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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알래스카의 한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개정판
닉 잰스 지음, 황성원 옮김 / 클 / 2024년 6월
평점 :
저자는 검은 늑대와의 첫 만남이 시간이 숨을 멈춘 것 같은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후 야생 검은 늑대는 그들 삶의 일부가 되었다.
검은 늑대가 이들에게 다가간 그날의 모습에 나는 인류에게 처음 개로 길러진 그 옛날의 늑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게 된 건 사람이 아닌 늑대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흠잡을 데 없는 포식자, 순수하고 비타협적인 야성의 상징인 늑대는 우리가 말하는 문명과 상호 배타적인 관계처럼 보이지만 이곳 주노에서, 중립적인 상태로 다가와
조금씩 거리를 좁히며 영역을 넓히고 탐색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이 거대하고 이상한 무리의 땅을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늑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 해도 은하계의 먼 끝에서 멀리 있는 별을 바라보는 천문학자처럼 녀석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녀석은 나쁜 의도를 가진 인간들은 몇 번이고 피해 갔지만, 개들, 자신이 숭배하게 된 바로 그 존재가 역설적이게도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말았다.
녀석의 생활이 어떤 식으로 균형을 잡고 있는지는 미스터리에 싸여있었다. 저자는 이것이 그 늑대에게서 가장 사랑하는 부분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검은 늑대는 사랑이 아니라 딱딱하고 악의적인 증오 탓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
“희미하게 명멸하는 불빛 같은, 어두운 하늘에서 고동치며 넘실대는 오로라 같은 다른 면이. 그 무엇도 로미오라는 기절을, 녀석과 함께 보낸 우리의 시간은 앗아가지 못한다. 우리가 짊어질 짐은 증오가 아니라 사랑이다. 하지만 그 사실도 마음을 더 환하게 밝히지는 못한다.”
303쪽
검은 늑대가 사람과의 거리를 스스로 좁혀 갈 때, 위엄을 느낀 사람도 있었고 위험을 느낀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 개.
개와 늑대 사이엔 0.02퍼센트의 유전적 차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로미오가 만나는 대부분의 개들은 모두 로미오에게 호의적이다.
인간만이 악의가 없는 늑대에게서 악의를 찾고, 총을 겨눠 우월함을 과시한다.
늑대를 비롯한 동물과 인간을 향한 작가의 섬세한 감정이 글에 차분히 녹아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알래스카 주노에 마음이 온통 닿아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