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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 고양이 짜루 - 겁 많고 소심한 길냥이 짜루의 묘생역전 사계절
고돌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어렸을 때 나는 고양이가 무서웠다. 강아지를 좋아했고 키워본 경험은 있었지만, 고양이는 밤에 눈이 빛난다는 이야기에 그저 어려운 동물이었다. 그런데 나의
딸은 고양이가 좋다고 했다.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보다는 “고양이 키우고 싶어요”라는 말을 더 자주 했다. 고양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고돌댁님의 신간 “깜장고양이 짜루”를 읽어 볼 기회가 있었다. 인스타툰은 찾아보는 편이지만 고양이에 관심이 있지는 않아서 고돌댁님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육아와 육묘를 하시며 고양이 이야기를 그리시는 분이시라니.. 바쁘고 또 행복한 분이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그릴 수 있는 짜루는
겁이 많고 소심한 깜장 고양이에요.
깜장 고양이라면 노래 가사 속 네로, 그리고 에드가 엘런 포의 검은 고양이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짜루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깜장 고양이지만 소심하고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 고양이였다.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스스로의 까만색 털 때문에 사람들이 미워하는 건지 슬퍼하던 짜루. 그런 짜루에게 가족이 생겼다.
누나가 가장 먼저 발견하고 함께 인연을 이어가다 곧이어 엄마의 사랑, 조금 늦게는 아빠의 사랑도 받으며 가족이 되어가는 짜루. 신문배달청년의 사랑도 받는 사계절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로 짜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도대체 우리 집에 고양이가 왜 있는 거야!!” 라며 소리치시던 아빠도 짜루와 조금씩 가까워지며 가족이 되어 가는 모습이 공감이 많이 갔다. 우리집 반려견과도 아빠가 늘 “개는 집을 지켜야지! 왜 소파에 올라가 누워있냐~”하셨었던 기억이 나서다.
감나무의 감을 두고 까치와 다투는 이야기에서는 아빠가 관찰하시다가 짜루가 이긴 걸 보시고 기특해하시면서도 가족들에게 그 마음을 들길까 커텐에 숨어서 혼잣말로 기뻐하신다. 반려동물은 이렇게 어려워하던 가족들에게도 어느 순간 마음을 내어주게 만든다.
사계절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4컷 만화도 있고, 이렇게 작가님과의 Q&A란을 통해 짜루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역시 반려동물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사람에게 주고 생활 속에 어느새 물들듯이 들어와 늘 함께한다. 직접 경험 하지 않은 사람들은 과연 알 수 있을까? 반려동물을 키운 다는 것은 사실은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것이고, 그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사랑과 정성이 필요하고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작가님의 에필로그를 읽으며 5년 전에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넌 파쉐 생각이 났다. 사실 생각이 났다기 보다길에서 강아지를 보면, 애완동물의 사진이나 그림, 영상을 보면, 누군가 강아지 이야기를 하면 늘 마음 속에서 멈출 줄 모르는 그리움이 가득 찼다. 더 오래 함께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예상치 못한 병으로 고생했고, 그 기간 생각보다 더 컸던 내 마음 속 자리를 실감하며 눈물로 보냈었는데... 떠나고 나서도 이렇게 글로 적을 용기도 나지 않았는데 이제야 적어본다.
처음 만난 날, 내 손가락 하나를 잘근잘근 깨물며 놓지 않던 800그램의 작고 인형같았던 그 모습부터 나는 기억하고 있어. 나의 힘겹고 외로웠던 시절을 곁에서 지켜주었고, 떠나는 날까지 나에게 모든 순간의 위로가 되어주었던 파쉐야. 그 곳에서는 건강한 모습으로 마음껏 뛰어다니고 짖으며 나와 다시 만날 날까지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래. 늘 고마웠고 사랑하고 미안했어. 넌 늘 내 마음 속에 함께 하고 있단다. 사랑해!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