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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이재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2월
평점 :

멈춰 선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를 읽고 / 이재문 장편소설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스 출판사 펴냄 (도서협찬)
유일해와 영수는 삶의 속도에 뒤처졌다고 느끼는 어른들이다. 교사로서 성실히 살아왔으나 남은 것은 허탈감뿐인 영수, 뜻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을 피해 ‘이곳’에 머무르기로 한 유일해는 일시정지된 공간에서 서로를 만난다. 이 소설은 죽음과 삶의 경계가 아니라, 지친 마음이 잠시 숨을 고르는 정류장에 가깝다.
작품은 인생을 헛살았다는 자책, 비교와 경쟁 속에서 생겨난 억울함을 숨기지 않는다. 찢어버리지 못한 학급일지와 교무수첩은 영수가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는 기록이자, 스스로를 쉽게 폐기하지 못하는 마음의 증거다. 그리고 ‘열정이란 무엇인가’라는 과거의 문장은 지금의 영수를 다그치기보다 조용히 다독인다. 불태우는 삶이 아니라, 매일 물을 주는 삶 또한 충분히 열정적이라고 말하면서.
작가는 결과에 집착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못하는 진실을 건넨다. 남의 시선에서 한발 물러나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붙드는 것, 그것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이 소설은 괜찮아지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다만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며, 삶에 지친 어른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얹는다.
“인생을 헛살았나. 대체 뭐 하려고 나는 그렇게도 애를 썼던가, 남들은 해외여행이다 뭐다 잘만 다니고, 학생들과 적당히 거리 두며 살아도 잘만 지내던데, 나는 왜 내 인생 한번 즐기지도 못하고, 가진 거라곤 남루한 옷 한 벌에 오래된 빌라 보증금뿐이던가.
억울하고 원통하여 집에 쌓아놓은 학급일지며, 교무수첩 등을 다 꺼내 처분하려고 학교로 가져왔다. 그중 하나를 집어 들고 허탈한 마음으로 살폈지만 도무지 찢어버리지 못하고 마우스만 붙잡고 있었다. 그러다 교감의 메시지를 받고 가슴 통증을 느낀 것이다.” p106
“열정이란 무엇인가 하루하루 빠지지 않고 들여다보는 것.
뜨겁게 불사르기보단 꾸준히 물을 주는 것.
그리하여 죽어가던 꽃을 살리는 그 마음.” p111
“일해는 쑥스러운 듯 뒷목을 쓰다듬었다. 딴에는 노력했지만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그래서 직업을 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다 닭뼈가 목에 걸려 이곳에 왔는데, 실은
현생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여기 남았다고.”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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