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구두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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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구두를 벗어 던지는 순간

< 타인의 구두 >를 읽고 / 조조 모예스 장편소설 /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도서협찬)

SOMEONE ELSE’S SHOES

 

 

번역 소설을 읽을 때 가끔 문장이 발목을 잡는다. 이 책도 초반에는 그랬다. 문장이 매끄럽게 흐르지 않아 몇 번이나 속도가 끊겼다. 마치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신고 걷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야기는 묘하게 사람을 붙든다. 조금 불편한 걸음을 참고 걷다 보니 어느새 끝까지 와 있었다.

 

이 소설은 화려한 삶의 허상을 꽤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샤넬 재킷과 하이힐, 부유한 남편과 완벽해 보이는 생활. 그러나 그것은 단단한 기반이 아니라 조명 아래 세워 둔 무대 장치에 가까웠다. 남편의 한마디로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 주인공은 가운 하나와 슬리퍼 차림으로 거리로 밀려난다. 체면도 지위도 그렇게 간단히 사라진다. 사람의 삶이 얼마나 얇은 껍질 위에 놓여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구두가 있다. 사치의 상징이자, 권력의 표시이며, 동시에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다. 그 화려한 구두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여성들이 엮인다. 처음에는 우연처럼 시작된 일이지만, 점점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누구나 신는 신발이라는 사소한 물건이 결국 사람들을 묶고, 연대하게 만든다는 설정이 꽤 영리하다.

 

마지막 장면은 특히 통쾌하다. 니샤는 다이아몬드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탐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한다. 그리고 칼에게는 법적 싸움보다 더 뼈아픈 방식으로 벌을 돌려준다. 과장된 복수극이 아니라, 지혜롭고 단단한 방식의 응징이다.

 

결국 이 소설은 구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발로 다시 서는 이야기다. 화려한 구두가 아니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 삶의 길을 스스로 걸어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들은 구두를 보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니샤를 봤다. ’저건 칼의 장난이에요. 날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만들 방법 그 사람이 정말 미워요. 저게 우리 결혼 생활을 완벽하게 요약한 거죠. 온통 보여주기뿐. 나는 쇼에 나가는 조랑말처럼 차려입고 광대처럼 뛰어다니며 그 사람 뒤치다꺼리를 했어요. 그 사람이 날 조련했죠.” P422

 

 

#타인의구두 #조조모예스 #다산책방 #소설추천 #인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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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DNA
유응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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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속에서 펼쳐 본 AI 시대의 지도

< 엔비디아 DNA >를 읽고 / 유응준 지음 / 모티브 출판 (도서협찬)

 

엔비디아 코리아 전 대표가 기록한 젠슨 황의 30년 집착과 승리의 법칙

 

 

요즘은 주식 이야기가 일상의 공기처럼 떠돈다. 코스피 6천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고, 시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막상 뛰어들려 하면 아무 무기도 없이 전쟁터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신청한 이유도 그 막막함 때문이었다. 무엇이라도 조금은 알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책이 도착했을 때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기술과 산업 이야기로 가득할 것 같았고, 제대로 이해하려면 공부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았다. 이 책을 내가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도 방법은 하나였다. 일단 읽는 것. 다른 생각은 접어 두고 조용히 책을 펼쳤다.

 

막상 읽어 보니 예상보다 난해하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조직문화와 젠슨 황의 철학, 그리고 AI 시대 속에서 기업과 국가가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큰 흐름을 보여 준다. 특히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동맹의 문제라는 설명은 인상 깊었다.

 

이 책은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는 아니다. 대신 AI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기업과 개인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차분히 보여 준다.

 

읽기 전에는 부담이 컸지만, 읽고 나니 시대의 흐름을 한 번쯤 가늠해 본 느낌이 남았다. 두려움 속에서도 책 한 권을 펼쳐 보는 일이 때로는 작은 지도가 되기도 한다. 막연한 두려움보다 한 번 읽어 보는 용기가 더 나은 선택일 때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이 책은 투자 방법과 상관없이 시대의 방향을 보여 주었고 변화의 속도 앞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었다.

