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 신들의 화폐
안형기 지음 / 좋은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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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안형기의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는 남북 분단이라는 한국적 현실을 배경으로 세계 금융 질서를 뒤흔드는 거대한 계획을 그려낸 작품이다.

설정만 놓고 보면 대담하고 통쾌하다.

강대국 중심으로 짜여 온 국제 질서 속에서 주변에 머물러야 했던 한국이 오히려 세계 금융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상상은, 한국 독자에게 묘한 해방감을 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실을 정밀하게 복제하는 서사라기보다, 현실을 닮고 싶어 하는 상상에 가깝다.

제목에 등장하는 ‘데칼코마니’는 한쪽의 형상이 다른 쪽에 거의 동일하게 전이되는 기법이다.

하지만 소설과 현실은 완전히 같은 형상이 되기 어렵다.

현실의 세계 질서는 군사력, 경제력, 외교 네트워크, 국제 규범, 제도적 합의 등 복합적인 요소 위에서 작동한다.

단일한 의지나 소수 인물의 기획만으로 흔들리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촘촘하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현실과 완전히 겹쳐지는 데칼코마니라기보다, 데칼코마니를 꿈꾸는 이야기로 읽힌다.

현실의 구조를 하나의 축으로 압축해 상상 속에 옮겨 놓는 시도 말이다.

그 축이 바로 ‘돈’이다.

작가는 세계 질서를 떠받치는 기초를 자본으로 설정한다.

오늘날 국제 질서는 군사력이나 외교적 수사 이전에 금융 시스템과 자본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외환 시장, 채권 시장, 파생상품, 주식 시장이 서로 얽히며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소설은 이 복잡한 구조를 과감히 단순화하고, 돈이라는 핵심 장치를 통해 기득권 질서를 흔들어 본다.

세계를 지탱하는 힘이 결국 화폐라면, 그 화폐를 움직이는 자가 질서를 건드릴 수 있다는 상상이다.

‘신들의 화폐’라는 제목은 이러한 설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자본은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이며, 소수의 거대한 권력이 다루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초월적 힘처럼 보인다.

이 소설은 그 신의 영역을 인간, 더 구체적으로는 한국인 주체가 다루는 장면을 펼쳐 보인다.

이는 세계를 완전히 재편성했다는 선언이라기보다, 그렇게 흘러가 보기를 바라는 하나의 서사적 상상처럼 느껴진다.

실제 국제 금융은 각국의 감독 체계와 국제 공조 시스템 속에서 작동한다.

대규모 자금 이동은 여러 단계의 추적과 규제를 통과해야 하며, 국가 단위의 작전은 중앙은행과 재무 당국, 정보기관의 협력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소설 속 전개는 현실의 정밀한 재현이라기보다 상징적 압축에 가깝다.

급등과 급락이라는 표현 뒤에 숨은 메커니즘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다면 설득력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금융 교과서가 아니라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마지막에 꿈의 형식으로 정리된다.

이 결말은 어쩌면 이 거대한 계획이 현실의 데칼코마니가 아니라, 현실을 비추고 싶어 한 상상의 그림이었음을 보여준다.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는 세계 질서를 완전히 뒤엎는 혁명의 기록이라기보다, 세계 질서를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묻고, 그 힘을 손에 쥐어 보고 싶어 하는 상상을 펼쳐 보이는 작품으로 읽힌다.

현실과 정확히 겹쳐지지는 않지만, 겹쳐지기를 꿈꾸는 형상, 그 간극을 생각하게 만드는 점에서 이 소설은 흥미로운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의 제목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된다.

‘신들의 화폐’는 단순히 신이 사용하는 돈이라기보다, 오늘날 세계 질서를 움직이는 초월적 힘으로서의 자본을 가리키는 표현처럼 느껴진다.

자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고, 국경을 넘어 흐르며, 때로는 정치와 군사보다 더 직접적으로 현실을 재편한다.

그런 점에서 화폐는 인간 사회에서 거의 신격화된 힘에 가깝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신과 같은 힘’을 인간, 그것도 한국적 맥락 위에 선 인물들이 다루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앞에 붙은 ‘데칼코마니’는 형식적 장치처럼 읽힌다.

현실 세계의 금융 질서와 소설 속에서 전개되는 금융 작전은 완전히 같은 형상은 아니지만, 서로를 비추는 그림처럼 겹쳐진다.

제목은 등식이라기보다 병렬에 가깝다.

세계를 지배하는 신과 같은 화폐,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현실과 환상의 대칭 구조.

『데칼코마니, 신들의 화폐』라는 이름은 결국 현실과 닮고 싶어 하는 상상, 그러나 끝내 완전히 같아질 수는 없는 두 형상의 긴장을 함께 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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