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당은 없다 - 기후와 인간이 지워낸 푸른 시간
송일만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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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바당은 없다.

갯것이가 금방이다.

갯것이 쪽으로 조금 나가면 개마띠가 나온다.

폴개에는 겡이들이 많았고, 그래서 겡이왓이라고 불렀다.

물이 봉봉 들면 반대로 물이 바짝 싸면...

제주 아이들은 요망졌다. 바당에서 어머니가 숨 참으며 감태랑 메역 조물멍해온 돈으로 공부를 했으니 잘해야했다.

(무슨 말인지 알듯 모를 듯 하지 않은가? 육지말로는 이렇다고 한다. 저 밑에다가 옮겨놓았다. ^^)


누가 그랬다.

제주도 방언은 우리나라 말이 아니고 다른 나라 말 같고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잠시 잠깐 흘려듣듯 들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육지말하고는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은 위의 말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나라 안에서도 제주말과 육지말이 서로 사맛디 아니할 새 이런 전차로 어린 백성이 니르고자 할 배있어도 제 뜻을 시러 펴지 못할 노미 하니라... 할 만하지 않을까? ^^


작가가 들려주는 제주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소제목처럼 "푸른 심장이 뛰던 시간"이자 다시 돌아가 동무들과 어울리며 뛰어놀고 싶었던 애틋한 추억 가득한 바로 그런 곳으로 말이다.

작가의 아련한 회상을 들으며 상상 속의 제주를 떠올리며 입가 가득 웃음지었다가...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점점 다른 세상을 만난다.

"더 이상 푸르지 않은 비명"으로 가득한 제주로서 말이다.


개발과 부의 축적은 제주도 푸른 밤 푸른 바다도 피해가지 못했다는 말이다.

양식장이 들어서면서 바다는 점점 포르말린으로 피폐해져갔고...

산호들은 서바이벌 경쟁에 내몰렸으며...

바당 바닥은 점점 하얗게 변해갔고...

남획과 촘촘한 그물은 나날이 줄어드는 물고기의 숫자로 그 흉악함을 알려주고 말았다.

작가가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다는 핀란드 어느 작은 어촌 마을의 생태계는 그저 그림의 떡이 되었다.

그렇게 제주도 방언도 글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달랑 이 말이 남았다.

"더 이상 바당은 없다. 매기 도똑이다." (더 이상 바다는 없다.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해변은 땅 쪽으로 자꾸 다가와서 어릴 적엔 무릎 높이가 만조였지만 성인이 된 지금 그 높이는 허리에 이르렀다고 한다.

기후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의 높이 상승은 먼 나라 먼 대양 한가운데 있는 섬나라 이야기만은 아니게 된 것이다.

해수면의 상승과 더불어 점점 더 자주 더 큰 여파를 가져다 주는 태풍을 맞이하고 있는 것도 그 결과의 하나이겠다.

돼지 고기 1kg을 생사하는 데 물은 6000리터가 들어가고 쌀 1kg은 2500리터가 들어간다고 한다.

주민의 숫자보다도 많아도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을 먹이는 것만으로도 제주의 지하수는 점점 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단다.

개발은 지형의 모습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가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방해하고 그렇게 땅 속의 물은 맑고 깨끗한 담수에서 오염된 물과 해수로 침식당하고 있는 중이다.

해양 쓰레기 문제도 작가는 짚고 간다.


우리가 함부로 대했던 바당이.

우리의 모든 잔재와 찌꺼기를 말없이 받아내야만 한다고 강요받던 바당이.

나 아프다고 나를 좀 아픔에서 구해 달라고 스스로 한없이 절규했던 그 바당이...

균등함의 자연스러운, 누구에게나 관대한 바당은, 삶이 있어서 공동체적 생활과 즐거움이 동시에 있었던 그 생산적인 바당은 이미 죽었다고 작가는 외친다.

그 바당은 더 이상 없다. 바다만 있을 뿐이다 라고...


그래도 작가는 제주에서 희망을 본다.

제주를, 바당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본다.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는 없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도록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 바당은 함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행복을 꿈꾸기 위한 시간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기에 지금은 이해의 시간이 아니라 집단 행동을 할 시간이다.

바로 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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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저 위에 써놓은 제주 방언은 이런 의미란다.

알만한 것도 있고, 전혀 상상이 안되는 것도 있다.

제주 방언이다. 그래도 우리 말이다. ^^

바다는 없다.

바닷가가 금방 나온다.

바닷가 쪽으로 조금 나가면 작은 포구가 나온다. (개:바다, 마띠:맞는 곳, 바다를 맞이하는 곳이다.)

서귀포 바닷가인 폴개라는 동네는 게들이 많았고, 그래서 게들이 살아가는 밭, 게 밭이라고 불렀다.

바닷물이 최고의 만조가 되면 반대로 완전히 썰물이 되면

제주 아이들은 빠릿빠릿하고 똑똑했다. 바다에서 어머니가 숨 참으로 감태랑 미역이랑 물 속에서 따온 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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