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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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살펴보는 눈 키우기 새롭게 읽어내는 감각 길러주기

심미안 수업을 읽고 / 윤광준 지음 / 지와인 (도서협찬)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심미안 수업은 단순히 미술을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읽어내는 감각을 길러주는 안내서다. 저자는 심미안이란 특별한 사람만의 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태도라고 말한다. 미술관에 걸린 명작뿐 아니라 창밖의 풍경, 길모퉁이의 사소한 사물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심미안은 지식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체득되는 힘이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 내 기억이 되살아났다. 직장 생활을 초반쯤 작품사진을 배우며 단체 출사를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작가협회 강의를 들은 적도 있었고, 작고하신 최민식 선생님의 작품사진 연구서를 구입해 열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때 배운 것은 피사체를 단순히 찍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책에서 브레송의 이름을 다시 만났을 때, 낯익은 반가움과 함께 그 시절의 열정이 떠올랐다. 책 속의 사유와 내 경험이 맞닿으며 심미안이라는 개념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미술 작품을 대할 때 설명보다 먼저 느끼라고 말한다. 그림을 오래 바라보며, 작품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 이 과정이 곧 심미안을 기르는 훈련이다. 이는 사진을 찍을 때도 같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피사체와 시선을 나누고, 충분히 머무르며 기다리는 일. 재빠르게 순간 포착을 해야하는 순간도 있지만.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곧 존재를 깊이 바라보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책을 덮고 나니 일상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출근길의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지하철 창에 비친 얼굴, 시장 골목의 사소한 풍경들까지 모두 한 점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심미안 수업은 미술관 속에서만 가능한 감동을 우리의 일상으로 확장시킨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 깊은 통찰을, 예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눈을 선물한다. 보는 법을 알게 되면, 같은 풍경이 전혀 다르게 읽힌다. 결국 심미안은 단지 눈으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힘이다.

 

인간의 흔적이 남은 것들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오래간다. ~ 역사의 유적지는 물론이고, 낯선 골목에서 마주한 성당, 길에서 듣던 악사의 연주, 책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제로 마주했던 미술관...., 이런 것들은 불현듯 생각나고, 또다시 마주하고 싶다. ~ 인간이 가치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숨겨진 의도가 있고, 준비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의도와 내용을 유형과 무형의 형태로 구현하고자 한 지극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감상자의 맥락에 따라 그 가치가 매우 다양한 해석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p22

 

같은 연주자가 같은 곡을 연주해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주했느냐에 따라 감흥이 다르다.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내면의 감정은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떨림의 시간이거나 강약의 조절로 드러나는 소리의 결이 달라진다는 데에 있다. 그 순간 들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공명이기도 하다. 같은 곡이 전혀 다른 인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 차이를 공감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같은 자리에 있더라도 감흥은 화성인과 금성인만큼 달라진다.” p37

 

심미안을 가진 사람의 특징은 비교의 근거가 확장되는 재미를 안다는 것이다. ~ 여러 개를 겹쳐놓고 상대적인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왜?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살펴보는 일이다. 심미안은 차이를 알아보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이 능력이 커지면 우리는 역으로 본질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p38

 

형체를 알아볼 수 없고, 아예 형체를 지우고 색깔만 남긴 추상화는 연상과 추론의 단서가 없다. 추상화가 왜 생겨났는지를 이해하면 감상의 길이 열린다. ~ 사진이 등장한 것이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훨씬 정교하고 완벽한 재현법 앞에서 기존의 화가들은 절망한다. ~ 재현을 버리고 해석을 택한 인상파의 방법론은 빠르게 유럽으로 번진다. ~ 칸딘스키의 방식은 음악의 악보에서 음표를 재배열하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 클레는 건축의 구조에서 추상의 단서를 찾아낸 인물이다. ~ 몬드리안의 경우, 세상의 본질을 선과 색의 조립만으로 설명하려 한 사람이다.”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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