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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다시 태어나는 거야 - 계절 앤솔러지 : 겨울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1
문이소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평점 :
『내일이면 다시 태어나는 거야』는 겨울이라는 특수한 계절이 주는 감정의 묘한 온기와 찬란함을 녹여낸 앤솔러지로, 한 해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독특한 시선으로 펼친 이야기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 감정의 변화를 포착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듯하다.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시간과 기억의 흐름을 뛰어넘는 ‘무한루프’와 같은 설정들이다.
하유지 작가의 <또다시, 섣달그믐>에서는 매년 12월 31일만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은채의 혼란과 깨달음을 그리며, 단순한 반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은채는 그 단절된 시간 속에서 성장하고, 결국 매일을 온전히 살아가려는 용기를 얻는다. 이 작품은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순간을 진지하게 마주하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향 작가의 <모서리의 파수꾼>은 12월 31일을 앞둔 청소년의 감정의 균형을 잘 잡아낸 이야기이다. 지나의 내면에서 펼쳐지는 자아의 갈등과 친구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은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의 여지를 남긴다. 이 작품은 특히 ‘경계’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정의하려는 청소년들의 복잡한 감정을 풀어내고있다. 지나와 나은, 그리고 김지후의 관계에서 갈등과 성장의 순간을 마주할 때, 나는 문득 내 과거와 맞닥뜨린 듯한 감정을 느꼈다. 이 작품은 나의 오랜 시간 동안 묵혀두었던 상처를 조용히 어루만지며, 마치 치유되는 듯한 따스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문이소 작가의 <쌀식빵으로 할 수 있는 열세 가지 모험>은 젊은 주인공 민아의 자아 발견과 진정한 우정을 향한 여정을 그린 우주적인 이야기이다. 초능력적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민아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우정의 본질을 묻는다. 이 작품은 청소년들이 흔히 겪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을 그리며,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길을 찾을 용기를 심어준다.
이도해 작가의 <홍대에는 갈 수 없어>는 아버지의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을 따뜻하고 정교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승혜와 그녀의 아버지 사이의 이야기는 감정의 깊이를 더하며, 가족 간의 사랑과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있다. 트라우마라는 주제는 흔히 어렵고 무겁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새로운 이해와 치유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점이 인상 깊다.
마지막으로 황모과 작가의 <꼴찌를 위한 계절>는 전교 꼴찌가 된 주인공 ‘원’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고등학교에서 모두가 ‘픽처링’ 장치를 이용해 100점으로 공동 1등을 하는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원은 198등이라는 성적을 받고 자퇴를 결심한다. 그러던 중 구구와 백백이라는 또 다른 자퇴생들을 만나 자유를 추구하며 망명 생활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원은 ‘픽처링’의 진짜 의미와 일등 고교가 감추고 있던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규칙과 기대에 묶여 있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그리며, 자유와 진실을 향한 여정을 통해 삶의 진정성과 의미를 묻는다.
<내일이면 다시 태어나는 거야>는 겨울이라는 차가운 시간 속에서 따스한 내일을 꿈꾸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앤솔러지이다.
다섯 명의 작가가 이 계절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하면서 책을 펼쳤고, 각기 다른 장르와 스타일이 모여 만들어낸 이 작품은 우리가 늘 마주하는 끝과 시작을 진지하고 따뜻하게 다루고 있다.
삶과 시간이 주는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 이 책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려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특히 음력 12월 31일을 앞두고 서 있는 나에게는 더 깊은 울림이 되어주었다.
이책은 12월 31일 마지막 날에 출간되었다.
(T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