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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ㅣ 라임 그림 동화 42
다이 윈 지음, 이고르 올레니코프 그림, 양병헌 옮김 / 라임 / 2025년 1월
평점 :
“떠도는 북극곰 가족, 그리고 우리”
바다는 더 이상 사냥터가 아니다. 얼음이 녹아버렸고, 사냥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북극곰 가족은 선택해야 한다. 배고픔을 견디며 떠돌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 곁으로 다가갈 것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 가족의 여정을 따라간다.
책을 펼치면 푸르스름한 빙하 대신 주황빛과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불타는 듯한 저녁 하늘은, 녹아내리는 북극을 상징하는 듯하다. 사냥에 지친 아빠 북극곰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아.” 하지만 떠난다고 해결될까?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이 그림책이 특별한 이유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담담한 어조다. 북극곰 가족은 슬픔을 토로하지 않는다. 그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걷고, 냄새를 따라가고, 어딘가에 머물 뿐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점점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고된 여정 끝에 북극곰들이 도착한 곳은 인간이 사는 마을이다. 따뜻한 집과 음식 냄새가 있지만, 이곳이 그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는 없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북극곰과 우리의 삶이 겹쳐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이상기후를 겪으며 ‘우리’의 터전이 얼마나 안전한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폭설이 내린 봄, 40도를 넘나드는 여름, 기후 위기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은 북극곰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는 북극곰 가족을 통해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조용히 전한다. 차갑지만 깊숙이 스며드는 이야기,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림이 전하는 먹먹한 감정이 오래 남는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다. 북극곰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우리도 우리의 길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