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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규칙
다카하마 마사노부 지음, 하야시 유미 그림, 임민정 옮김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4년 6월
평점 :
처음 "세상의 규칙"이라는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은 초등학생을 위한 상식 사전인가..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학교에서 늘 보고 듣고, 집에서도 가정 교육을 통해 배우는 예의 범절에 관한 것인가 짐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펼쳤을 때 내가 마주한 세상의 규칙들은, 짧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어쩌면 내가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싶었던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놓았음을 알았다.
2번째 규칙은 내가 운동하러 갈 때마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인데, 이 책에 나와있을 줄이야. 정말 큰 성장도 바라지 않고 (어른을 대상으로 한 운동이기에), 단지 어제보다 0.1cm라도 더 높이, 0.1초라도 더 길게 동작을 해보라고 하셨다. 아이들은 특히나 나보다 더 잘하는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고 집에와서 그 부러움, 서운함, 또는 마음 만큼 해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곤 한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그러한 비교는 나 자신에게는 독이 될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최대의 라이벌은 내가 되어야하고, 그래서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긴장하고 떠는 아이의 모습. 그 긴장감을 어떻게 해소해줄까 고민하다가 늘 말이 길어지곤 한다. 잘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 안돼, 노력을 해야지. 그렇다고 "나는 잘 못하는데, 어떻하지? 진짜 못하면 어떻하지?"라고 자꾸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우주에 대고 "나는 결국 못할거야."라고 메아리를 보내는 것이라고 이야기 해준다. 그럼 조금은 용기를 내는 표정이 보이니까. 그런데 이 장면을 읽으면 조금 더 용기를 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긴장감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는, 그리고 그 안에서도 느긋하게 행동하며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그 상황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
"이건 나랑 맞지 않아요. 저 친구는 저랑 왜 달라요?" 이런 질문을 종종 듣는데 그럴 때마다 학교는 공부만 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기 전, 어느 사회에나 있는 나랑 맞지 않는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 하기 싫지만 해야하는 일을 잘 해내는 방법, 또 견디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 터득하는 곳이라고도 이야기 한다. 12번째 규칙은 늘 해오던 그 이야기의 핵심을 담고 있어서 공감할 수 있었다. 삶은 정말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 잔뜩 있는 곳이고 그 안에서 살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니까.
이 밖에도 엄마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규칙들도 있었다. 이를 테면,"배우지 않았다고 변명하지 않는다", "차려준 밥에 불평하지 않는다.", "따분하다면 스스로 재미있어진다."라는 규칙들이었다. 숙제하자면 피곤하다고 하고, 잠시 쉬라고 하면 심심하다고 하는 초등학생, 부디 스스로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낼 줄도 알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첫번째 규칙을 소개한다. "세상의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해낸다." 선문답같은 이야기 같지만 설명을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 내는 일이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배워서 알고 있고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들을 정확히 지켜낸 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나의 소중한 아이도 초등학생때부터 배우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내는 굳은 심지와 단단한 주관과 행동하는 용기를 갖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한국에는 이 책이 먼저 번역되어 출간되었지만, 작가의 맺는 말을 읽어보면 이건 2편이라고 한다. 아이는 책을 다 읽고 나서 1편은 왜 없어요? 라고 했는데, 언젠가 1편도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갖고 순수하고 진지하게 꿈을 펼치세요, 여러분은 반드시 '제 몫을 다하는 어른'이 될 거예요,"라고 응원하는 작가의 말이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50개의 규칙을 틈틈이 읽어보며 좀 더 순수하고 진지하게, 제 몫을 다하는, 나에게 충실한 어른이 되어야겠다.
본 포스팅은 미자모카페에서 서평단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에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