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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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진화, 생각의 변화와 돈의 논리

생식기(生殖記)를 읽고 / 아사이료 지음 / 민경욱 옮김

리드비 출판 (도서협찬)

 

인간의 번식, 돈의 진화에 관한 보고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고 했지만, 나는 그 무리에 쉽게 끼지 못했다. 문장은 유려했고 번역도 매끄러웠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머릿속엔 물음표가 차올랐다. 이야기보다 사유가 앞서가고, 사유는 너무 차가웠다. 인간을 개체로 부르고 사랑을 번식 전략으로 환원하는 문장은 이해보다는 거리감을 남겼다.

작가는 인간이 금전으로 생존을 관리하는 존재임을 냉혹하게 드러낸다.

돈만 있으면 종이 보존된다.”

이 단정적인 문장 하나가 모든 걸 압축한다. 인간의 노동, 관계, 심지어 사랑까지도 생존의 경제학으로 환원된다. 하지만 나는 이 논리에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웠다. 인간은 계산보다 감정으로, 생식보다 의미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어려움은 어쩌면 저자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인간을 동물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불편하지만, 동시에 낯선 거울처럼 우리를 비춘다. 나는 그 거울을 끝내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흥미롭다고 말했지만, 나는 솔직히 쉽지 않았다. 문장은 잘 읽히는데, 머릿속엔 자꾸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잡히지 않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래서 리뷰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오히려 무겁게 느껴졌다.

책은 인간을 철저히 개체로 다루며, 생존과 번식, 그리고 돈의 문제를 생물학과 철학의 언어로 엮는다.

 

 

돈만 있으면 종이 보존된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를 대변한다. 인간의 존재를 경제적 생명체로 규정하는 문장들 앞에서, 나는 자주 멈춰 섰다. 너무 냉정해서, 혹은 너무 단정해서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낯선 생각의 결은 오래 남았다.

인간의 본능과 사회 구조를 이렇게까지 해부할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과 함께 약간의 불쾌함이 뒤섞였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책의 진짜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읽는 동안 머리는 무거웠지만, 다 읽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가벼워졌다.

이해하지 못한 문장들 덕분에 오히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나는 왜 이렇게 불편했을까를 곱씹게 되었다.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만큼, 오래 남을 책이다.

 

인간은 금전을 위한 노동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죠. 다른 종처럼 식량 확보 시간이 끝나면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습니다. 노동 이외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죠. 사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시간도 충실하게 지내고 싶다나. 그쪽 시간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의외로 태어난 의미나 사는 이유나 존재 가치 같은, 한가해서 생기는 쓸데없는 생각을 바로 하기 시작합니다.” p24

 

다른 종들에게 스스로 식량을 조달하는 힘은 사냥을 비롯해 먹잇감을 얻는 능력이고 생존 능력은 개체 자체의 강도와 육체의 재생 능력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돈만 있으면 식량을 조달할 수 있고 거꾸로 돈이 없으면 육체를 재생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돈만 있으면 종이 보존된다는 소리입니다. 국가나 화페, 신이나 인권 등 인간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요하다기보다 모든 행동의 기점에 두는 것들은 자연계에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들뿐입니다. ~ 의태는 쇼세이를 살림과 동시에 죽여 왔는데 경제적 자립은 살릴지언정 죽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확신했습니다.” p82

 

앞으로 인간 암컷 개체가 수컷 개체와 동등하게 금전을 조달하기 쉬운 공동체가 되면, 차세대 개체 육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간 수컷 개체 자체가 아니라 정자뿐이라는 온전히 와닿는생각이 더 퍼지겠죠. 여전히 수컷 개체가 금전 조달 이외의 역할을 담당하려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 온전한생각이 더 보편화되면 물벼룩처럼 수컷 개체 없이 완전히 차세대 개체를 낳게 진화할지도 모릅니다. 그야 차세대 개체의 다양성과 양, 어느 쪽을 택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양이죠. 이 생식지의 차세대 개체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게다가 생식 환경은 안정되어 있으니까요. 종의 보존에 부적합한 요소는 선택되지 않고 도태된다. 그게 자연계의 철칙입니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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