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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라방 ㅣ 책 읽는 샤미 40
이규희 지음, 스갱 그림 / 이지북 / 2024년 11월
평점 :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나비 마스크의 외침, 정의는 침묵하지 않는다”
아픔을 삼키던 나비가 날아오르다.
조용하고 소심했던 이솔이는 폭력 앞에서 침묵하던 나비였다. 친구들의 시선이 두려워 세상과의 연결을 카메라 뒤에서만 시도하던 어느 날 폭력의 현장을 마주하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나비 마스크를 쓰고 시작한 ‘정의의 라방’은 이솔이 자신을 비롯한 많은 피해자들을 위해 날갯짓을 시작하는 장면이다.
단순한 학교 폭력 고발 그 이상의 내용으로, 한 아이의 아츰이 어떻게 희망으로 바뀌는지, 그 여정 속에서 폭력의 본질과 구조가 얼마나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친구들과 골목 고양이를 찍던 평범한 영상이 나비의 날갯짓처럼 커다란 파동을 만들어 가고, 이솔이는 그렇게 작은 용기를 크게 키워나간다.
그러나 이솔이의 라방이 박수를 받는 일만은 아니다.
’정의의 라방‘에는 뜨거운 지지와 냉소적인 비난, 그리고 윤리적 논쟁까지 얽혀들며 마치 한편의 전투처럼 이어진다.
저자는 라방이라는 현대적인 소재를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문제를 직시하게 만든다.
카메라 앞에서 쏙아지는 댓글들은 아이들의 목소리이자 세상의 반응이다.
비겁하다는 비난도, 용감하다는 칭찬도 이솔이를 흔들지만, 이솔이는 한 가지 확실만으로 움직인다.
“학폭은 사라져야 한다.”
폭력이라는 단어는 마치 숨겨진 동굴과도 같다. 어두운 곳에서 커다란 메아리를 울리며 한 아이의 마음속을 휘젓는다. 하지만 <정의의 라방>은 그 어둠을 꿰뚫고 들어가 새로운 길을 밝히려 한다.
이솔이가 나비 마스크를 쓰고 날아오르듯, 우리 역시 이 책을 통해 폭력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그로부터 나아갈 용기를 배운다.
단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직면한 현실의 깊이를 알지 못했던 어른들에게도 큰마음의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라방 속 작은 날갯짓이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을을 심어주며,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선명한 희망이다.
어린이 독자뿐만 아니라 부모와 교사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