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하는 도시의 가치가 이러한데 현실의 도시는 '시민은 없고 고객만 남은' 휴먼 스케일의 도시에서 자본 스케일의 도시로 향해 가고 있다.
저자는 주장한다.
자본사회가 잉태한 경쟁과 승자 독식의 세계에서 이와 같은 것들을 중재하고 완화하며 어울어지도록 할 수 있는 도시 내 '공공장소'가 필요해졌다고 말이다.
그 '공공장소'를 만들어가는 일이 그의 앞에 주어졌다는 말이다.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니, 사람이 사용할 그릇, 사람이 살아갈 도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는 사람들의 힘이 모여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방향의 설정이 필요하고, 이 방향의 좌표가 되어주는 것이 관점과 안목이며,
관점은 연대와 변화를, 안목은 깊이를 이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관점의 공유는 방향성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된다.
저자가 "책의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공을 들인 부분이다.
시장으로서의 저자가 생각한 '공공장소'는 도서관이었다.
저자의 재임기간동안 시작되고, 계획되고, 완결된 많은 도서관들을 책을 통해 보여준다.
그 도서관 하나 하나에 저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땀과 고민과 수고가 들어갔고, 그것들을 우리는 책을 통해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전주의 도서관들은 책을 통해 전달받는 것에서 멈추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기분이다.
시간을 내서 그 한 곳 한 곳을 둘러보며 그 마다 마다의 장소가 가진 풍경과 분위기와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읽고 있으면, 저자가 고민했을 '공공장소'라는 개념의 정의와 역할에 대한 생각은 한발 물러서게 된다.
그래도 공공장소가 적당한 성공을 뛰어넘어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 그것은 '사회적 설득'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많은 숫자가 도시에 몰려산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도시는 도시로서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해 존재의미를 살려야 하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경험적 확장을 이어가야 한다.
이런 도시의 확장은 결국 시민 삶의 확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거쳐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살아갈 것이다.
도시 역시 미래에도 사람들의 삶의 현장으로서 존재하고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필요합니다." (p332) 라는 말을 저자는 인용해서 들려준다.
계속 변화, 발전해나가는 도시에는 어떤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필요할까?
"변화된 공무원 집단"이 그 중 하나라고 저자가 말하는 듯 싶다.
나아가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란 새롭게 태어난 인간이 아니라 자각하는 인간" 이며, "관점과 안목이 내재화된 성실함을 가진 인간"이라고 말하며, "이 새로운 인간이 도시의 안정된 다른 힘" (p336) 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런 새로운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시는 미래에도 도시가 사람들의 그릇이 되도록 지켜낼 것이고, 관계가 유지되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임을 믿는다.
저자가 자랑하는 전주, 책의 도시 전주로 찾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