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 - 기후가 빚어낸 예술의 세계
유성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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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소재, 아쉬운 몰입감

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를 읽고 / 유성운 지음

메디치 출판 (도서협찬)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는 역사적 유적지와 명화 속 인물들의 의상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후가 문화와 예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흥미롭게 풀어낸 책일 것이라 기대했다. 특히 아름다운 옷차림이나 시대별 문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예상했는데, 실제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조금 달랐다.

 

책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코끼리의 서식지가 이동하게 된 이야기, 고딕 건축물에 숨겨진 배수 구조인 가고일의 탄생 배경, 그리고 <돈키호테> 속 양 떼 장면에 담긴 당시 스페인의 환경과 경제 문제 등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단순히 역사와 예술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가 인간의 삶과 문화 전반에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상상(想像)”이라는 단어가 코끼리를 실제로 보지 못하게 된 시대적 변화와 연결된다는 설명은 흥미롭게 읽혔다. 또 고딕 성당의 가고일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비를 흘려보내기 위한 기능적 구조였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었다. 익숙하게 알고 있던 건축과 문학 속 요소들을 기후의 관점으로 해석한 시도는 신선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기대했던 예술과 의상 중심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었고, 내용 역시 아주 큰 몰입감을 주지는 못했다. 끝까지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부분보다는 소소한 흥미로 남은 이야기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기후를 과학이 아닌 역사·예술·문화의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는 색다른 읽을거리였던 책이다.

 

 

코끼리가 서식하려면 연평균 온도가 20이상의 아열대-열대 기후가 되어야 합니다. 기후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오래전 하남성은 동남아시아 같은 아열대성 기후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한랭화가 지속되면서 기온이 낮아졌고, 결국 코끼리도 따뜻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한 것이죠.

 

이렇게 환경이 달라지면 한나라 시대에는 이미 중국에서 코끼리를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중국인들은 과거 선조들이 이야기하던 코끼리라는 동물에 대해 그저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를 상상(想像)이라고 쓰게 됐습니다. 본적이 없는 형상을 생각하는 것이죠.” p17

 

문제는 고딕 성당의 주재료가 석회암이ᄅᆞ는 것입니다. 석회암은 물을 잘 흡수하는 성분이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북부, 독일 등은 겨울에도 비가 잘 오는데, 밤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돌 속의 물이 얼음이 되면서 부피가 팽창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돌은 결국 쩍하고 갈라지면서 부서지겠죠. 접착제로 썼던 석회모르타르도 물에 약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고딕 건축가들에게는 고인물을 건물 밖으로 잘 처리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로 가고일(Gargoyle))입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비롯해 고딕 성당을 보면 흉측하게 생긴 괴물들이 목을 길게 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빗물을 최대한 빼내기 위해 만든 장치입니다.” p65

 

모험을 찾아 떠나는 패기 넘치는 청년이 아니라, 과거의 향수에만 빠진 노인이죠.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르고 가는 곳마다 충돌을 일으키는 돈키호테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장치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풍차와 양떼입니다. 무작정 달려들다가 봉변을 당하는 대상이죠. 그런데 많은 동물 중 왜 하필 양이었을까요. 그저 우연이었을까요. 돈키호테가 양 떼와 맞서 싸운 이 에피소드 속에는 당대 스페인이 처했던 기후, 환경, 경제와 관련된 많은 함의가 숨겨져 있습니다.”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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