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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피플
앨리슨 에스파흐 지음, 김보람 옮김 / 북로망스 / 2026년 5월
평점 :

삶의 끝에서 다시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
웨딩 피플을 읽고 / 앨리슨 에스파흐 지음 김보람 옮김
북로망스 출판 (도서협찬)
이 책은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놓인 한 여성이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대학교수인 피비는 남편 맷과 결혼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여러 번의 임신 시도 끝에 난임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고, 사랑하던 고양이 해리마저 잃는다. 여기에 남편의 외도까지 겹치며 피비의 삶은 무너진다. 가족도, 사랑도 잃었다고 느낀 그녀는 결국 죽음을 생각하며 여행을 떠난다.
그러던 중 피비는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 라일라를 만나게 된다. 거리낌 없이 솔직한 라일라와의 대화,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교류는 피비에게 조금씩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피비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후 피비는 찾아온 남편과 다시 마주한다. 과거를 돌아보고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며 화해의 시간을 갖는다. 처음에는 결국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소설의 마지막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했느냐보다 그 선택이 타인이나 관성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피비가 더 이상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선택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피비가 처음 라일라에게 “죽으러 왔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부분이다.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 한마디에서 피비가 얼마나 깊은 절망 속에 있었는지 전해졌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서 “피비는 자기 가슴에서 살고 싶다”는 문장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머리로 계산하며 살아가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존중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피비의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 소설은 대화 형식이 많은 편이라 읽기 어렵지는 않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았다.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울 것이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몰입이 잘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상실과 절망 속에서도 결국 삶을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오늘 아침 너무나 적막한 집에서 눈을 떴을 때 피비는 비로소 가족이 없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절히 깨달았다. 앞으로도 피비는 늘 이렇게 혼자일 것이었고, 방문 앞에서 야옹거리던 고양이 해리의 목소리조차 없을 것이었다. ~ 결혼식 때문에 오신 게 아니라면,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신부가 마치 이제야 진짜 목소리가 나온 것처럼, 아까보다 훨씬 더 낮은 톤으로 묻는다. ~ ‘죽으러 왔어요.’ 피비가 말한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과장도 감정도 없는 말투다.” p30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고 농담을 건네는 동안에도 맷은 손톱을 깨물며 울음을 참는다. 그런 맷을 보니, 축사하려고 일어나던 짐 같기도 하고, 어린애 같기도 하다. 고통에 찬 어린애 같다. 이제야 피비와 함께 농담하고 웃는다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터진다는 듯 더욱 서럽게 운다. ~
맷은 자신의 눈물을 분석하면서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남편은 머리로 살 때 편안해한다. 그러나 피비는 더는 그곳에서 살 수 없다. 피비는 자기 가슴에서 살고 싶다. 이 아름다운 원피스를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사이드뱅도.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이것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달라진다고 생각하니 민망하다. 그러나 결국에 중요한 건 이런 사소한 것들이다.”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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