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삶이 아니다.
처음엔 삶의 오타인 줄 알았다.
살... 고기... 육체를 이루는 고기덩어리... 바로 그 살이다.
bag of bones라는 몸의 영어 표현이 있다고 하고, 똥자루라는 우리 식 표현도 있다면서 글이라는 것들이 살가죽 아래로 흐르고 움직이며 꿈틀거리는 꿈을 꾸고 그 글들이 모여 응축되어 강력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자를 남자들이 독식하는 동안 말로,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은 여자들의 몫이었다며 이제 옛이야기를 다시 돌아보며 이야기 속에 억눌렸던 여자들의 살을 써보겠다고 말한다.
문득 저자가 말하는 살이 살殺이 아니길 바라며 섬뜩해진 마음을 다스려보게된다. ㅡ.ㅡ
숲은 원시 시절의 집단 무의식, 집단 기억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더불어 우리가 떠나온 본능과 공포의 세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많은 이야기들에서 숲에 들어가고 숲에서 나온다.
헨젤고 그레텔이 그랬고...
계모에게 버림받은 백설공주와 할머니를 찾아간 빨간 망토가 그랬다.
숲으로 들어가 고난과 공포, 난간을 극복하고 숲 밖으로 나오게 되는 이 설정은...
남성성에게 있어 레벨 업의 달성이고...
여성성에게 있어 구원의 실현이다.
이 과정에서 용이 항상 납치해가는 대상이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왕자, 소년이 아닌 소녀, 공주, 아가씨일까 하는 의문은...
용과 여성은 결국 같은 상징과 존재이며,
가부장제에 함몰되어 있는 세상에서 용사, 왕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용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여성 내면의 본질적인 그 무엇이라는 분석을 통해 답을 들어야겠다.
용사, 왕자에 의해 구출되는 공주, 아가씨는 연약함과 순종의 미덕만이 남겨진 여성에게 강요되어진 그 무엇이다라는 상징 체계의 분석은 또 다른 여성 억압의 증거라 해야겠다.
입에서 입으로 말로써 전해지는 이야기와 이 이야기의 전달 주체인 여성들은...
그 이야기에 현실에 대한 반영을 덧붙이고 벗어나가야 할 이슈를 덜어내고 더하며 이어준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어머니의 어머니으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물려준...
그 옛날 이야기를 씨실과 날실로 진실을 담아 뜨개질하여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를 저자는 기원한다.
그 기원과 바램 속에서 잃어버리고 감추어두고 미루어놓은 여성들의 그 무엇들이 조금씩 드러나지길 함께 바래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숲은깊고아름다운데, #조이스박, #제이포럼, #옛날이야기, #여성성, #페미니즘, #뜨개질, #용, #남성성, #가부장제
