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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강자의 철학 - 파괴는 진화의 시작이다
민이언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4월
평점 :

누가 고통을 말하고, 누가 변화를 시도하며, 누가 그 변화를 가로막는가
니체, 강자의 철학을 읽고 / 민이언 지음 / 디페랑스(다반) / 도서협찬
이 책의 한 장에서 민이언 작가는 루쉰의 단편<총명한 사람, 바보, 노예>를 풀어서 예로 들며 강자의 도덕을 이해하기 쉽게 말해준다. 총명한 사람, 바보, 노예 속 세 인물을 기준으로 부조리한 사회 구조 속 인간 군상을 다시 파헤쳐봤다.
노예는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행한 처지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 게 습관이다. 환기도 되지 않는 자신의 누추한 집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바보가 그걸 듣고 그 집으로 가서 벽을 부순다. 하지만 노예는 주인에게 혼날까 두려워 바보를 내쫓는다. 주인이 와서 묻자 강도가 와서 허무는 것을 쫓아냈다고 한다. 그 행동으로 주인에게 칭찬을 받고 총명한 사람에게 그 말을 전하자 그는 ‘결국 좋아질 것’이라 하지 않았냐고 한다. 노예는 그의 선견지명에 존경을 표한다. 노예는 부당한 현실에 끊임없이 불평하면서도, 정작 변화에는 몸을 사리는 인물이다. 그는 체제의 피해자이면서도 그 체제를 방어하고 재생산하는 데 기여한다. 자기 삶의 억압에 분노하면서도, 그 억압을 무너뜨리려는 타인을 경계하고 몰아낸다.
바보는 그 부조리에 실천으로 맞서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두려움 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그 대가로 조롱과 배척을 감수한다. 어쩌면 그는 실천하며,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순수한 의지 그 자체다. 바보라는 명칭은 오히려 그의 용기와 실천을 비웃는 체제 순응자들의 시선을 반영한다.
총명한 사람은 매정한 지식인의 전형이다. 그는 고통받는 이들에게 공감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체제를 유지 시키는데 일조하는 조력자다. ‘결국엔 좋아질 것’이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무기력의 암시이며,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기성 지식인의 자기 합리화에 가깝다. 이 세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진정한 바보는 누구인가? 변화 없는 푸념으로 안주하는 노예인가, 말의 향연 속에 숨는 총명한 사람인가, 아니면 손에 망치를 들고 벽을 두드리는 바보인가.
나는 어디에 속할까? 당근 불만은 있으면서 현실을 바꾸려 하지 않고 체제에 순응하는 다수의 대중인 비겁한 현대판 노예에 해당할 거 같다.
바꾸고 싶지만 마음뿐이고 생각도 일회용으로 끝나는 거 같다. 핑계는 백 가지가 넘고 몇 십년을 산대로 여전히 현재도 과거도 미래도 그대로 그저 그냥 살 뿐이다. 어렵다. 책을 읽어도 읽는 순간뿐. 책을 덮고 나면 도루묵. 아 가련한 내 인생이여
니체에 대한 철학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생각할 거리도 많다. 하지만 실천할 용기는 없다. 그게 문제이고 함정이다. 변화하려 껍질을 깨는 게 정말 어렵다.
“확신하는 인간에게 확신은 그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다. 많은 것을 보지 않고, 그 어느 것에도 공평하지 않고, 철저히 편파적이며, 모든 가치를 엄격하고도 필요한 시각으로 보는 것, 확신하는 인간 종류를 존재하게 해주는 유일한 조건이다. 진실한 인간의 반대이자 적대자이고, 진리의 반대이자 적대자이다.”
“착각은 깨달음에 대한 확신에서 시작되고, 오류 또한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에서 시작된다. 이해와 확신이 되레 오류이고 착각일 수도 있다. 당신에 대한 이야기란 사실까지도.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앓고 있는 정신질환, 자기애적 우월감이다. 남의 증상에만 관심이 있지, 스스로에 대한 진단을 거부한다.” -p38
“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그 대답이 지금과 똑같이 살겠다가 아니라면, 지금부터 바꿀 때, 미래의 방향도 바뀌고 과거의 의미도 바뀐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입증되었음에도 반복하는 과거, 그것을 폐기하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내일이 시작된다고, 니체는 말한다.” p72
“ 자기애의 역설은 그 전제가 타인이라는 점이다. 나를 바라봐주는 시선을 필요로 하는, 존재감의 공증에 대한 욕망이다.” p84
“ 자아실현이란 것도 먼저 그것을 보아주는 타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나 의미가 있는 것이다. ~ 많은 이들이 이 점을 간과하며, 타자의 시선으로부터 분리된 ‘순수 행복’의 지점이 있는 것처럼 열변을 토한다. ”p86
“ Amor fati,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예술적 행동이다. ” p250
#다반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 @woojoos_story에서 함께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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