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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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책인데, 삶을 읽게 한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 이수은 지음 / 민음사

Do it now

 

잘 읽은 한 권이 다른 책으로 이어질 때, 이야기처럼 읽고, 문장처럼 남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은 사람의 이야기는 역시 다르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는 여러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런데 단순히 작품의 내용이나 읽을 이유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책 속 인물과 이야기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인간과 삶에 관한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간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글이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 오랜 세월 품어 온 이야기를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편안하게 풀어놓는데, 읽다 보면 어느새 생각할 거리가 쌓인다. 풍부한 독서 경험에서 나온 통찰과 유머, 그 안에 담긴 지식도 알차다.

읽고 나니 소개된 책들이 궁금해진다.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이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내 삶을 돌아보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책이고,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학 작품 중 하나가 현대 연극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다. 연극으로 본 적은 없고 앞으로도 볼일이 없겠지만, 책이라면 남은 생애 동안 수십 번은 더 읽게 되지 않을까. 지금 가고 있는 길에 회의가 밀려올 때, 그런데 다른 어느 방향을 택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큰 결단이 찾아올 때까지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고 싶어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멀리로 달아날 수 없고, 대안 없는 이 삶만이 유일한 인간 둘이, 서로가 서로에게 근거 없는 희망을 부추기면서, 최종의 심연을 향해 고꾸라지고 있는 광경을 목도할 때.” p87-88

 

 

“<남아 있는 나날>을 읽노라면 바닷가 벤치에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된 노신사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처럼 선선한 정취가 매혹적이다. 공들여 차려낸 디저트 플레이트 같아 보기에 좋다. 그런데 한참 귀 기울이다 보면 뒷덜미가 서늘해진다. 그 이야기 속 인물들이 모두 나를 가리키며 삼엄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이 인생의 주인으로서 책임질 용의가 있는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가? 힘써 노력하는 중에도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에 기여하는지 자문해 보았는가? 평범한 야망을 좇겠다고 포기한 것들이 뭐였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는가? 일개 소시민일 뿐이라는 사실이 타인들에 무심했던 당신의 유일한 자기 옹호라면, 열심히 살았노라는 긍지는 언제고 당신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기소장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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