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 - 사랑을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추세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8월
평점 :
들판에 핀 잔잔한 작은 꽃처럼,
<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을 읽고
작가가 이사를 하면서 새집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바뀌는 환경에 대한 불안의 표현이 좋았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두 가지 맛이 섞인 막대 사탕처럼 희망과 불안이 섞여 있다. 이번에도 그렇다. -90
신촌에 버스킹이 내리면
가수가 신청곡을 물으니 한 아저씨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말했다. 가수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고, 노래를 시작했다. 초여름의 밤공기와 신촌 밤거리의 감성이 좋았다. 가수의 편한 음색이 거리를 울렸다. 그 조화가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다. -112
최근 방송에서는 공연 중에 가수 크러쉬가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이 부르는 god의 <길>을 듣고 울었다.
크러쉬는 성공한 가수다.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울었고, 인터뷰에서는 자기가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8년간 앞만 보고 달렸지만 자기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때때로 찾아오는 어두운 감정들을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좌절하고 방황하는 것도 삶의 일부고 지치고 힘든 마음도 삶의 일부다. 희망과 방황하는 길에서, 정답이 없는 삶에서, 때로는 잠시 멈춰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촌의 가수도 울고, 크러쉬도 운다.
나도 울고, 너도 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성공했다고 행복하기만 할 수도 없고 무명 가수라고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답 없는 삶을 방황하며 사는 것, 그게 인생이다. 어느 무명 가수의 버스킹에 지친 하루를 위로받는 요즈음이다. 그들의 용기처럼, 그들의 노래처럼, 내가 쓰는 한 줄의 문장도 누군가를 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한 줄의 문장을 쓴다. -114
출근시간 우글 우글 비좁은 전철 안에서 이 글을 보면서 나도 울었다.
핸들을 돌리고 엑셀을 밟는다. 사이드 미러를 보고 깜빡이를 켠다. 마음 밑바닥의 불안을 더듬는다. 가슴 저편의 희망을 느낀다. 강변북로를 지나며 지는 해를 바라본다. 한강 물에 비치는 빨간 노을이 아름답다. 아니, 쓸쓸한 건가, 다시 엑셀을 밟는다. 내 삶은 흐르고 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135
나도 따라서 써본다.
나의 삶도 흐르고 있다. 어느새, 가을이 왔다. 어느덧 중년도 지나버린 것이다. 인생의 겨울 차례인가? 찬란하게 맞이해 보자.
당신이 사막이 되지 않고 사는 것은
누군가 당신의 가슴에 심은 나무 때문이다.
-양정훈, <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왔다> 중에서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154
바로 위에 것은 영화 <은교>에서도 나왔던 대사
인생에는 낭만이 필요하다. 여자 친구와의 만남을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생각하고, 손에 떨어진 봄날의 벚꽃을 우연이 아니라 행운이라 생각하고, 여행 날의 좋은 날씨를 우연이 아니라 날씨 요정 덕분이라 생각하는, 그런 낭만이 필요하다. 그런 낭만으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적어도 한 사람의 영혼이 따뜻해질 수는 있다. -194
나의 인생이 나의 영혼이 따뜻해지도록 많은 낭만들을 축적해야겠다. 좋은 글귀들로, 좋은 시들로.
주택가 골목을 산책하는데 엄마가 갑자기 총총 뛰었다. 어느 집 담장에 쪼그려 앉아 거기 피어난 들꽃을 유심히 쳐다봤다. 엄마는 너무 예쁘다며 미소 지었고, 목소리는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아침마다 나를 깨우던 목소리, 알람보다 더 크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소녀 같은 하이톤이었고, 새삼 행복해했다. 그 순간의 엄마는 아이 같았다. 봄에 핀 들꽃 하나에 행복해하는 감수성 여린 소녀였다. 담장으로 뛰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그녀의 어린 날을 보았다. -204
들판에 핀 작은 야생화를 보는 거 같은 글들이었다.
특별하게 확 꽂히기 보다는 잔잔하게 마음에 스미는 글들이었다.
지치고 삶의 여유와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미다스북스 ( @midasbooks ) 서평단 지원을 받아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