '나는 행복하다!'라고 생각해 보기, 권태로움에 빠질 사이가 없도록 문득 결심하고 또 바로 꿈을 향해 발을 내디뎌 보기! <울다가 웃었다>를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하는 모든 결심들, 생각들은 해낼 수도 있고 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성공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도전 자체는 즐거운 거니까.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 오늘부터 김영철처럼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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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
김광기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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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팬데믹으로 온 세상이 완전히 낯선 곳이 돼버린 느낌이다. 타인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협처럼 느껴지는 요즘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착용해야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지구상의 모든 이를 이방인으로 느끼게 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에게도 이방인이 되는 특별한 상황을 만들었다. 인문학책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은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방인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더욱 확장시키는 책이다. 이방인이 되어본 사람만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익숙한 세계를 의심하고 낯설게 바라보기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으로 해보기를 바란다.



 


한마디로 말해서 토박이는 자연적 태도에 절어 있다. 마치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토박이의 정신과 몸은 자연적 태도로 절어 있다. 토박이가 자연적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간해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자연적 태도 속에서 삶을 같이하는 이들은 자연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의리 있다고 칭송하고 변치 않아 좋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살아 있다는 것은 한곳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진전이 없는 생은 사실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평생을 한 가지 생각과 태도에 빠져있다가 다른 세상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얼마나 헛된 일인가.


인문학책추천  책리뷰 p.28



이방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떠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미 자의든 타의든 그런 것을 내려놓고 떠남을 강행하는 이방인은 떠남의 정점에서 자기 자신을 버릴 수도 있다. 자기를 비울 수 있는 이방인만이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제야 자기 자신에 대해 명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떠날 수 있어야 하며 이방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책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에서 모든 인간이 이방인임을 선포한다. 이방인은 낯익은 곳과 사람을 떠나 낯선 곳을 방랑하는 사람이며, 낯익은 곳에서도 낯섦을 간파해 내는 사람이다.(p.8)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이방인이 돼야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방인은 익숙한 세계의 일상 속에 숨겨진 진실을 발굴해낼 수 있다. 우리가 바라보면 현상 이면에, 일상의 저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깨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방인의 반대말인 토박이는 자신의 세계에서 지배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의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방인은 토박이와 다르다. 이방인의 눈에는 그가 바라보는 토박이의 세계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부자연스럽다. 토박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의 눈으로는 결코 깨치지 못하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이방인의 눈에는 부자연스러운 이 세계가 과연 토박이의 눈에는 자연스러운가? 자연스럽다고 믿고 싶은 것은 아닌가?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한다. 이 세계가 자연스럽지 않음에도 자연스럽다고 인식하는 것이 토박이의 착란 증세인지, 아니면 이 세계 자체가 이상한 것인지 말이다. 



애초에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 세계와 불화를 일으키자. 이 세계의 모든 형식과 우리에게 요구하는 규격을 거부하자. 스스로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후에 세계를 다시 보자. 그 어느 때보다 이방인의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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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장이브 뒤우 지음, 최보민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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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의 SF 소설 <카르타고의 장미>의 주인공 리즈는 인간의 몸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인간의 정신을 구현해낸다면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신념하에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뇌를 한 층씩 절단해 내 얇은 표본으로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포 간의 연결망과 기다랗게 뻗은 말단부를 하나하나 기록해 하나의 지도를 만들 계획이었다. 나에게 뇌라는 기관은 그저 구불구불한 덩어리 안에 내가 모르는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는 곳 정도였는데 켄 리우의 소설을 읽고 나니 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궁금해졌다. 내가 잘은 모르지만 그 난해하고도 신비로운 현상들에 대해 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책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과학 만화책이다. 80여 쪽에 달하는 가벼운 분량의 만화책이지만 그 어떤 과학도서보다 더 풍부한 지식을 담고 있는 과학책이다.



 


과학도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뇌의 구조와 기능뿐만 아니라 역사 속 뇌에 얽힌 인상적인 이야기까지 담긴 그야말로 뇌에 대한, 뇌를 위한 뇌 탐험 만화이다. 뇌의 크기, 무게, 모양 등 뇌의 기본적인 특징부터 시작해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와 기억과 해마, 시냅스 연결, 신경전달물질 등 다소 생소한 개념을 상세한 삽화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각종 뇌 질환에 대한 내용과 뇌를 젊게 유지하는 방법도 담고 있다. 뇌를 의인화한 핑크빛의 말랑말랑한 미스터 브레인이 등장해 뇌과학 교양서지만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과거 뇌과학 교양서를 읽다가 중도 포기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ㅎㅎ) 추천하고 싶은 뇌과학도서이다.



크고 말랑한 덩어리인 인간의 뇌는 평균 1.36킬로그램으로 뇌에 존재하는 뉴런, 신경계의 기본 세포는 약 천억 개 정도라고 한다. 각각의 뉴런은 동종 뉴런 10,000개와 연결될 수 있는데 이런 뉴런을 통해 뇌 전체를 탐험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가능은(?) 하다. 자전거로 은하수를 탐험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 가능은 하다는 말이다.  이렇듯 과학 만화책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어렵고 생경하게만 느껴졌던 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생생한 그림에 유머러스한 내용까지 함께 곁들여냈다. 



뉴런은 말 그대로 작은 전기 발전소로 순환하는 전기 자극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이런 자극들은 가령 털이나 인간의 몸 전체에서 조금씩 온다. 1초에 1,000번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뉴런은 시속 300km로 순환하며 정보를 운반한다니 놀랍다.



