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곳곳에 뉴스가 넘쳐나고, 기사, 카드 뉴스에 동영상 등 순식간에 많은 정보를 보여주고 요약해주는 요즘. 소설 한 권을 차분하게 앉아서 읽을 만큼 독서의 끈을 놓치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이미 책에서 돌아선 이들도 끝까지 붙들 소설, "도둑비서들"을 권하고 싶다. 

출간 전 연재를 통해 첫 장을 읽는 순간, 단숨에 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소설. 

미디어 기업의 재벌 총수 로버트의 비서인 티나 폰타나는 로버트 대신 비행기 표를 예매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카드를 쓰게 되고, 19,417달러의 수표를 우편으로 환전 받으면서 순간의 유혹을 못이기고 자신의 학자금 대출 상환에 쓰고 만다.

"그냥 수표를 집에 가져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릴 생각이었으니까."라고 했지만, 10년을 노력해도 상환하지 못한 빚과 맞아떨어지는 수표를 포기하기 어려웠다는 전제로 개연성을 갖추며 티나의 횡령(?)사건은 시작된다. 


사진으로 수표를 찍으면 바로 입금해주는 앱이라니..."우연은 우연인데 내가 만든 우연" 이라는 말이 
더없이 정확한 상황. 티나는 결국 수표를 자신의 학자금 대출 상환에 써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를 눈치챈 또다른 비서 에밀리가 그녀에게 사실을 알고 있으니 자신의 학자금도 갚아달라고 하면서 일이 점점 커진다. 소심하고 그저 털털해 보이는 티나와 다르게 "하버드"출신으로, 미인에 똑똑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다고 다들 오해하는 에밀리. 하지만 그녀의 학자금은 티나의 몇배에 달했고, 집도 없이 차에서 잠을 자며 하트포드 대학 출신이었다. 그렇게 둘이 함께 에밀리의 학자금 대출을 상환해 나가고, 에밀리는 티나의 집에 얹혀살면서 둘만 아는 도둑질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회계부의 마지가 눈치를 채서 자신이 눈감아주는 다가로 회계부의 다른 비서 학자금 대출을 갚아달라고 하면서 이들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또 횡령을 저지른다. 일이 마무리 되나 싶으면 새로운 비서의 등장. 릴리와 진저, 그리고 학자금 대출은 없지만 재능기부(?)를 통해 그들의 일을 확장 시켜조고 싶어하는 웬디. 이렇게 다섯 비서가 모이게 되면서 판은 그야말로 커질대로 커져버린다.

 티나가 말한 것 처럼,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스스로의 학자금 대출을 회사돈으로 갚아나가려고 몰래 일을 해던 그들이 어떻게 사회운동의 물결을 만드는지 보여주는 장면. 비서 뿐 아니라 그리고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청년들의 고민을 다루어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학자금 대출 문제. 
조금 더 열심히, 잘 살아보려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가며 공부하고 사회에 나아갔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쉽게 상환이 안되는 대출금에 날개를 펴보기도 전에 꺾이는 젊은이들. 그들의 고충이 비서들을 통해서 더 실감나게 보여지는 것 같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어느새 타나 폰타나호의 운전대를 잡은 티나는 모두의 고충을 달래주고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작정을 하고 파티를 연다. 여유자금이 있는 이들을 모아 기부금을 모으고, 이를 회원으로 등록한 수많은 비서들의 학자금 대출 상환에 쓰기로 한 것. 





 무작위로 뽑은 누군가의 빚을 갚아주며 신 노릇을 하는 티나. 마치 로빈훗이 된 것처럼 그녀는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기며 열중하게 된다. 한편으로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 걱정스럽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녀가 애초에 로버트의 수표를 자신의 학자금 대출 상환에 썼고, 그 이후에도 상당히 많은 금액을 횡령했기 때문에. 독자와 그녀는, 그리고 그녀의 일당 (에밀리, 진저, 릴리, 웬디)들은 다 알고 저지른 일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그들의 횡령을 사회운동으로 전환시킨 기발한 작가는 그 다음 단계로 그들의 잘못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들의 도움을 받은 이의 도움으로 그녀는 로버트와 맞대결을 하게 되는데. 횡령 사건의 해결이라기보다 학자금 대출로 힘들어하는 비서들의 대표로 세운 티나와 사회적 강자,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비서들을 배려는 커녕 다방면으로 힘들게 하는 상사들의 대표격으로 로버트를 맞서게 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로버트를 존경했던 티나가 대치 상황에서 그녀에 대한 평가를 듣고 얼마나 어이 없었을까. 


그런 그녀가 "계속 그렇게 사람 만만하게 봐요. 어디 한번 해보자고요." 라고 했을 때 속이 다 시원했다. 티나를, 그리고 그들의 패거리를 모두 응원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추리 소설보다 더 흡인력있었던 이야기는 티나와 그 일당이 자신들의 혐의가 덮어지고 진정한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게 되면서 통쾌하고 즐거운 결말로 마무리된다. 물론 
이상향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흔히 "비서"라는 직업에 대한 선입견으로 다른 사람의 지시를 따르고 수동적이고 보조적인 역할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 나서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과정과 결말은 결코 픽션에 불과하다고 지나치기엔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저 묵묵히 기다리지만 말고, 새로운 물결이 되자고. 우리 스스로가 운명을 결정해보자고.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에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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