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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김영숙 지음 / 브로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엄마와 직장인 사이, 흔들리는 나에게 보내는 가장 작은 위로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를 읽고 / 김영숙 지음
브로북스 출판 (도서협찬)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MBN <나는 자연인이다> 메인 방송작가가 전하는 카메라 뒤의 따뜻한 시선
“‘이거 못 하면 굶어?’
예상치 못한 질문에 멈칫했으나 나도 모르게 이때다 싶었는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네 제가 아들이 하나 있는데요, 젖먹이예요. 출연 안 해주시면 저 분윳값도 못 벌어요.’
~ 내가 듣기에도 너무 짠한 사연이라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찔끔 나와버렸다.
‘분윳값은 벌어야지!’” p40
우리의 삶은, 특히 직장을 가진 엄마들의 삶은 고달픔과 아픔이 겹겹이 쌓인다.
업무 일정은 촘촘하고, 아이의 사소한 돌발상황은 언제나 ‘회의 중’과 ‘마감 직전’ 골라 찾아온다. 작가는 이 겹침의 시간들을 단순한 고생담으로 적지 않는다. 오히려 깊이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마음이 어떻게 닳고 일상이 어떻게 뒤틀리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또 어느 날은 남의 칭찬 하나에 들떴다가, 작은 지적에 무너지는 자기 마음의 진폭을 바라보며 ‘이 정도면 두 개의 인격이 서로 부딪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냉정한 자조가 튀어나온다. 우리는 그 모습에서 부끄러움보다 더 솔직한 인간의 결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더 나아가 ‘남사스러움’이라는 관념에 균열을 낸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다는 것이다. 남을 의식하는 동안 정작 자신의 행복이 얼마나 쉬이 훼손되는지를.
그들의 태도는 저자가 스스로의 오지랖을 되돌아보게 만들 만큼 단순하고 명쾌하다.
그리고 결국, 이 책의 가장 따뜻한 지향점은 여기에 있다.
엄마라는 역할 앞에서 자신의 경력이 무가치하게 느껴질 때,
어떤 선택이 옳은지 매번 흔들릴 때,
비교와 타인의 시선에 마음이 휘청거릴 때
저자는 이제야 스스로에게 다정해지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그 다정함은 달콤한 위로가 아니다.
자책을 덜어내고, 오늘을 살아낸 나에게 최소한의 안부를 묻는 실질적인 자세다.
얼마 후 오늘의 내가 어떻게 회고될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나를 믿고 발을 떼는 걸음이 덜하기를 바라는 마음.
이 책은 바로 그 마음을 기록한 에필로그다.
“뭘 그리 남의 칭찬 몇 마디에 날아갈 듯 좋아했다가 또 조금의 지적에도 코가 쑥 빠지나, 내 경박함에 싫증이 났다. 마치 신이 난 나와 그간 너덜너덜해져 지내던 내가 다른 인격이라도 되는 양, 속에서 서로 부대꼈다.” p86
“훌륭히 엄마 역할을 소화해낸 듯한 사람들 옆에서 내 경력이 무가치하게 느껴질 때, 다양한 관계 안에서 홀로 섬처럼 여겨질 때, 내가 하는 선택들이 맞는지 매번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제는 자책과 후회 대신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게 조금은 더 다정해지려 한다. 어디까지 가야 하고 어디서 멈춰서야 할지 매번 고민하는 내게 이제라도 다정하게 그 마음을 물어봐 주려는 것이다. 몇 년 후에 지금의 시절이 어떻게 회고될지 모르는 채로 그저 오늘의 나를 믿으며 발을 떼고 있는 내게 그 안부가 힘이 돼주기를 바라는, 그 걸음이 덜 외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p115
“엄마를 불러서 밥 달라고 하지 그랬냐고 당황하니 ‘엄마가 문 열지 말라고 해서요...’라고 말하던 아이의 얼굴은 지금도 생생하게 아프다. 아이들은 꼭 중요한 회의 중에 학원 버스를 놓쳤고, 하필 산에서 답사 중일 때 열이 났다. 간식 먹을 돈이 없다는 전화도 꼭 살벌한 본사 시사 중일 때 걸었다. 간만에 팀 회식을 할라치면 수시로 전화를 해대서 오랜만에 들뜬 기분조차 낼 수 없었다. 분명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닐 텐데 타이밍이란 것은 언제나 그렇게 고약했다.”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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