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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ㅣ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채울 수 없는 자리
<두고 온 여름>을 읽고 / 성해나 소설 / 창비
그 어떤 배려나 돌봄도 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 결핍은 상처로 남아 끝내 아물지 못했고, 기하의 평생을 조용히 외롭게 만들었다.
한 번쯤은 더 만나도 좋았을 사람들, 해피엔딩을 기대해도 무방했을 관계들이었지만
이야기는 눈물을 한 번 훔치게 만든 뒤, 겨울처럼 시린 자리에 독자를 내려놓는다.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냉기다.
채워지지 않는 기하의 마음 한구석,
그 허전함이 유독 또렷하게 떠올라 아프다.
표지는 지나치게 예쁘고, 내용은 그만큼 잔인하다.
혼모노보다 먼저 읽게 된 책.
기하와 재하.
가족이면서도 가족이 아니고,
아니라고 말하기엔 이미 너무 깊이 얽혀 있었던 관계.
끝내 마음을 함께할 수 없었던 사람, 기하.
이 소설은 다정하게 말을 걸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정확하게, 아픈 곳만 찌른다.
그 점이 이 책의 미덕이자, 가장 잔혹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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