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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평점 :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이라는 모래
함께 라는 물줄기를
조금이라도 담아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를 읽기 시작했다.
굉장히 슬프고 숙연할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책은 시끌벅적했다.
작가는
서부미국이라는 롤러코스터 위를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앉아있다.
그리고 순간순간
“여긴 어딘가” “난 누군가” “왜 왔을까”
롤러코스터에서 내려 본 세상처럼
이 땅을 밟고 있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그 소란함에 100% 공감하며
나 역시 글로 미국서부여행에 동행했다.
p28
두꺼운 종합 여행 백서를 쳐다보고 있자니 이내 지쳐 책을 덮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싶었다. 왜 미국에 가려고 하는지, 여행을 다녀와서 무엇을 얻길 바라는지 말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대자연 탐방’이었다.
p30
간단히 봐서는 여행 준비 상황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듯했다.
퇴근한 뒤에야 비로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았는데 아버지의 메시지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내용이었다.
1.고생했다.
2.하지만 너희가 설계한 길을 역방향으로 여행하자
3.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너희끼리 나중에 다시 가라.
4. 로스앤젤레스는 빼라. 대신 라스베이거스 근처에서 국립공원을 자세히 돌아보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모 프로그램 제목처럼
인생에도
행동에도
물음표, WHY?라는 질문, 찾아가는 답이 필요하다.
나의 여행을 돌아보았다.
나 자신의 여행엔 왜 가고 싶은지가 있었다.
하지만
친정 아빠와의 여행엔
나의 왜?는 없었다. 아빠의 왜?도 묻지 않았다.
아이들과의 여행을 떠올렸다.
아이의 왜?보다는 아이를 위한 왜?를 많이 생각했다.
물론 나의 왜? 역시 없었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나의 생각은 물론
부모님의 생각, 배우자의 생각, 아이들의 생각,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밟아보고 싶은지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문장이었다.
p96
이제 막 시작된 여행길인데 출발 한 시간여 만에 스마트폰도 환자, 아들 녀석도 환자가 되었다는 점은 너무 큰 이벤트가 분명했다.
여행이고 뭐고,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무탈하게 살아 돌아가자.’
아이와의 여정이 시작되면
외치는 문구가 떠오른 문장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
p110
지친 나와는 달리 아버지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자연 속에 들어와서 멋지고 신비한 피사체를 바라보며 원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아버지가 꿈꾸던 여행의 참맛이 아닐까 싶었다.
일상에서 벗어났을 때
일상의 소중함과 함께
다소 홀가분한 즐기는 나를 발견한다.
여행은 그런 거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통해
부모님과 여행을 하며
다음 행선지가 아닌
부모님의 뒷모습, 그림자, 눈동자를 살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문장이다.
P186
아버지는 달랐다.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가 나의 목적지였다면
아버지에겐 앤털로프 캐니언이 이번 여행의 목적지였다.
삶이라는
‘내’가 주인공이고, 여행자인
연극, 여행에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할 문장이라 생각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무엇과
아이가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무엇은 다르다는 것.
P192
'아버지,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저는 거기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차마 뱉을 수 없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버지가 남긴 앤털로프 캐니언 사진, 역시나 예술이다. 가보지 못했지만 마치 직접 다녀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삼대의 여행에 동석한 것처럼
즐겁게 읽었다.
작가의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처음으로 나도 직접 가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자연을 만나고
나의 프레임 안에 담을 때
어떤 마음일지 그걸 느껴보고 싶어서 말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부제 속에서
무척 슬플거라는
나의 예상을 뒤덮듯이
세 사람 또는 두 사람이
부딪히는가
더위와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나 역시
글을 눈으로 쫓으며
가슴 졸여하느라
굉장한 속도감과 긴장감을 느꼈다.
하지만
여행 틈틈이
느껴지는 엄마의 빈자리
여행을 마치고
홀로 집으로 귀가하는 아버지에 대한 모습
짧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다.
작가에게 고맙고
작가에게 미안하다.
전자는
삼대의 여행에 대한 마음을 심어주었고
가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일으켜준 점
소란스러워도
갔다 오면 “가길 잘했어”라는 마음,
후자는
작가는 어머니의 영원한 외출 후 여정을 떠나지만
나는 작가의 글을 통해 ‘살아계실 지금이 기회구나’
‘함께 떠나야겠다’라는 결단을 내리게 한 부분이다.
60대의 어머니,
40대의 딸,
10대의 손녀 둘, 여자 넷이 떠나는 여행.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벌써부터 설레고, 떨리고,
양념반 후라이드반처럼
기쁨반 걱정반이다.
2020
그렇게 몽땅 떠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