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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
김광기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평점 :

사상 초유의 팬데믹으로 온 세상이 완전히 낯선 곳이 돼버린 느낌이다. 타인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협처럼 느껴지는 요즘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착용해야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지구상의 모든 이를 이방인으로 느끼게 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에게도 이방인이 되는 특별한 상황을 만들었다. 인문학책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은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방인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더욱 확장시키는 책이다. 이방인이 되어본 사람만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익숙한 세계를 의심하고 낯설게 바라보기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으로 해보기를 바란다.
한마디로 말해서 토박이는 자연적 태도에 절어 있다. 마치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토박이의 정신과 몸은 자연적 태도로 절어 있다. 토박이가 자연적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간해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자연적 태도 속에서 삶을 같이하는 이들은 자연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의리 있다고 칭송하고 변치 않아 좋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살아 있다는 것은 한곳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진전이 없는 생은 사실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평생을 한 가지 생각과 태도에 빠져있다가 다른 세상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얼마나 헛된 일인가.
인문학책추천 책리뷰 p.28
이방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떠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미 자의든 타의든 그런 것을 내려놓고 떠남을 강행하는 이방인은 떠남의 정점에서 자기 자신을 버릴 수도 있다. 자기를 비울 수 있는 이방인만이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제야 자기 자신에 대해 명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떠날 수 있어야 하며 이방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책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에서 모든 인간이 이방인임을 선포한다. 이방인은 낯익은 곳과 사람을 떠나 낯선 곳을 방랑하는 사람이며, 낯익은 곳에서도 낯섦을 간파해 내는 사람이다.(p.8)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이방인이 돼야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방인은 익숙한 세계의 일상 속에 숨겨진 진실을 발굴해낼 수 있다. 우리가 바라보면 현상 이면에, 일상의 저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깨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방인의 반대말인 토박이는 자신의 세계에서 지배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의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방인은 토박이와 다르다. 이방인의 눈에는 그가 바라보는 토박이의 세계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부자연스럽다. 토박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의 눈으로는 결코 깨치지 못하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이방인의 눈에는 부자연스러운 이 세계가 과연 토박이의 눈에는 자연스러운가? 자연스럽다고 믿고 싶은 것은 아닌가?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한다. 이 세계가 자연스럽지 않음에도 자연스럽다고 인식하는 것이 토박이의 착란 증세인지, 아니면 이 세계 자체가 이상한 것인지 말이다.
애초에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 세계와 불화를 일으키자. 이 세계의 모든 형식과 우리에게 요구하는 규격을 거부하자. 스스로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후에 세계를 다시 보자. 그 어느 때보다 이방인의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