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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한 트레이닝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금융 체질 개선 프로젝트
김얀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내가 재테크의 '재'자만 들어도 몸서리치는 이유는 아마도 남편의 영향이 크다. 1,000원짜리 한 장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이건 놓치면 안 된다, 이번 생에서는 만날 수 없는 초대박 핫딜이다!"라는 내 호들갑 앞에서도 돌부처처럼 초연한 인간(=남편)은 "안 사면 수익률 100%!"를 외치며 나를 하찮은 인간으로 내려다본다. 목이 다 늘어난 후줄근한 티를 입은 저 녀석(=남편)이 저렇게 여유롭게 잘난 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입은 옷이 얼마나 낡았건 간에 손목에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기 때문이고 근 1억에 근접하는 대형 SUV 차 키가 주머니에 들었기 있기 때문이며 박봉의 월급쟁이지만 벌써 잠실의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란 걸 안다. 우리 부부는 독립채산제다. 쉽게 말해 니 돈은 니 돈, 내 돈은 내 돈이라는 뜻이다. 어디 가서 저런 남편 흉을 보면 자랑하는 거냐, 재테크 책이 옆에서 살아있는데 좀 보고 배우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그래도 매번 치킨 하나 시킬 때마다 어느 사이트를 경유하고 어떤 쿠폰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녀석(=남편)의 모습을 보면 나는 결코 저리(?) 살지는 않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다. 오늘 <돈독한 트레이닝>을 읽으며 남편이 살짝 달리 보였다면 과장일까? 나처럼 재테크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사람, 혹은 재테크 책이 싫었던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재테크 에세이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울의 대부분은 돈 걱정에서 온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도 돈이 되지 않으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없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평생 돈 걱정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이 한 방에 해결된다. 대신 그 시간에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 서른여덟 살 이전의 내가 돈에 초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번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돈을 충분히 가져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돈과 거리를 둔 것이다.
p.8
서른여덟 살, 부천의 조그마한 빌라를 사기 위해 찾아간 은행 대출 창구 앞에서 돈이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문제가 아닌 기회와 여유를 사는 것'임을 깨달았다는 저자, 그때부터 지독하게 돈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돈독한 트레이닝>은 그녀가 해온 돈 공부에 대한 기록이면서 아직 돈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이기도 하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재테크와 내 소비 패턴에 대한 신념은 단단했다. 쓰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살아가겠다는 마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돈 쓰는 재미는 돈을 어느 정도 가진 자가 되고 나서 누려도 늦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돈 공부를 결심하고 치과에 다시 들어가면서 2년 동안 글쓰기도 포기하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가장 사랑하는 일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씁쓸했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중요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중요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것.
p.23
저자는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청산하고 치과에 취업했다고 한다. 딱 2년으로 기한을 정해두긴 했지만, 경제적 자유 속에서 돈 걱정 없이 글 쓰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중요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중요한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리니, 결국 그런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돈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반쯤 되었을 때 월수입이 1000만 원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돈독한 트레이닝>에는 '소득의 사이즈는 키우고 소비는 줄인다'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부자가 되는 공식뿐만 아니라 똑똑하고 야무진 부자가 되기 위한 조언들이 많이 실려 있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들처럼 20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자기개발서 겸 재테크 책이다. '일단 움직이세요. 그리고 뭐든 가볍게 시작하세요.'와 같은 조언은 비단 재테크만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두어야 할 실행력에 관한 이야기니까.
'나는 나를 잘 키우고 싶다'라는 저자, 사랑의 대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아늑한 공간과 죽을 때까지 책임져줄 노후 연금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 틀린 말이 하나도 없잖은가? 나는 아직 키워야 할 아동이 셋이나 되는 엄마라 나까지 잘 키울 수는 없겠지만, 시간을 쪼개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 한다. 저자의 다양한 돈 멘토이자 돈 친구들과의 인터뷰집까지 실려 있어 공짜로 투자 수업을 받는 느낌도 들고 나에게 맞는 재테크 방법도 찾아볼 수 있어 좋았다. 20대를 위한 경제 관련 책이자 자기개발서로 부족함이 없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