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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사랑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4년 1월
평점 :

다시 찾아온 엄마노년의 사랑
다시 만난 사랑을 읽고 /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 이세진 옮김
딸이 바라본 엄마 노년의 사랑과 딸이 느끼는 감정, 엄마에 대한 사랑.
딸이 엄마와의 행복한 일상들을 도란도란 얘기를 들려주듯 일기처럼 엄마에게 말하는 투의 존댓말로 길이에 상관없이 한 장으로 또는 두세 장으로 표현해 주었다.
사랑이 노년의 엄마에게 다시 찾아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성이나 감정들이 나이에 반비례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단지 육체는 욕망을 따라주지 못할지언정.
딸은 엄마가 새아빠와 친밀해지면서 모녀 사이의 행복을 잃을까봐 조바심도 떤다. 정신과 상담까지 하면서 다시 엄마의 행복을 위해 마음을 고쳐먹고 엄마의 노화를 이해와 수용으로 받아들이고 아우르고 엄마를 돕고 두 분의 삶을 도우려 노력한다.
몇 년 전에 청미출판사의 체리토마토 파이 소설를 색다르게 읽었었다. 많이 슬프거나 크게 교훈적이거나 한 내용은 아니지만 좋은 문장들도 있고, 자꾸 오락가락하는 정신이나 생각한 대로 잘 따라주지 않는 퇴화가 되어가는 육체에 대한 표현. 노년 할머니의 일상을 일기처럼 쓴 애잔함이 깔려있는 에세이 같은 글이다. 그 책과 비슷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야지 하면서도 미뤄놓고만 있었는데 마포구 도서전이 열려서 때마침 청미지기님도 궁금하고 해서 방문해서 사왔던 책이다.
“ 오빠들은 엄마의 처녀 시절의 감정 같은 건 몰라요. 엄마는 아들보다는 딸에게 훨씬 편하게 자기 심정을 토로하곤 하지요. 게다가 말하기가 뭐한 것도 있잖아요. 오빠들이 감히 던질 수 없는 질문, 말하지 않은 호기심, 표현할 수 없는 관심, 자기들의 어머니가 여자로서의 삶을 아직도 끝내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 치밀어 오르는 거북함까지도.” p57
“ 아저씨가 우리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서 그분은 좀 속상해했어요. 그분은 엄마가 자기 딸 집에 편하게 찾아가도록 한 것처럼, 아저씨도 우리를 허물없이 찾아와 만날 수 있는 사이이기를 바랐을 거예요. 편지지에 잉크의 힘을 빌려 자기를 표현하고 싶었을 거예요.” p62
“ 엄마는 자유로워요. 그 자유는 완전해요. 엄마인생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일흔다섯 살 애인에게 가는 엄마는 눈이 부셔요. 엄마는 애인이 있어요. 며칠 후면 엄마는 열차를 타고 그 애인을 만나러 가요. 아무것도 그 누구도 엄마를 가로막지 못할 거예요. 엄마는 행복하고 나는 질투를 하네요. ” p68
“ 엄마와 아저씨는 무슨 얘기를 할까요? 옛날 앨범을 들춰보며 함께 오래된 사진을 구경할까요? 어제가 차츰 오늘에 합류하고 과거가 현재를 따라잡는다면, 미래도 조금은 두 사람의 대화 속에 파고들까요? 엄마와 아저씨는 잘 자라는 인사를 어떻게 나눌까요? 엄마는 마침내 그때 아저씨가 왜 떠났는지 알게 될까요? ” p77
“ 왜 엄마와 나는 슬프고 서운한 일이 있어도 내색을 못할까요? 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기가 이렇게 힘이 들까요? 누군가가 보고 싶은 마음을 왜 인정하지 못할까요? ~ 오늘 엄마는 아저씨 얘기를 하면서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억누르지요. 그 미소가 말이 억제하는 감정을 알려주지요. 때때로, 엄마는 내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그 우수 어린 미소를 천사들에게 지어 보여요.” p86
“ 엄마의 고독은 변했어요. 공허감은 그리움에 자리를 내어주었고 조바심이 체념 어린 평온을 밀어냈어요. 꿈이 후회를, 가을의 기약이 노스텔지어를 대신하지요. ~ 울창한 나무 뒤로 매일 점점 더 일찍 떨어지면서 여름의 몰락을 앞당기는 태양은 시간의 흐름에 박차를 가해요. 엄마는 쪼그라드는 시간의 환상을 음미해요. 젖은 흙내를 풍기는 최초의 고약한 날들은 엄마와 아저씨의 좋은 날이 돌아올 것을 예고하지요.” p96
“ 엄마가 엄마 자식들을 모를 리 있나요. 매사에 비판적이고 걸핏하면 빈정대기 일쑤인 자식들이잖아요. 그래서 엄마는 좀 두려워요. ” p97
“ 엄마의 생각은 다시 여행에 나섰고 엄마의 심장은 다시 깨어났어요. 공백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엄마 주위의 빈자리는 점점 줄어들었어요. 다른 남자에 대한 생각이 슬픔을 달래고 결핍을 메꿔주었지요. ~ 내가 과거의 크리스마스를 조금이라도 더 잡아두려고 애쓰는 동안 엄마는 미래가 엄마에게 마련해놓은 몫을 빨리 맞이하고 싶어 발을 구르고 있었어요.”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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