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문이 열리면 마음이 자라는 나무 44
범유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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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면>

저자 범유진

2025.5.12
152쪽
푸른숲주니어


“도서관은 닫힌 문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마음이다”


중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참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눈치, 말 한마디에 휘청거리는 자존감, 나 자신이 왜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때도 많았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도서관 문이 열리면> 속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 닿을 것이다.

이 책은 네 명의 아이들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만나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말실수 하나로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 은솔, 친구들에게 맞추려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 수빈, 자존감이 낮아 무작정 친구를 따라하던 단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쉬지 못하는 범준. 이들은 각자의 불안과 외로움을 안고 도서관에 발을 들이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쉼’이 되고, ‘혼자가 되기 좋은 곳’이 되고, 결국에는 ‘다시 사람과 연결되는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책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사람을 만나면서 관계를 다시 배워간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이들의 삶에 진짜 ‘성장’으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가장 닮은 아이 하나쯤은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더 위로가 되고,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나답게 있을 장소’가 지금 나에게는 어디일까? 혹시 그곳은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기다려 주는 공간일까? 이 책을 덮고 나면 그런 장소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게 누군가에게는 진짜 도서관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십 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어른, 혹은 아직도 내 안의 불안한 십 대를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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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어린이 시 수업
김재희 지음, 뜬금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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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동시집은 여러 권 읽어봤지만, 이렇게 시를 어떻게 읽고, 느끼고, 써보는지 알려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마음을 여는 어린이 시 수업>은 단순히 좋은 시를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시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천천히 열어주는 책이다.

책을 건네자마자 아이가 “이 책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거미줄 이야기를 꺼내며 가로줄과 세로줄의 차이를 설명해줬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아, 이 책은 아이와 시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시 돋보기’로 시의 숨은 뜻을 살펴보고, ‘시 놀이터’에서 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해보게 구성되어 있다.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써보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마지막에는 ‘도전! 나도 시인’이라는 창작 활동이 있어 아이 스스로 동시를 써보는 데도 부담이 없다.

윤동주, 정지용, 권태응 같은 국내 시인들의 동시뿐 아니라, 바쇼, 릴케, 에밀리 디킨슨 같은 해외 시인의 시도 함께 실려 있어서 시의 폭도 넓다. 짧지만 깊이 있는 시를 접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시의 매력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이가 시를 ‘공부’로 느끼지 않고 ‘놀이’처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시라는 짧고 자유로운 형식을 통해 표현하는 기쁨을 알려준다. 글쓰기의 시작을 부담 없이 도와주는 책, 부모로서도 마음 놓고 추천할 수 있다.

시가 멀게만 느껴지는 아이, 글쓰기 앞에서 주저하는 아이에게 이 책은 좋은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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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탐험 - 슷카이 그림책
슷카이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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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깊이 잠든 고요한 새벽, 살금살금 눈을 뜬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샛별이다. 새벽의 세상은 낮과는 사뭇 다르다. 익숙했던 집 안 풍경이 새롭게 보이고, 조용한 소리도 커다랗게 들린다. 변기는 “쿠르륵 쿠르륵”, 냉장고는 “위이잉~” 소리를 내며 잠꼬대를 한다.
이건 분명, 샛별이만의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그림책 <새벽 탐험>은 바로 이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다. 어둡지만 전혀 무섭지 않은, 오히려 궁금하고 재미있는 새벽의 시간. 불도 켜지 않고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며 만나는 부엌, 거실, 화장실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샛별이는 혼자지만 외롭지 않고, 무섭지도 않다. 마음속 호기심이 용기가 되어, 스스로 세상을 탐험하는 작은 탐험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을 아주 따뜻하게 전한다. 우리 아이도 샛별이처럼 어떤 날, 나만의 새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조용한 집 안에서 작고 낯선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며 나만의 상상 모험을 떠날지도 모른다.

엄마 아빠와 함께 읽는다면, 이 책은 하루를 여는 포근한 인사처럼 느껴질 것이다. “좋은 아침이야!” 하고 말하기 전, 새벽의 반짝이는 기운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다. 책 속 QR코드를 찍으면 샛별이의 노래 <별의 개수>도 들을 수 있어서, 이야기의 감동이 노래처럼 오래도록 남는다.


<새벽 탐험>은 아이에겐 상상의 문을, 부모에겐 추억의 창을 열어주는 책이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혹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조용한 시간에 함께 펼쳐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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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 바리스타
송유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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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흐릿해져도, 마음은 선명히 남는다
말을 잃은 예빈과 기억을 잃어가는 달순,
두 사람이 함께 꾸려나가는 작은 카페 ‘별다방’은
세상에서 조금 비껴난 이들에게
조용한 숨구멍 같은 공간이 되어준다.

서툰 말 대신 커피향으로,
무거운 마음 대신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은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안아준다.

말이 없어도 괜찮고, 기억이 흐려도 괜찮다.
이 소설은 다정함이 얼마나 단단한 언어가 될 수 있는지
그 조용한 울림으로 증명해 보인다.

누군가의 다정이, 결국 내 마음을 구해낸다.
<별다방 바리스타>는
그 믿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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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을 찾아서 샘터어린이문고 83
김송순 지음, 클로이 그림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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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으로 전쟁의 아픔을 마주하고, 공감과 이해라는 진짜 보물을 발견하게 하는 이야기”

병든 할아버지를 위해 손자 ‘현준’이 바람골이라는 낯선 곳으로 떠난다. 이야기의 배경은 판타지처럼 펼쳐지지만, 그 안에는 한국전쟁이라는 무겁고 아픈 역사가 흐르고 있다.

현준이 바람골에서 만난 사람들, 총소리, 그리고 피 냄새는 모두 할아버지의 기억 속 과거다. 그 속엔 어른들이 아닌, 힘없는 아이들의 전쟁이 있다. 손에 총을 쥐고 도망치던 열일곱 소년, 그리고 그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금의 할아버지. 이야기는 그 시간들을 겪어보지 않은 현준이 점점 그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되새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쟁의 상처를 어떻게 기억하고, 누구와 함께 짊어져야 하는지 묻는다. 할아버지에게 전한 보물보다 더 소중한 것은, 현준의 마음속에 남은 ‘공감’과 ‘이해’다. 역사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한 편의 판타지로 다가올 수 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 판타지가 우리의 현실과 얼마나 가까운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자연스레 묻게 된다.

내아이가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아픔과 치유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준다. 또 단순한 역사 지식이 아니라, 상처받은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힘을 키워주는 귀한 동화라고 생각된다. 판타지 형식을 통해 아이도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고, 책을 덮은 후엔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참 많아진다. 자녀와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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