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미술관 - 화가들이 사랑한 자연, 그 치유의 풍경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연은 화가의 상처를 품고, 우리는 그 그림에서 위로를 얻는다

<초록색 미술관>을 읽고 /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도서협찬)

화가들이 사랑한 자연, 그 치유의 풍경

 

이 책은 그림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화가가 어떤 자연을 그렸는지보다, 왜 그 자연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차분히 읽게한다. 카스파어 다피트 프리드리히의 북극의 부빙과 설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상실과 평생 지워지지 않은 상처가 응결된 장면이다. 차갑고 날카로운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작아지고, 그 앞에 선 화가는 끝내 위로를 갈망한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절망에 머무르지 않는다. 결혼 이후 찾아온 안정과 평온은 산과 호수, 점점 밝아지는 하늘로 옮겨가며, 상처를 통과한 삶이 비로소 숨을 고르는 순간을 보여준다.

 

존 앳킨슨 그림쇼의 세계는 또 다르다. 둥지를 감싸는 꽃잎, 달빛에 잠긴 길, 적막한 밤의 풍경은 자연을 관찰하는 시선이 얼마나 다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달빛은 어둠을 밀어내는 빛이 아니라, 어둠과 공존하며 세상을 지탱하는 빛이다.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문장에 이르면 이 책의 메시지는 두드러진다. 생명은 온기를 필요로 하고, 자연 역시 인간에게 그 온기를 건넨다. <초록색 미술관>은 그림을 읽는 책이자, 지친 마음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쉼터다. 바쁘게 살다 잠시 멈추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충분히 따뜻하다.

 

카스파어 다피트 프리드리히

프리드리히의 삶에서 가장 큰 상처는 어린 시절 겪은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어린 동생이 빙판에서 자신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일은 평생 그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 남았죠. 그는 이 고통을 1824년에 완성한 <북극해>에 투영했습니다. 이 그림은 거대한 부빙이 산처럼 쌓여 화면을 압도하고, 그 틈 사이로 검은 선박 한 척이 좌초된 모습이 보입니다. 차가운 북극의 파편들이 자연의 위력과 인간의 나약함을 대조적으로 드러내며, 삶의 공포와 상실을 깊이 있게 표현합니다.

 

이듬해에는 <바츠만산>을 그립니다. 하얀 설산으로 신비롭게 묘산된 산봉우리는 인간이 감히 닿을 수 없는 자연의 장엄함을 상징합니다. 이 두 작품 모두 자연의 위엄과 인간의 연약함을 강조하는 프리드리히 특유의 세계관을 보여주지요. 특히 <북극해>의 부빙과 <바츠만산>의 바위들이 날카로운 형태로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모습은 마치 화가가 신에게 신호를 보내는 듯하죠. 고통 속에서도 위로와 구원을 갈망했던 그의 내면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북극해>를 그리던 시기부터 프리드리히의 작품은 점점 더 어두운 정서와 죽음, 실존의 두려움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같은 해에 그린 <산 호수의 풍경, 아침>은 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절망과 상처 대신 숭고함과 평온함, 그리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 가득한 이 작품은 마치 그의 인생에 다시 빛이 깃들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처럼 느껴지지요.” P213

 

존 앳킨슨 그림쇼

“<개똥지바귀의 둥지> 세 개의 알을 품은 둥지와 그 주변에 피어난 흰 꽃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꽃잎은 알을 감싸듯 부드럽게 둥지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이는 자연에 대한 작가의 섬세한 시선과 따뜻한 감성을 고스란히 전해주지요. ~ 고요한 산골 풍경 속에는 오로지 바람과 새소리만이 잔잔히 감도는 듯합니다. ~새심하게 묘사된 작은 풀잎에 이르기까지, 마치 한 장의 정지된 사진처럼 정밀하게 표현되어 있지요.” p221

 

“1873년에 완성한 <달빛이 비치는 길의 연인들>은 한겨울의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른 나뭇가지와 낙엽은 메마른 채 흙바닥 위에 얼어붙어 있고, 습기와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길목은 정적에 싸여 있습니다. ~그림쇼는 스산한 분위기의 야경, 특히 안개 낀 적막한 길목과 그 옆에 서 있는 마른나무들, 그리고 그 위로 떠오른 달을 주요한 모티프 삼아 일관되게 그려냈습니다. ~ 달빛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 어둡고 조용한 풍경은 마치 작열하는 태양 없이도 활력을 유지하는 세계처럼 느껴집니다. ~차가운 달빛과 안개가 휘감는 고독하고 쓸쓸한 야경을 그리던 그림쇼“ p225

 

귀스타브 카유보트

세상의 모든 생명은 온기를 받아야 살아납니다. 시든 식물에 물과 햇빛을 주면 다시 싹이 트듯, 상처받은 사람도 관심과 배려를 받으면 삶의 의지를 되찾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대체로 배려심과 이해심이 깊으며, 조건 없는 도움을 아끼지 않기에 그와의 관계는 오래 지속.” P285

 

#초록색미술관 #강민지 #아트북스 #미술에세이 #미술교양 #그림으로읽는삶 #자연과예술 #풍경화이야기 #상처와치유 #예술의위로 #그림속인생 #화가의삶 #감정의풍경 #책리뷰 #서평 #인문교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