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음의 쓸모
유명종 지음 / 디스커버리미디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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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빈칸이 아니다

쓸모없음의 쓸모를 읽고 / 유명종 산문집 / 디스커버리미디어 (도서지원)

 

 

떠났는데도

보내지 못한다

 

웃는 표정

말 한마디

그때의 공기 같은 것

 

그래서 나는

가끔 멈춘다“ p83

 

 

떠난 사람은 이미 멀어졌는데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얼굴보다 먼저 기억나는 웃음, 말 한마디, 그날의 공기.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마음 한편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들.

그래서 나도 가끔 멈춘다.

 

 

결핍은 빈칸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이고,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이다.

우리는 부족해서 흔들리지만,

부족하기에 서로를 이해한다.

 

 

사람을 외롭게 하는 것도 결핍이고,

사람을 사람에게 향하게 하는 것도 결핍이다.

채워지지 않기에 꿈꾸고,

완전하지 않기에 함께 살아간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마음도

어쩌면 모두 결핍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결핍은 약점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존재이고, 그 부족함이 우리를 서로에게 향하게 한다.

 

 

책을 읽다 문득 마음이 멈춘 페이지였다. 누구나 결핍을 감추며 살아가지만, 저자는 그 결핍이 우리를 꿈꾸게 하고 서로에게 다가가게 한다고 말한다. ‘결핍의 공동 주주라는 표현이 오래 남는다. 부족함 때문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부족함 덕분에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화나 회의에 긍정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시비를 걸고 태클을 가해 흐름을 끊거나 바꾸려는 사람을. 우리는 종종 만나게 된다. 직장에서, 이런저런 모임에서, 혹은 SNS에서 누구나 이런 일을 경험한다.

이건 지식의 유무나 문해력의 높낮이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은. 조금 서툰 참견일 따름이다. 하지만 맥락을 벗어난 외침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마련이다.

시비와 태클은 자신을 축소하고 왜곡한다. 타자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킨다. 그래서 남는 건 소외와 자기파괴의 쓸쓸한 영수증이다. 타인을 존중하며 대화의 맥락 속에 머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훼손된 자신을 복원하는 가장 절실하고 고요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이유는, 당신과 내가 크고 작은 결핍의 공동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 연약한 공통분모가, 우리를 끝내 인간으로 남게 한다.” p166

 

#쓸모없음의쓸모 #유명종 #디스커버리미디어 #결핍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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