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신과 의사 정우열의 감정수업
정우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2월
평점 :
감정은 부담이 아니라 길잡이다
‘어른이라면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감정을 다스린다는 게 결국 ‘억누르는 것’과 동의어가 되어버린다면? 정우열의 감정수업은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무작정 억제하는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던지는 따뜻한 질문이다. 우리는 감정을 정리하는 법을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어릴 때는 ‘울지 마’, ‘화를 내면 안 돼’라는 말로 감정을 참아야 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보다 이성이 우선이라는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님을 강조한다.
저자는 분노, 슬픔, 불안, 기쁨 등 11가지 감정의 속성을 파헤치며, 감정을 적으로 돌리는 대신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을 제안한다. 이를테면, 질투는 나의 결핍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고, 불안은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일 수 있다. 감정의 실체를 정확히 알면 그것이 무작정 나를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감정을 다루는 법을 설명하면서도 추상적인 철학적 논의에 머물지 않는다. 직장 내 갈등, 연인 관계에서의 불안,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는 마음 등 일상에서 흔히 겪는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18년간 내담자들을 만나온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어, 이 책은 단순한 감정 해설서가 아니라, 실제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가이드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감정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법을 몰라서 방치해왔는지도 모른다. 감정수업은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해답을 건네며, 감정은 다루어야 할 짐이 아니라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일깨운다. 감정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곧 성숙한 어른이 되는 길임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