 


과학도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의 '역사 속 유명한 뇌'라는 코너에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뇌에 얽힌 이야기가 실려있다. 미국 철도회사의 젊은 작업반장이었던 피니어스 게이지, 그가 1848년 버몬트의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때의 이야기다. 그가 맡은 일은 바위를 폭파해 길을 뚫기 위해서 발파 구멍에 화약을 붓는 일인데 어느 날 실수로 모래를 덮지 않은 구멍 속으로 쇠막대를 집어넣었고 그때 그의 얼굴로 화약이 폭발해 1.8미터짜리 쇠막대가 피니어스 게이지의 두개골과 뇌를 관통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는 죽지 않았다! 말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숙소로 돌아왔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하지만 쇠막대 때문에 전두엽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목숨은 건졌지만 사고 이전에 비교해 서투르고 변덕스러워졌으며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작가 쥘리앵 그린은 파리가 인간의 뇌를 닮은 도시라고 했다. 큰 도로들부터 교통의 흐름, 불빛, 그늘진 곳까지 밤낮으로 활발하게 순환하는 곳 파리가 여러 면에서 인간의 뇌를 닮았다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파리의 거리를 걸으면서 탐험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지만 과학도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를 읽으면서 마음껏 인간의 뇌를 탐험해 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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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한 트레이닝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금융 체질 개선 프로젝트
김얀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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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테크의 '재'자만 들어도 몸서리치는 이유는 아마도 남편의 영향이 크다. 1,000원짜리 한 장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이건 놓치면 안 된다, 이번 생에서는 만날 수 없는 초대박 핫딜이다!"라는 내 호들갑 앞에서도 돌부처처럼 초연한 인간(=남편)은 "안 사면 수익률 100%!"를 외치며 나를 하찮은 인간으로 내려다본다. 목이 다 늘어난 후줄근한 티를 입은 저 녀석(=남편)이 저렇게 여유롭게 잘난 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입은 옷이 얼마나 낡았건 간에 손목에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기 때문이고 근 1억에 근접하는 대형 SUV 차 키가 주머니에 들었기 있기 때문이며 박봉의 월급쟁이지만 벌써 잠실의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란 걸 안다. 우리 부부는 독립채산제다. 쉽게 말해 니 돈은 니 돈, 내 돈은 내 돈이라는 뜻이다. 어디 가서 저런 남편 흉을 보면 자랑하는 거냐, 재테크 책이 옆에서 살아있는데 좀 보고 배우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그래도 매번 치킨 하나 시킬 때마다 어느 사이트를 경유하고 어떤 쿠폰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녀석(=남편)의 모습을 보면 나는 결코 저리(?) 살지는 않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다. 오늘 <돈독한 트레이닝>을 읽으며 남편이 살짝 달리 보였다면 과장일까? 나처럼 재테크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사람, 혹은 재테크 책이 싫었던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재테크 에세이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울의 대부분은 돈 걱정에서 온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도 돈이 되지 않으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없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평생 돈 걱정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이 한 방에 해결된다. 대신 그 시간에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 서른여덟 살 이전의 내가 돈에 초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번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돈을 충분히 가져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돈과 거리를 둔 것이다. 

 p.8


서른여덟 살, 부천의 조그마한 빌라를 사기 위해 찾아간 은행 대출 창구 앞에서 돈이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문제가 아닌 기회와 여유를 사는 것'임을 깨달았다는 저자, 그때부터 지독하게 돈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돈독한 트레이닝>은 그녀가 해온 돈 공부에 대한 기록이면서 아직 돈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이기도 하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재테크와 내 소비 패턴에 대한 신념은 단단했다. 쓰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살아가겠다는 마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돈 쓰는 재미는 돈을 어느 정도 가진 자가 되고 나서 누려도 늦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돈 공부를 결심하고 치과에 다시 들어가면서 2년 동안 글쓰기도 포기하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가장 사랑하는 일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씁쓸했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중요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중요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것.

 p.23


저자는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청산하고 치과에 취업했다고 한다. 딱 2년으로 기한을 정해두긴 했지만, 경제적 자유 속에서 돈 걱정 없이 글 쓰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중요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중요한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리니, 결국 그런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돈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반쯤 되었을 때 월수입이 1000만 원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돈독한 트레이닝>에는 '소득의 사이즈는 키우고 소비는 줄인다'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부자가 되는 공식뿐만 아니라 똑똑하고 야무진 부자가 되기 위한 조언들이 많이 실려 있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들처럼 20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자기개발서 겸 재테크 책이다. '일단 움직이세요. 그리고 뭐든 가볍게 시작하세요.'와 같은 조언은 비단 재테크만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두어야 할 실행력에 관한 이야기니까.



'나는 나를 잘 키우고 싶다'라는 저자, 사랑의 대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아늑한 공간과 죽을 때까지 책임져줄 노후 연금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 틀린 말이 하나도 없잖은가? 나는 아직 키워야 할 아동이 셋이나 되는 엄마라 나까지 잘 키울 수는 없겠지만, 시간을 쪼개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 한다. 저자의 다양한 돈 멘토이자 돈 친구들과의 인터뷰집까지 실려 있어 공짜로 투자 수업을 받는 느낌도 들고 나에게 맞는 재테크 방법도 찾아볼 수 있어 좋았다. 20대를 위한 경제 관련 책이자 자기개발서로 부족함이 없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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