 

 

 

 

“AI 시대의 마지막 생존 전략은 단순하다. 더 빨리 배우고 더 빨리 버려라. 이 태도를 받아들이는 순간, 학습은 부담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이 된다. 이것이 엔비디아식 개인 문화의 본질이며, AI 시대에 개인이 선택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다.” P255

 

 

 

 

#단단한맘수련서평단 @gbb_mom 단단한 맘 @water_liliesjin 수련

 

#엔비디아DNA #NVIDIA_DNA #유응준 #모티브 #AI산업 #무엇에집중할것인가 #AI시대 #기술과미래 #산업의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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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의 역사
반진욱 지음 / 깊은나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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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간식의 낯선 역사

<초코파이의 역사>를 읽고 / 반진욱 지음 / 깊은나무 출판 (도서협찬)

한국을 넘어 세계로 간 K과자의 비밀

 

처음에는 먹는 초코파이를 주는 이벤트인 줄 알았다. 이벤트는 재미있으니까 가볍게 응모했는데 뜻밖에도 책이 도착했다. 초코파이를 좋아하지도 자주 먹는 편도 아닌데 이런 책을 읽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책은 마케팅 이론서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뒤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읽었는데 없어서 조금 실망도 했다. 단지 저자가 알게 된 것에 궁금해진 것을 하나씩 찾아가며 정리한 기록에 가까운듯하다. 초코파이의 뿌리가 된 미국의 문파이 이야기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국민 간식이 되고 해외로 확장되는 과정까지 비교적 차분하게 이어진다.

 

읽는 동안 대단히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던 과자 하나에도 나름의 시간과 사연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패키지 색과 글씨체가 시대에 따라 바뀌고, 나라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대목도 흥미롭게 읽혔다.

 

솔직히 말하면 큰 감동이 있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 덕분에 책을 읽게 되었고, 익숙한 간식 하나의 뒷이야기를 가볍게 들여다본 느낌이다.

 

가끔은 이런 책도 괜찮다. 초코파이를 먹듯 부담 없이 읽고 덮을 수 있으니까.

 

 

 

“1917, 여러 번의 실험과 개선 끝에 달처럼 크고 둥근파이라는 뜻의 문파이가 세상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크고, 달콤했으며, 한 손으로 들고 먹기 편했지요. 노동자를 위한 서민 간식답게 가격도 매우 저렴하게 책정되었습니다.” p21

 

중국 버전 초코파이 패키지의 주조색은 빨간색입니다. 중국에게 빨간색은 복과 기쁨의 색이기 때문입니다. ~ 중국에서 정()은 연인간의 사랑을 의미하기 때문에 어진마음을 뜻하는 인()으로 대체한 것입니다.” p88

 

 

문파이에 마시멜로가 사용된 세 가지 합리적인 이유는 높은 포만감을 제공한다. 광부들은 육체노동으로 소진되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많은 당분과 열량을 신속하게 필요로 했다. 적은 부피와 양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포만감을 제공할 수 있었다. 빠른 에너지 보충과 함께 심리적 만족감까지 원하는 힘든 탄광 노동자들의 휴식 시간 간식으로 적합한 선택이었다.

보관과 유통의 편의성 때문, 생크림은 온도에 민감해서 ...... 광부들이 탄광으로 가져가 휴대하고 보관하는 것이 매우 용이했다.

대량생산의 효율성 측면이 있었다. .... 제조 공정이 훨씬 간단하고 단순하며, 유통과정에서도 품질의 안정성이 쉽게 유지할 수 있다.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에 매우 유리하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생산 속도도 빠르며 불량률도 낮출 수 있다.” p227

 

@bookocean777 @supr_lady_2008 @북오션

#초코파이의역사 #반진욱 #깊은나무 #간식의역사 #브랜드이야기 #세계속의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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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맨 - 뉴욕의 컨설턴트에서 시골 우체부로, 길 위에서 찾은 인생의 진짜 목적지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지음, 정혜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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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보다 무거운 하루의 기록

<메일맨>을 읽고 /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지음 / 정혜윤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가제본 도서협찬)

 

뉴욕의 컨설턴트에서 시골 우체부로, 길위에서 찾은 인생의 진짜 목적지

 

하루아침에 시골의 신참 집배원이 된 한 남자의 아주 특별한 이웃, 가족,

그리고 일에 관하여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하던 한 중년 남자가 하루아침에 시골의 신참 우체부가 된다. 이야기만 들으면 인생 2막의 따뜻한 기록처럼 보이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길 위의 현실은 훨씬 거칠고 묵직하다.

