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완성 - 나이 듦과 웰에이징에 관한 9인 교수들의 행복 예찬
최신한 외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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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이 건네는 선물에 대하여

노년은 쇠퇴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온 세월이 수놓은 결실이자,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다. 이 책은 나이 듦을 불안과 상실이 아닌, 성숙과 자유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우리 모두는 나이를 먹는다. 그것은 생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 길이 곧 잃어버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젊음이 가능성을 노래하는 계절이라면, 노년은 완성의 계절이다. 이제 우리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대신,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한 장 한 장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 책의 아홉 명의 저자들은 저마다의 시선으로 노년을 해석한다. 키케로의 《노년론》에서부터 동양사상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노년을 두려움이 아닌 배움의 시간으로 바라본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지혜를 정리하고, 현재의 즐거움을 찾으며, 나이 듦이 주는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년은 우리의 몸에 새겨지는 주름처럼, 생의 흔적을 품은 시간이 아닐까? 젊음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세월이 흐른 후 비로소 또렷이 보인다. 마치 안개가 걷히고 선명한 풍경이 드러나는 것처럼.

“아름다운 노년은 세월이 주는 선물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있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말 것. 삶의 마지막 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받아들일 것. 그것이야말로 잘 늙는다는 것, 진정한 웰에이징이 아닐까.

결국, 노년이란 인생의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다. 그리고 그 쉼표 뒤에는, 아직 써 내려갈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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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정우열의 감정수업
정우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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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부담이 아니라 길잡이다

‘어른이라면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감정을 다스린다는 게 결국 ‘억누르는 것’과 동의어가 되어버린다면? 정우열의 감정수업은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무작정 억제하는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던지는 따뜻한 질문이다. 우리는 감정을 정리하는 법을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어릴 때는 ‘울지 마’, ‘화를 내면 안 돼’라는 말로 감정을 참아야 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보다 이성이 우선이라는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님을 강조한다.

저자는 분노, 슬픔, 불안, 기쁨 등 11가지 감정의 속성을 파헤치며, 감정을 적으로 돌리는 대신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을 제안한다. 이를테면, 질투는 나의 결핍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고, 불안은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일 수 있다. 감정의 실체를 정확히 알면 그것이 무작정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감정을 다루는 법을 설명하면서도 추상적인 철학적 논의에 머물지 않는다. 직장 내 갈등, 연인 관계에서의 불안,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는 마음 등 일상에서 흔히 겪는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18년간 내담자들을 만나온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어, 이 책은 단순한 감정 해설서가 아니라, 실제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가이드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감정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법을 몰라서 방치해왔는지도 모른다. 감정수업은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해답을 건네며, 감정은 다루어야 할 짐이 아니라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일깨운다. 감정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곧 성숙한 어른이 되는 길임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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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보건실 냥쌤 1 - 수상한 단골손님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 1
주미 지음, 김이주 그림 / 돌핀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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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실이 이렇게 흥미진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귀여운 고양이 보건 교사 냥쌤과 겁 많지만 의외로 용감한 보조 귀신 욜이 함께하는 보건실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그런데 단순한 웃음만 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보건 교육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신선한 접근의 동화다.

하루에 세 번이나 보건실을 찾는 고봉이가 있다. 코피가 나고, 무릎이 까지고, 이까지 빠진 고봉이를 치료하는 냥쌤과 욜은 점점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결국 그 뒤에 숨겨진 괴롭힘의 흔적을 발견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단순한 처치법을 넘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보건 교육’을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교과서 없이 단편적으로 배울 수밖에 없는 보건 지식을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충동 조절이 어렵고,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잦다. 이때 딱딱한 설명 대신 친근한 캐릭터와 흥미로운 사건이 곁들여진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냥쌤과 욜의 조합은 사랑스럽다. 냥쌤은 유능하면서도 포근한 존재이고, 욜은 허당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용기를 낸다.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가 펼치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면서도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지키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읽고 나면 아이들은 ‘내 몸을 스스로 보호하는 법’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마음’까지 배울 것이다.
특히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딸아이는 이 책을 정말 좋아한다. 읽는 내내 깔깔 웃다가도, 냥쌤과 욜의 활약에 몰입해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말했다. “엄마, 2권은 언제 나와?” 따뜻한 그림과 함께하는 이 특별한 보건 교육 동화가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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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지음, 양소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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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을 기다려왔다는, 그 솔직한 고백

늙어가는 것을 기다려왔다니. 그 말이 처음엔 낯설다. 우리는 보통 나이 듦을 반갑게 맞이하기보다 조용히 감추려 한다. 생일이 지나갈수록 나이를 밝히는 일이 어색해지고, 주름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젊음을 유지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과 광고는 넘쳐나지만, 나이 들어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곳은 드물다. 그래서일까, 나이 듦을 기대해 왔다는 저자의 말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안드레아 칼라일은 나이 듦을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어머니를 7년간 간병하며,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그는 사회가 만들어낸 ‘늙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의문을 품는다. 특히 동화 속 마녀와 같은 노년 여성의 이미지가 우리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내는 부분이 흥미롭다. 오래된 이야기들이 무심코 각인시킨 편견이,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사회적 편견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칼라일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이 듦의 기쁨을 하나씩 발견해 나간다. 강가의 하우스보트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신을 비춰본다. 향기를 맡고, 새소리를 듣고, 튤립 옆 벤치에서 이웃과 대화하는 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젊었을 때는 바쁘게 스쳐 지나갔을 것들을 이제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나이 드는 것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저자는 노화를 ‘쇠퇴’가 아니라 ‘확장’으로 바라본다. 육체적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더욱 넓고 깊어진 내면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위로나 긍정적인 태도를 강요하는 말이 아니다. 자연과 삶 속에서 발견한, 그가 직접 살아내며 깨달은 지혜다.

나이 듦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늙는다’는 것을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내 삶의 마지막 장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게 될까? 그리고 그 마지막 장이 찾아오기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향기를 맡고, 얼마나 많은 소리를 듣고,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될까?



앞으로 누군가에게 내 소개를 한다면 마지막에
“나의 날들에 웃어주세요!”라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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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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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는 남다르다. 개인적인 상처에서 출발해 뉴욕이라는 거대한 무대 속 예술가들의 외로움을 탐구하며, 궁극적으로 고독이 어떻게 연대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실연 후 뉴욕에 남겨진 저자는 깊은 고립감에 빠진다. 그러나 그 감정을 외면하는 대신, 그녀는 도시 곳곳에 남겨진 외로움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외로운 사람들, 앤디 워홀의 반복되는 이미지, 그리고 데이비드 워나로위츠의 격렬한 저항 속에서 그녀는 자신과 같은 감정을 본다. 이 책은 그렇게 예술과 개인의 삶을 유려하게 엮어내며,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이 단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임을 드러낸다.

고독은 종종 부정적으로 여겨지지만, 랭은 그것이 반드시 비참한 감정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어떤 이들에게는 고독이 창작의 원천이 되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저항과 연대의 이유가 된다. 책이 조명하는 예술가들은 모두 고립된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작품은 세상을 향한 강렬한 메시지로 남았다. 이처럼 외로운 도시는 고독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통해 서로에게 다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결국, 이 책을 덮고 나면 ’나만 이렇게 외로운 걸까?’라는 질문이 ‘우리 모두가 이렇게 외롭구나’로 바뀐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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