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처음으로 죽음을 공부했습니다
김진향 지음 / 다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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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공부하며 삶의 무게중심을 다시 세우다

<서른아홉, 처음으로 죽음을 공부했습니다>를 읽고 / 글 김진향

다반 출판 (도서협찬)

병의 통증 속에서 다시 삶을 배우기까지의 기록

 

이 책을 읽기 전 난 병의 고통을 견디는 투병기이거나, 질병을 극복하는 서사일 것이라 짐작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 책은 고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고전과 시, 영화, 철학 속 문장들을 불러와 저자의 사유로 다시 엮는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삶을 정리하는 책에 가깝다.

 

정현종의 시 을 통해 말하는 고독은 결핍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조용한 거리, 스스로를 마주하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내면의 바다다. 저자는 이 고독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자리로 초대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고립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더 정직해지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이데거의 철학을 인용하는 대목에서는 죽음이 삶을 파괴하는 사건이 아니라 삶을 선명하게 만드는 조건임을 짚는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오늘이라는 시간은 희미해지지 않고 오히려 또렷해진다. 죽음을 자기 몫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곧 삶을 미루지 않는 자세라는 점에서,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아이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죽음은 공포의 사건이 아니라 관계의 변화로 인식되며, 그 안에서 인간의 마음은 가장 순수한 형태로 드러난다. 여기에는 과장도, 감상도 없다. 오히려 담담함 속에서 오래 남는 울림이 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문장은 한층 느려진다. 저무는 빛을 바라보며 이 장면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자문하는 순간, 질문은 두려움이 아니라 다짐으로 바뀐다. 주어진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다짐, 오늘의 삶을 가볍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책은 죽음을 이해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었을 때 삶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가 또렷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에 대한 공부이면서 동시에 삶을 정리하는 실용서다.

 

읽고 나면 삶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대신 오늘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정돈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삶을 어둡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하루를 허투루 쓰지 않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증명한다.

 

죽음을 향해 산다는 것은 절망 속에서 사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의식할 때 비로소 오늘의 순간이 얼마나 선명한지를 깨닫게 된다. 죽음은 삶을 파괴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더 깊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그곳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기에, 지금의 시간은 더욱 귀해진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죽음을 자기 몫으로 받아들일 때 인간은 비로소 본래적 실존으로 선다.” p84

 

 

나는 종종 창가에 앉아 저무는 빛을 바라본다. 저녁놀은 늘 비슷하지만 매번 다른 표정으로 하루의 끝을 장식한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른다. 이 장면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두려움이 아니라 다짐으로 바뀐다. 주어진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그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 내려는 의지로.” p274

 

 

정현종은 <>에서 인간의 고독을 이렇게 노래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그에게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이며, 그 고독 속에서 자신을 마주할 때 비로소 진실한 생을 산다. 정현종의 은 단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요한 거리이며,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내면의 바다였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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