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장이브 뒤우 지음, 최보민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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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의 SF 소설 <카르타고의 장미>의 주인공 리즈는 인간의 몸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인간의 정신을 구현해낸다면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신념하에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뇌를 한 층씩 절단해 내 얇은 표본으로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포 간의 연결망과 기다랗게 뻗은 말단부를 하나하나 기록해 하나의 지도를 만들 계획이었다. 나에게 뇌라는 기관은 그저 구불구불한 덩어리 안에 내가 모르는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는 곳 정도였는데 켄 리우의 소설을 읽고 나니 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궁금해졌다. 내가 잘은 모르지만 그 난해하고도 신비로운 현상들에 대해 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책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과학 만화책이다. 80여 쪽에 달하는 가벼운 분량의 만화책이지만 그 어떤 과학도서보다 더 풍부한 지식을 담고 있는 과학책이다.



 


과학도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뇌의 구조와 기능뿐만 아니라 역사 속 뇌에 얽힌 인상적인 이야기까지 담긴 그야말로 뇌에 대한, 뇌를 위한 뇌 탐험 만화이다. 뇌의 크기, 무게, 모양 등 뇌의 기본적인 특징부터 시작해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와 기억과 해마, 시냅스 연결, 신경전달물질 등 다소 생소한 개념을 상세한 삽화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각종 뇌 질환에 대한 내용과 뇌를 젊게 유지하는 방법도 담고 있다. 뇌를 의인화한 핑크빛의 말랑말랑한 미스터 브레인이 등장해 뇌과학 교양서지만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과거 뇌과학 교양서를 읽다가 중도 포기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ㅎㅎ) 추천하고 싶은 뇌과학도서이다.



크고 말랑한 덩어리인 인간의 뇌는 평균 1.36킬로그램으로 뇌에 존재하는 뉴런, 신경계의 기본 세포는 약 천억 개 정도라고 한다. 각각의 뉴런은 동종 뉴런 10,000개와 연결될 수 있는데 이런 뉴런을 통해 뇌 전체를 탐험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가능은(?) 하다. 자전거로 은하수를 탐험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 가능은 하다는 말이다.  이렇듯 과학 만화책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어렵고 생경하게만 느껴졌던 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생생한 그림에 유머러스한 내용까지 함께 곁들여냈다. 



뉴런은 말 그대로 작은 전기 발전소로 순환하는 전기 자극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이런 자극들은 가령 털이나 인간의 몸 전체에서 조금씩 온다. 1초에 1,000번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뉴런은 시속 300km로 순환하며 정보를 운반한다니 놀랍다.



 


과학도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의 '역사 속 유명한 뇌'라는 코너에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뇌에 얽힌 이야기가 실려있다. 미국 철도회사의 젊은 작업반장이었던 피니어스 게이지, 그가 1848년 버몬트의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때의 이야기다. 그가 맡은 일은 바위를 폭파해 길을 뚫기 위해서 발파 구멍에 화약을 붓는 일인데 어느 날 실수로 모래를 덮지 않은 구멍 속으로 쇠막대를 집어넣었고 그때 그의 얼굴로 화약이 폭발해 1.8미터짜리 쇠막대가 피니어스 게이지의 두개골과 뇌를 관통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는 죽지 않았다! 말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숙소로 돌아왔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하지만 쇠막대 때문에 전두엽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목숨은 건졌지만 사고 이전에 비교해 서투르고 변덕스러워졌으며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작가 쥘리앵 그린은 파리가 인간의 뇌를 닮은 도시라고 했다. 큰 도로들부터 교통의 흐름, 불빛, 그늘진 곳까지 밤낮으로 활발하게 순환하는 곳 파리가 여러 면에서 인간의 뇌를 닮았다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파리의 거리를 걸으면서 탐험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지만 과학도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를 읽으면서 마음껏 인간의 뇌를 탐험해 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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