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활하고 하고자 하는 일들마다에서 정치적인 판단과 표현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즉 정치적 포화 상태와 더불어 이 와중에 어느 한 쪽으로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신념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과잉이라는 병폐의 주된 증상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국민이 권력의 주체가 되는 체제의 한 형태이고,
그 권력 행위의 방향을 결정하는 방법이 다수결이며,
그 권력 행위의 결과가 다수의 행복 증진이라고 할 때...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어떤 방식이 다른 편의 공동선善을 침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기본일게다.
하지만 과잉 민주주의라는 "이 주장은 민주주의만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게 되면 민주주의라는 공동선善 이 손상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p6)라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정치적 포화, 신념 양극화를 주된 과잉 민주주의의 증상으로 진단한 저자의 처방은 무엇일까?
"민주주의를 과도하게 추구함으로써 우리는 민주주의를 약화한다. 그래서 민주주의하에서도 정치는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나의 중심 주장이다." (p30)
정치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저자의 다른 표현을 보자...
"정치적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주장은 여전히 정치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대응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려면 단순히 정치를 제쳐두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정치가 자리할 곳이 없는 다른 일을 찾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협력을 고안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또 다른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를 잘하려면 때로는 완전히 다른 것을 해야 한다." (p31~32)
민주주의의 권력 주체인 시민들이 서로를 시민 이상의 존재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시민적 우애를 형성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관련이 없는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적 제자리 찾기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정치와 관련이 없는 활동은 현실에서 무엇이 있을까?
어떤 활동을 통해 우리는 정치가 제자리를 찾아 지킬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비정치적 활동을 언뜻 떠올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런 어려움은 정치적 포화라는 상황에 기인하는 그 증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