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란 무엇인가 - 생계형 의사 양성관의 유쾌한 분투기
양성관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절한 의사의 조근 조근 의료현장 설명기

의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 양성관 지음 / 히포크라테스


이 책은 의사가 직장인 의사가 도달한 의료환경, 환자의 상호작용, 진료실 안팎의 에피소드, 의료 현장의 문제들, 갖가지 경우의 환자 설득과 공감 이야기가 봄볕같이 따스하게 담겨있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가 곁에 있어도 환자가 귀를 닫는다면 소용이 없으니 의사가 올바른 길로 안내하면 믿고 잘 따르는 것도 환자를 위한 좋은 방법인 거 같다. 의사의 말을 안 들을 때의 안타깝고 제발, 제발 하는 답답한 마음이 많이 읽힌다.


환자와 의사의 이야기이지만 내 주변, 내 가족이나 이웃 얘기 같고 글이 잘 읽혀서 끝까지 오래 걸리지 않고 지루한 부분 없이 금방 읽는다. 또한 가벼운 의료 상식도 읽으면서 같이 알게 된다.


작가가 왼쪽 눈의 통증으로 안과를 다녀왔으나 낫지 않았다. 다시 또 가서 오른쪽 눈속의 속눈썹을 제거했다. 왼쪽은 여전히 아팠고 같은 약을 처방받았다. 머리의 문제일까를 의심해 보고 신경과를 간다. 뇌 MRI+MRA를 촬영한다. 신경과의 문제가 아니고 코안에 생긴 점액낭종이 통증의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안과의사, 신경과의사, 본인 의사, 모두 다 생각 못한 코의 문제였다. 의사의 오진, 의학의 불확실성을 환자이자 의사인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례이다. 의학은 어렵고도 어려운 분야임을 실감 나게 한다.


“한국의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14.7회로 OECE평균 5.9회의 2.5배다. 의사 1인당 연간 진료 환자 수 역시 세계 1위, 한국은 6989명,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진찰료가 낮아 진료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진찰료가 만든 ‘3분 진료’. 병원과 의사가 넘쳐나지만, 정작 내 몸을 믿고 맡길 의사를 찾기는 어렵다. 좋은 진료는 충분한 시간과 정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p149


“의사는 단순히 진료만 보는 게 아니다. 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을 찾기 위해, 틈나는 대로 가설을 세우고 자료를 정리해 통계를 내고 논문을 작성한다. 새로운 연구나 신약, 기술이 계속 나오면서 표준 치료 역시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의학은 과거보다 나은 현재, 그리고 더 나은 미래로 발전해간다. 인생이 그렇듯 의학도 0%와 100% 사이를 오간다. 세상 모든 환자에게 맞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그래서 의사는 오늘도 가이드라인과 현실 사이의 틈을 메우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다.”  p143


“의사에게도 환자가 원하는 정답은 없다. 그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좋은 확률은 높이고, 나쁜 확률은 낮추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대상포진은 물집이 나타나야 확실히 진단이 됩니다. 수포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 어떤 의사도 대상포진을 진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상포진은 처음 본 의사를 ‘돌팔이’로, 나중에 본 의사를 ‘명의’로 만들어 버리는 대표적 질환이다.”  p330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과 아픈 것은 다르다. 간은 70%가 망가져도 남은 30%가 기능을 유지하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고협압은 증상이 없지만, 뇌출혈 위험을 몇 배로 높이므로 약물로 미리 관리해야 한다. 간이 ‘침묵의 장기’라 불리고,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이유다.”  p348


“한국의 사망 원인 1위인 암과 2위인 심혈관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노화다. 우리 몸은 매 순간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낸다. 피부는 40일 만에 바뀐다. 단단한 뼈는 매년 전체 뼈의 5분의 1이 새롭게 교체된다. 이 변화는 세포 분열, 즉 복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세포 분열 횟수가 늘고 이에 따라 복제 오류, 즉 돌연변이와 함께 오류를 고치는 수정 능력의 저하가 맞물려 암이 생기는 것이다.” p367


“그날 나는 처음으로, 눈앞의 죽음보다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죽은 이에게 고통은 사라졌지만, 살아있는 이들의 슬픔은 남아있었다. 내가 배워온 의학은 ‘떠나는 사람’을 위한 지식이었다. 하지만 ‘떠나보내는 사람’에게 그 마지막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작별이었다.”  p237


“흉부외과 전문의가 응급실 당직, 피부미용, 통증의학 등을 전전한다. 선배를 본 후배 의사들은 흉부외과 지원을 더 꺼린다.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천사 같은 의사를 지옥 같은 구조가 받아주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의사가 사라지고, 뒤이어 환자마저 사라질 날이 올지 모른다.”  p69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도서협찬

#의사란무엇인가 #양성관 #에세이 #의사란 #의사무엇 #히포크라테스 #동아시아 #베스트셀러 #신간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