 

우편배달은 생각보다 훨씬 육체적인 노동이다. 비와 눈을 맞고, 먼 길을 운전하고, 끝없이 험한 언덕과 긴 도로를 오가며 하루를 버틴다. 때로는 말벌 떼와 맞닥뜨리고,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을 뻔하기도 한다. 웃음이 터질 만큼 황당한 일들이 이어지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 뒤에는 몸으로 하루를 버텨내는 사람의 삶에 대한 짠한 노동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문장은 이상하리만큼 유쾌하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의 시선에 있다. 그는 자신이 겪는 고단함을 과장하지도, 삶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저 길 위에서 만나는 이웃과 동료들,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우체부의 하루를 함께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활기차고 유쾌한 문장 덕분에 책은 술술 읽히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남는 것은 웃음보다 삶에 대한 조용한 이해다. 사람은 결국 이렇게 각자의 길 위에서 하루를 배달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편배달은 철저한 육체노동이다. 사무직은 그와 정반대다. 몸은 그저 뇌와 입을 실어 나르는 운반체일 뿐이다. 오직 생각하고 말하고, 자판만 두들긴다. 우편물을 운반하고, 분류하고, 싣고, 운전하며 배달하는 일이 어떤 것일지는 상상할 수 있을지 몰라도 거의 상상이 불가능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매트릭스>처럼 말로 설명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약해빠진 물속에 살면서 우편물을 배달하는 느낌이다. 그건 직접 겪어봐야만 안다.” p348

 

이들의 몸은 오히려 마지막 슈퍼볼에 나선 페이튼 매닝의 지쳐 비틀거리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모습에 가까웠다. 뻣뻣한 목에 다리는 질질 끌고 다니고, 코르티고스테로이드를 잔뜩 맞아가며 보조기와 에이스 붕대, 그리고 끝까지 버티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로 간신히 버티는 몸들이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이제 몇 안 남은 꿀 연금 중 하나와 함께 석양 속으로 퇴장할 그 황금같은 날을 기다리면서, 그리고 시간과 우연과 정형외과적 부상은 모두에게 닥친다. 이 일은 그냥 사람을 갈아버린다.”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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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 세계척학전집 2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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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두께와 내용의 밀도

<세계 척학 전집> 훔진심리학편 / 이클립스 지음

모티브 출판 (도서협찬)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

 

제목은 거창했고, 두께도 제법이었다. 그래서 백과사전처럼 깊고 촘촘한 심리학을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읽고 나니 인상은 의외로 평이했다. 이미 여러 심리학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새롭다기보다 익숙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설명은 간결하고 그림도 곁들여져 있어 읽기는 수월하지만, 그만큼 밀도는 높지 않다. 표지가 주는 무게감에 비해 내용은 가볍다. ‘척학이라는 표현도 다소 아쉽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기술이라기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심리 이론을 정리해 둔 안내서에 가깝다.

 

다만 전혀 건질 것이 없는 책은 아니다. 열등감을 타인을 돕는 방향으로 전환하라는 조언이나, 의지보다 환경을 바꾸라는 문장은 실천적이다. 거창한 기대를 내려놓는다면, 가볍게 훑어보는 입문서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깊이를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장면은 특히 p337에서 인간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대목은 실천적으로 읽힌다.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이라 믿지만, 비교에 속고 무료에 끌리며 소유에 집착한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완전히 새로운 통찰은 아니지만, 한 번 더 점검하게 만드는 힘은 있다.

 

 

 

열등감을 극복하는 가장 건강한 방법은, 자신의 강점을 타인을 위해 쓰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이다. 그때 열등감은 완전히 녹는다. 자신의 가치가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p50

 

 

우리는 그 선택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애리얼리가 보여줬듯, 대부분은 아니다. 비교에 속고, 무료에 끌리고, 기대에 조종당하고, 소유에 집착하고, 선택지를 놓지 못한다. ‘지금 어떤 비합리성이 작동하고 있는가?’ 미끼가 보이는가? 무시하라. 무료에 흥분하는가? 식혀라. 내 것이라서 과대평가하는가? 객관화하라. 선택지를 닫기 두려운가? 닫아라.”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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